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경영 시리즈] 농협, ‘정도(正道)’를 잃었나… 내부통제 대신 ‘제보자 관리’ 논란
농민 조직 본연 역할 흔들… 의혹 대응 방식 놓고 책임경영 시험대
농협중앙회가 최근 제기된 비리 의혹 대응 과정에서 내부 제보자 관련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알려지며 조직 운영의 방향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 사안은 MBC ‘PD수첩’ 방송과 이를 후속 보도한 미디어오늘 기사를 통해 공론화됐다.
미디어오늘 보도(4월 17일자)에 따르면 농협은 해당 방송 이후 내부 보고용 문건을 작성했다. 이 문건에는 방송 내용 요약과 함께 주요 인터뷰 및 내부 제보 내용이 별도로 정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익명 처리된 전·현직 관계자 발언까지 포함된 점에 대해 미디어오늘은 단순한 사후 대응을 넘어 내부 제보자 관리 성격이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문건에 포함된 ‘관련 인사에 대한 이해활동 전개’라는 표현 역시 논란을 키웠다. 이를 두고 외부 전문가 및 내부 제보자에 대한 관리 또는 대응 시도로 해석될 여지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농협 측은 미디어오늘에 “단순한 보고 정리이며 색출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대응 문건 작성 여부를 넘어, 조직의 위기관리 방식과 내부 통제 철학을 점검해야 할 사례로 읽힌다.
유교 경전에서 강조하는 조직 운영의 핵심은 ‘정명(正名)’과 ‘신의(信義)’다. 이름과 역할이 바르게 서고, 신뢰가 유지되어야 조직이 지속된다. 그럼에도 의혹 제기 이후 내부 목소리를 둘러싼 관리 논란이 불거진 것은 농협이 스스로 신뢰의 축을 흔들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특히 내부 제보는 조직의 오류를 바로잡는 중요한 통로다. 이를 보호하지 못하거나 위축시키는 구조가 형성될 경우 문제는 드러나지 않은 채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조직 전체의 리스크로 이어진다.
논어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라 했다.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짜 허물이라는 뜻이다. 지금 농협이 마주한 상황은 단순 의혹 대응을 넘어, 스스로의 경영 철학을 점검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응의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외부 비판을 차단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부 통제와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농협은 농민의 협동 조직이라는 특수성을 지닌다. 공공성과 자율성을 동시에 요구받는 구조다. 그만큼 일반 기업보다 높은 수준의 윤리성과 책임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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