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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헤이그’ 출연진 SNS 논란…독립운동가 역사극에 번진 ‘무대 밖 책임’ 공방

김정기 기자
2026.05.22·5분 읽기

 

헤이그 특사의 여정을 다룬 창작 뮤지컬 ‘헤이그’가 출연진의 SNS 게시물과 숏폼 영상 논란에 휩싸였다. 독립운동가를 무대에 올린 역사극인 만큼 배우와 제작진에게 더 높은 역사 인식과 공적 책임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뮤지컬 ‘헤이그’는 1907년 일본의 침략 실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네덜란드 헤이그로 향한 이준·이상설·이위종 세 특사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4월 1일부터 서울 NOL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 중이며, 6월 21일까지 이어진다.

 

문제 제기는 출연 배우들의 개인 SNS와 외부 계정 숏폼 영상에서 시작됐다. 제작사의 공식 홍보물이 아니라 배우 개인 또는 외부 인플루언서 계정과 연계된 개별 활동으로 보이지만, 작품명과 공연 정보가 함께 노출된 만큼 관객들은 이를 작품 홍보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위종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이호석은 과거 뮤지컬 ‘히스토리 보이즈’에서 부적절한 성적 발언 논란으로 조기 하차한 전력이 있다.

 

당시 제작사 노네임씨어터컴퍼니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배우 조창희, 이주빈, 김애찬의 조기 하차를 공지했다. 제작사 측은 문제의 음성을 디지털과수연구소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해당 배우들의 음성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공지에는 이주빈이라는 이름이 명기됐으며, 이주빈은 이후 이호석으로 개명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호석은 독립운동가 이위종을 연기하는 뮤지컬 ‘헤이그’에 캐스팅됐다. 관객들은 과거 논란이 있던 배우가 역사극에 출연하게 된 과정과 제작사의 검증 기준을 묻고 있다.

 

최근에는 이호석의 개인 SNS 게시물도 논란이 됐다. 제보에 따르면 이호석은 뮤지컬 ‘헤이그’ 포토존 사진을 올리며 극 중 여성 캐릭터 ‘홍채경’을 언급한 표현을 덧붙였다. 일부 관객들은 해당 표현이 여성 캐릭터를 가볍게 소비하거나 성적 뉘앙스로 읽힐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홍채경은 작품 속에서 독립운동 서사와 연결되는 여성 캐릭터다. 관객들은 “독립운동가를 다룬 작품에서 여성 인물을 희화화하는 듯한 표현은 부적절하다”며 배우의 사과와 제작사의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상설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송일국도 숏폼 영상 논란에 이름이 올랐다. 송일국은 팔로워 100만 명 규모의 인플루언서 계정 ‘idolnation’과 함께 촬영한 영상으로 관객들의 문제 제기를 받았다.

 

해당 영상에는 뮤지컬 ‘헤이그’의 공연명과 장소, 기간 정보가 함께 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객들은 영상의 표현 방식이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역사극의 무게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된 뒤 해당 영상은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영상 제작 경위, 송일국 측의 참여 범위, 제작사 사전 인지 여부, 삭제 사유 등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송일국 측이나 제작사도 현재까지 공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제작진 관련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뮤지컬 ‘헤이그’의 프로덕션 슈퍼바이저로 알려진 허규는 과거 온라인 발언 논란으로 자필 사과문을 올린 바 있다. 본지에 제공된 자료에는 허규가 “부적절한 발언으로 많은 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려 죄송하다”며 “깊이 반성하고 자숙하겠다”고 쓴 사과문 이미지가 포함돼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SNS 실수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헤이그’는 허구적 오락물이 아니라 실존 독립운동가의 이름과 역사를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배우가 무대 위에서 이상설과 이위종을 연기한다면, 무대 밖에서도 해당 인물과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관객들은 특히 “역사극 출연진의 개인 활동도 작품의 신뢰와 연결된다”고 보고 있다. 제작사가 공식적으로 제작한 홍보물이 아니더라도, 출연 배우가 작품명과 캐릭터를 활용해 게시물을 올렸다면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른다는 주장이다.

 

유교적 관점에서도 이번 사안은 예(禮)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예는 형식적 태도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맡은 이름과 자리의 무게를 아는 일이다. 독립운동가를 연기하는 배우라면 그 이름을 빌려 무대에 서는 동안만큼은 사적 표현에서도 절제와 공경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본지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제작사 측에 사실관계 확인과 반론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제작사 및 관계자 측과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서면 답변도 받지 못했다. 본지는 제작사 또는 당사자 측 입장이 확인되는 대로 후속 보도에 반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