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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종단

제5회 성균관전국한시지상백일장 수상자 선정 관련 공정성 논란 발생

다수의 고선위원을 위촉한 (사)한국한시협회 자문위원·이사가 장원·금상에 선정<br>장원 수상자는 작년 제4회 대회 고선위원 역임<br>이해충돌(利害衝突)에 대한 고민 속에서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오흥녕
2024.09.25·9분 읽기·조회 38

 

<유교신문> 인터넷판에 제5회 성균관전국한시지상백일장 수상자 발표 소식이 게재되어 있다.

 


 

 

(사)한국한시협회 홈페이지에 임원들의 사진, 호, 이름이 공개되어 있다.

 


 

 

지난 제4회 대회 심사관련 내용이 <유교신문> 제1101호(2023.10.15) 2면에 보도됐다.

 


 

 

 

공직자들에 대한 '이해충돌방지법'이 있을 정도로 이해충돌에 대한 사회적 규제가 엄격하다.

 


 

지난 9월20일 발표된 제5회 성균관전국한시지상백일장 수상자 선정과 관련해 다수의 고선(考選, 여럿 가운데에서 자세히 검사하여 골라 뽑음) 위원을 위촉한 (사)한국한시협회의 자문위원과 이사가 장원, 금상에 선정되고, 또 다른 이사는 동상에 포함된 결과를 놓고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시작됐다.

 

‘응모 예정자들이 사전청탁을 할 가능성이 있어 공개하지 않는다’는 논리로 고선과 수상자 수여가 모두 끝난 후에 제작되는 작품집에 심사위원들의 명단을 공개해 온 성균관전국한시지상백일장은 우리나라 유교를 대표하는 기관인 서울 성균관에서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사)한국한시협회에서 후원하며, 특히 한시(漢詩)에 대해 가장 높은 수준의 실력을 갖춘 단체로 평가되는 (사)한국한시협회에서 과반수 이상의 심사위원을 위촉하고 엄정하게 평가해오며 전국에 산재(散在)한 수많은 한시대회 중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인정받아왔다.

 

형식과 시제(詩題), 압운(押韻) 등 한시 구성의 필수 요소와 작성 방법, 심사 기준, 주의 사항 등 상세한 부분까지 포함된 공고가 이뤄지면 매년 전국에서 최소 몇 백 편의 작품이 접수되고, 접수지(接受紙)에서 개인 인적 사항이 포함된 부분은 철저하게 가려진 채 심사 당일에 모인 심사위원들은 응모작들이 기준에 맞게 제대로 작성되었는지를 검토하고, 잘된 작품들을 줄여 나가며 최종 수상작을 선정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왔기에 설령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주최하는 다른 한시대회보다 상금이 조금 적더라도 수상자들은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해왔고, 응모했다가 낙선한 이들은 실력을 갈고 닦아 다음 해의 대회에 다시 응시하곤 했다.

 

그러나 올해 대회의 수상자 선정 과정을 보면 공교롭거나 이해가 안 되는 점이 여러 군데에서 발견된다.

 

첫째, 적어도 과반수 이상의 다수 심사위원을 위촉해 온 (사)한국한시협회의 자문위원과 이사들이 1등인 장원(壯元), 2등에 해당하는 금상[방안(榜眼)], 4등에 해당하는 동상[가작(佳作)]에 각각 1명씩 선정됐다.

 

물론 오랜 시간에 걸쳐 실력을 연마하고, 수많은 작품을 짓고 공부해온 데다가 마침 본인들이 알고 있던 익숙한 주제에 맞아서 그렇게 되었을 수 있고, 고선위원과 응시자들 사이에 부정이 있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

 

하지만 여러 사람의 의견을 종합하면 ‘많은 시간 동안 교류를 해왔다면 친분이 두터울 수 밖에 없고, 한시를 좋아하는 이들은 서로의 작품도 유심히 살펴보므로 100%는 아니더라도 대략적으로는 그것이 누구의 글씨이고 작품인지를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한다.

 

둘째, 1등인 장원(壯元) 수상자가 작년 제4회 대회에서는 고선위원으로 활동했다.

 

<유교신문> 인터넷판 2023년 10월5일자 기사와 지면신문 제1101호(2023.10.15.) 2면 ‘사진으로 보는 성균관’에 보도될 당시 그분의 직함은 ‘한국한시협회 이사’로 소개되었고, (사)한국한시협회 홈페이지(http://sahansi.co.kr)의 ‘협회 소개’-‘임원(지회) 소개’-‘임원 소개’로 들어가면 지금은 ‘자문위원’으로 직위가 변경되어 있으나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내용과 접수지에 적혀있는 한자 이름과 호(號)를 비교하면 동일인임을 확인할 수 있다.

