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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176이순풍과 측천무후

윤상철
2019.09.12·4분 읽기·조회 51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해가 가면 달이 오고 달이 가면 해가 와서, 해와 달이 서로 밀쳐서 밝음이 생기며,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오고 더위가 가면 추위가 와서, 추위와 더위가 서로 밀쳐서 한 해가 이루어진다.(계사하전 5장)

 

당나라 태종 때 천문가 이순풍(李淳風)은 혼천의(混天儀) 규표 등 천문기기를 많이 제작하였으며, 이전 시대에 만들어진 혼천의의 장단점 등을 평한 법상지(法象志)와 오행율려지 등등 천문에 대한 저술은 물론이고, 진서晉書, 오대사五代史 및 문사박요文思博要 등 역사의 찬술에 참여한 다재다능한 학자이다. 뿐만 아니라 천문 역법 등을 담당한 총 책임자(태사령)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한 번도 틀림없이 미래를 예측하였으므로, 사람들은 그가 신이 들렸거나 특별한 방법이 있다고 의심하였다.

 

하루는 태종이 미래에 대한 예언서인 도참비기를 얻었는데, 그 안에 “당나라에 세 사람의 황제가 나라를 다스린 뒤에, 여자가 황제가 되어서 천하를 다스린다”고 하였다. 태종이 은밀히 이순풍을 불러서 “󰡔비기󰡕에 적힌 말이 참으로 맞는 것인가?” 대답하기를 “신이 하늘의 상을 살펴보고 지나간 도수를 살펴보니, 그 사람이 이미 폐하 궁중에 와서 폐하의 친척이 되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0 년을 지나지 않아 임금이 될 것이고, 폐하의 자손을 거의 죽이게 될 것이고, 그 조짐이 이미 다 이루어졌습니다.”

 

이때 이미 개국공신 무사호의 딸 무조(무미랑, 측천무후)가 태종의 후궁으로 재인(才人)이 되었는데, 청총마 사건이 일어났다. 태종이 야생으로 자란 청총마를 얻고는 밤낮으로 좋아하며 길들이고자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것을 본 무조가 세 가지 물건만 있으면 길들일 수가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쇠로 된 채찍으로 때리고, 그 다음에는 쇠몽둥이로 때리고, 그래도 복종하지 않으면 비수로 목을 찌르면 됩니다.” 그 말을 들은 태종이 한편으론 15세밖에 안된 후궁의 말에 감탄하고, 한편으론 소름이 끼쳐서 무조를 멀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태종이 “의심되는 사람을 모두 죽이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자 이순풍이 “천명은 사람이 어길 수 없습니다. 더구나 왕이 될 사람은 죽지 않는 것이니, 공연히 무고한 사람만 죽이게 될 뿐입니다. 또한 그 사람이 왕이 된 후로 40 년이 지나면, 그 사람도 늙게 되고, 늙게 되면 조금은 자비로운 마음이 있게 될 것이니, 화를 줄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지금 만약 그 사람을 죽인다면 원수가 다시 태어날 것이고, 그 원수는 젊고 건장할 것입니다. 그가 전날 죽임을 당한 원한까지 합해서 독을 뿜으면 폐하 자손의 씨가 남지 않게 될 것입니다”라고 했다. 태종이 한숨을 쉬며 죽이려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왜 멈추었을까? 세상이 원만해 지려면, 선은 물론이고 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 악이 나쁘다고 없애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시기와 장소를 적절히 선택하여 성공의 필요악이 되도록 인도해야 한다. 그래서 역에서는 ‘해와 달이 서로 떴다 졌다 해야 밝음이라는 이로움이 생기고, 추위와 더위가 반복해야 풍년 드는 한 해가 이루어지니, 굴복하는 것과 흥성하는 것 모두 성공을 위한 필요선(必要善)과 필요악(必要惡)이 된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