강원 고성군 산하 고성문화재단이 마련한 납북귀환 어부 기록전시 『출항』이 약 1,000명의 관람객을 모으며 지난 4월 28일 막을 내렸다.
이번 전시는 지난 3월 17일부터 8주간 고성 달홀문화센터 1층 전시마루에서 열렸다. 납북귀환 어부 사건을 지역의 역사이자 국가 인권침해 문제로 다시 조명한 자리였다.
전시 기간 중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에는 300명이 참여했다. 수집된 서명부와 설문 결과는 고성·속초 지역 납북귀환 어부 관련 단체에 전달돼 특별법 통과 활동의 참고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출항』은 1970~80년대 동해안에서 조업 중 납북됐다가 귀환한 어부들이 이후 국가 공안기관으로부터 고문과 수감 피해를 입은 사건을 다뤘다. 전시는 피해자와 지역의 기억을 구술 기록과 미술 작품으로 재구성했다. 지역 예술가 그룹 엄소(UMSO)가 전시 기획에 함께했다.
전시는 단순한 기록 소개를 넘어 관람객 인식 변화로 이어졌다.
고성문화재단이 관람객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설문 결과, 관람 전 납북귀환 어부 사건을 거의 알지 못했다는 응답은 46%였다. 관람 후에는 사건을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는 응답이 93%로 높아졌다.
국가 인권침해 문제로 인식했다는 응답도 관람 전 79%에서 관람 후 99%로 상승했다. 국가 차원의 해결 필요성은 80%에서 99%로, 지역 공동 기억의 필요성은 86%에서 100%로 각각 높아졌다. 응답자의 91%는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관람객 구성도 눈에 띄었다. 개인 방문 비율은 97%였고, 고성군 외 지역 관람객은 40%를 차지했다. 거주지별로는 고성군 60%, 강원도 내 타 지역 22%, 서울 12%, 기타 6%였다. 성별은 남성 53%, 여성 47%였고, 연령대는 3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비교적 고르게 분포했다.
관람객들은 자유 서술 항목을 통해 전시에 대한 소회를 남겼다.
“이런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알게 되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잊히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지역의 아픔을 예술로 드러내 주는 작업에 감사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특별법 제정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라”, “진실 규명 조사위원회를 만들어달라”, “공식적인 사과와 진상 규명이 회복의 첫걸음”이라는 의견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설문에서 관람객들은 향후 우선 과제로 국가 공식 사과와 진실 규명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응답 비율은 58%였다.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경제적 보상은 22%, 사건 기록화와 상설 전시 공간 조성은 12%, 지역 내 낙인 해소와 인식 개선은 8%로 집계됐다.
이번 전시는 지역 문화예술 사업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공론의 장으로 옮길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납북귀환 어부 사건은 오랜 시간 개인과 가족의 고통으로 남아 있었지만, 전시를 통해 지역 공동체가 함께 기억해야 할 역사로 확장됐다.
다만 후속 과제도 확인됐다. 온라인 확산 구조는 아직 충분하지 않았고, 단체 관람 비중도 3%에 그쳤다. 전시 이후 관람객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체계, 해설·강연 등 심화 프로그램 연계도 보완 과제로 제시됐다.
고성문화재단 관계자는 “지역 안에 오래 묻혀 있던 기억을 공공의 장으로 꺼내는 시도였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역사를 문화예술 방식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논어』에는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라 했다. 덕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뜻이다. 억울한 기억을 홀로 견디게 하지 않고 지역사회가 함께 기억하는 일 역시 공동체가 지켜야 할 도리다.
납북귀환 어부 사건은 과거의 사건에 머물지 않는다. 진실 규명과 명예 회복, 제도적 보완이 이어질 때 비로소 지역의 상처는 공공의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고성문화재단의 이번 전시는 그 첫걸음을 문화예술의 방식으로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