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철(대유학당 대표)
해가 가면 달이 오고 달이 가면 해가 와서, 해와 달이 서로 밀쳐서 밝음이 생기며,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오고 더위가 가면 추위가 와서, 추위와 더위가 서로 밀쳐서 한 해가 이루어진다.(계사하전 5장)
당나라 태종 때 천문가 이순풍(李淳風)은 혼천의(混天儀) 규표 등 천문기기를 많이 제작하였으며, 이전 시대에 만들어진 혼천의의 장단점 등을 평한 법상지(法象志)와 오행율려지 등등 천문에 대한 저술은 물론이고, 진서晉書, 오대사五代史 및 문사박요文思博要 등 역사의 찬술에 참여한 다재다능한 학자이다. 뿐만 아니라 천문 역법 등을 담당한 총 책임자(태사령)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한 번도 틀림없이 미래를 예측하였으므로, 사람들은 그가 신이 들렸거나 특별한 방법이 있다고 의심하였다.
하루는 태종이 미래에 대한 예언서인 도참비기를 얻었는데, 그 안에 “당나라에 세 사람의 황제가 나라를 다스린 뒤에, 여자가 황제가 되어서 천하를 다스린다”고 하였다. 태종이 은밀히 이순풍을 불러서 “비기에 적힌 말이 참으로 맞는 것인가?” 대답하기를 “신이 하늘의 상을 살펴보고 지나간 도수를 살펴보니, 그 사람이 이미 폐하 궁중에 와서 폐하의 친척이 되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0 년을 지나지 않아 임금이 될 것이고, 폐하의 자손을 거의 죽이게 될 것이고, 그 조짐이 이미 다 이루어졌습니다.”
이때 이미 개국공신 무사호의 딸 무조(무미랑, 측천무후)가 태종의 후궁으로 재인(才人)이 되었는데, 청총마 사건이 일어났다. 태종이 야생으로 자란 청총마를 얻고는 밤낮으로 좋아하며 길들이고자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것을 본 무조가 세 가지 물건만 있으면 길들일 수가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쇠로 된 채찍으로 때리고, 그 다음에는 쇠몽둥이로 때리고, 그래도 복종하지 않으면 비수로 목을 찌르면 됩니다.” 그 말을 들은 태종이 한편으론 15세밖에 안된 후궁의 말에 감탄하고, 한편으론 소름이 끼쳐서 무조를 멀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태종이 “의심되는 사람을 모두 죽이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자 이순풍이 “천명은 사람이 어길 수 없습니다. 더구나 왕이 될 사람은 죽지 않는 것이니, 공연히 무고한 사람만 죽이게 될 뿐입니다. 또한 그 사람이 왕이 된 후로 40 년이 지나면, 그 사람도 늙게 되고, 늙게 되면 조금은 자비로운 마음이 있게 될 것이니, 화를 줄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지금 만약 그 사람을 죽인다면 원수가 다시 태어날 것이고, 그 원수는 젊고 건장할 것입니다. 그가 전날 죽임을 당한 원한까지 합해서 독을 뿜으면 폐하 자손의 씨가 남지 않게 될 것입니다”라고 했다. 태종이 한숨을 쉬며 죽이려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왜 멈추었을까? 세상이 원만해 지려면, 선은 물론이고 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 악이 나쁘다고 없애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시기와 장소를 적절히 선택하여 성공의 필요악이 되도록 인도해야 한다. 그래서 역에서는 ‘해와 달이 서로 떴다 졌다 해야 밝음이라는 이로움이 생기고, 추위와 더위가 반복해야 풍년 드는 한 해가 이루어지니, 굴복하는 것과 흥성하는 것 모두 성공을 위한 필요선(必要善)과 필요악(必要惡)이 된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