 

실력이 뛰어난 전문가가 각종 대회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심사위원을 하지 않을 때는 일반 응모자로 활동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볼 수도 있으나 선진국의 반열에 접어든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지난 대회 심사위원이 다음 대회에서 1등 수상을 했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이는 찾기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 (사)한국한시협회 주요 임원들은 오랜 시간 교류를 통해 서로의 친분을 쌓아왔고, 지난해 제4회 대회는 물론 올해 제5회 대회도 상당수의 고선위원이 그 단체에서 활동해왔다는 점에서 오해의 소지가 계속 발생한다.

 

셋째, ‘고선위원 중 한시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데도 선임된 이가 있다’는 소문이 한시에 관심을 가진 이들은 물론 유림들 사이에도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대한 진위(眞僞)는 확인이 용이하지 않은데, 대회 개최를 위한 공고 당시부터 수상자 결정 과정까지 논의하고, 관련 서류에 서명했던 이들은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넷째, 고선위원을 공개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성균관유도회총본부가 매년 개최하며 올해 제18회에 이른 성균관유림서예대전은 심사위원들의 성명과 전, 현직 직위는 물론 주요 경력까지 표시한 자료를 심사 전부터 유교신문 등 언론사에 제공해 기사 작성 단계에서부터 사전 확인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데 비해 제5회까지 이른 성균관전국한시지상백일장은 고선위원의 숫자와 명단, 직위, 경력 등이 담긴 사전 자료 배포도 없고, 고선 완료 및 수상자들에 대한 시상이 끝난 후 본선 진출작이 담긴 자료집을 제작하면서 앞부분에 위원들의 작품과 함께 성함, 직위 등을 담아 왔다. 

 

이와 관련해 올해 대회의 고선위원장으로 알려진 송철현 성균관 원로회의 의장은 "고선위원들의 평소 품성과 태도로 볼 때 문제가 될만한 행동을 하거나 뭔가를 모의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만약 그랬다면 우리들이 그대로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성균관전국한시지상백일장을 심사하는 일 자체가 우리 위원들에게도 영광이고, 또 자랑할만한 일이다. 자꾸 그릇되게 바라보려는 시선이 안타깝다"고 소감을 전했다.

 

송철현 의장의 삶을 잘 아는 유림들은 당연히 그의 말을 신뢰하고 믿을 것이며, 지금까지 대회를 주최해왔던 성균관에서도 알아서 잘해왔겠으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정부와 기업들도 되도록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하여 집단의 힘으로 권위와 명성을 유지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성균관전국한시지상백일장은 고선위원 선정부터 수상자 결정까지 곳곳이 비밀스럽고 공개하지 않아 괜한 추측과 오해를 스스로 불러왔고, 급기야 지난 대회까지는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특이한 수상자 선정 결과가 나타남으로써 당장 한시 애호가들부터 유림, 일반인들까지 '앞으로는 이렇게 하면 안 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만들었다.

 

이번 대회의 공고문을 보면 어디에도 ‘(사)한국한시협회의 임직원들은 응모할 수 없다’는 규정은 없고, 본지나 기자가 특별히 성균관과 (사)한국한시협회를 비방하거나 약점이라고 물고 늘어질 이유는 더더욱 없다.

 

다만 지금의 세계와 한국 사회는 ‘이해충돌(利害衝突, a conflict of interest)’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엄격한 기준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법제처가 운영하는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https://www.law.go.kr)에서 검색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약칭: 이해충돌방지법)’에서는 제1장 총칙-제2조(정의) 4항에서 ‘“이해충돌”이란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에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가 관련되어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을 말한다’고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 내용은 제목에 명시된 대로 공직자에만 한정하는 부분이고, 보통의 일반인들이 이해하는 범위는 훨씬 넓다.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표준국어대사전 홈페이지(https://stdict.korean.go.kr)는 아직 개념을 명시하지 않으나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표적 사이트인 네이버 국어사전(https://ko.dict.naver.com)에서는 ‘개인이나 단체가 어떤 이익을 누리고자 다른 행동 동기를 변질시킬 수 있는 복합적인 이해 상황에서 생기는 충돌’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다소 복잡하고 한문 투의 표현이라 어렵지만 쉽게 말하면 ‘오해가 생길만한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옛부터 우리 어른들은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을 강조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도 상당 부분 종식됐으니 이제는 대리 작성 가능성 등의 논란을 아예 없애도록 예전처럼 명륜당 앞마당 등 공개된 장소에서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회가 진행되고, 고선위원도 대회 당일에는 공개하되 위원이 속한 단체의 회원이나 위원 본인의 응모 범위와 응모 유예 기간 등에 대한 보다 객관적이고 엄격한 기준이 설정돼야 한다.

 

이를 통해 성균관이 주최하는 대회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모습과 규정들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되고, 다른 한시대회 등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소중하게 전하는 각종 행사가 유림과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