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육

두나무 COO·이희진 ‘호텔 회동’ 법정서 확인…'업비트 상장 공정성' 도마 [법정문답]

김정기 기자
2026.05.22·8분 읽기·조회 1,335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코인 상장 책임자급 임원이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이희진 씨와 상장 전 호텔에서 비공개로 만난 사실이 법정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JTBC는 21일 단독 보도를 통해 두나무 최고운영책임자(COO) 정모 이사가 2020년 7월 1일 서울 강남의 한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이씨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해당 내용은 지난 1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 심리로 열린 피카코인 사기 사건 공판 증인신문 과정에서 공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판정의 쟁점은 명확했다. 상장 책임자급 임원이 상장 전 이씨를 만났는지, 그 자리에서 특정 코인 이야기가 오갔는지, 이후 업비트 상장 과정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핵심이었다.

 

이씨는 과거 1000억 원대 주식 사기 사건으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살았다. 이번 호텔 회동은 이씨가 출소한 지 넉 달가량 지난 시점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나무 측이 “개과천선했다는 얘기를 듣고 과거 인연으로 만난 것”이라고 해명한 배경도 이 대목과 맞닿아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정 이사는 두나무 주식 43만 주를 보유한 임원으로, 당시 코인 상장 업무를 총괄한 핵심 관계자로 지목됐다. 이씨 측 변호인이 2020년 7월 호텔에서 이씨를 만났는지 묻자 정 이사는 회동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정 이사는 두나무 직원 신분을 숨기고 자리에 나갔고, 이씨가 자신의 이사 승진 사실을 알고 있어 당황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에서는 당시 대화 내용도 쟁점이 됐다. 이씨는 피카와 고머니2 이야기를 나눴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반면 정 이사는 일반적인 상장 관련 대화는 있었지만 특정 코인에 관한 대화는 없었다는 취지로 부인했다.

 

재판부도 회동의 성격을 확인했다. 판사는 정 이사에게 주식 투자 관련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만난 것이냐는 취지로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장 업무를 맡은 거래소 임원이 상장 전 이해관계가 얽힐 수 있는 인물을 비공개로 만난 경위가 법정에서 직접 다뤄진 것이다.

 

상장 시점도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 이 회동 7일 뒤인 2020년 7월 8일 고머니2(GOM2)가 업비트에 상장됐다. 약 6개월 뒤인 2021년 1월 18일에는 피카(PICA)도 업비트에 상장됐다.

 

고머니2와 피카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씨 측 관련성이 거론돼 온 가상자산이다. 이 때문에 이번 회동은 단순한 사적 만남을 넘어 업비트 상장 심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둘러싼 중대한 의문으로 번지고 있다.

 

두나무 측은 상장 청탁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두나무는 이씨가 개과천선했다는 얘기를 듣고 과거 인연으로 만난 것일 뿐, 상장 청탁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해당 코인이 이씨와 관련된 코인이라는 사실을 몰랐고, 두나무 역시 피해자라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이번 사안은 현재 진행 중인 피카코인 사기 사건과 맞물려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씨 형제와 피카코인 관계자들은 2020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피카·고머니2·트리클 등 가상자산 3종을 발행·상장한 뒤 허위·과장 홍보와 시세조종 등을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을 편취한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이 파악한 전체 피해액은 약 897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코인별로는 피카 약 339억 원, 고머니2 약 217억 원, 트리클 약 341억 원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수는 공개된 보도만으로 특정 인원을 단정하기 어렵지만, 피해액 규모와 거래 구조상 다수 투자자가 손실을 본 사건으로 재판에서 다뤄지고 있다.

 

피카는 미술품 조각투자와 연계된 가상자산으로 알려졌다. 발행·유통 과정에서 거래량 부풀리기, 유통량 관련 문제, 허위·과장 홍보 의혹이 제기됐다. 고머니2와 트리클 역시 같은 공소사실에 포함된 가상자산으로, 검찰은 이들 코인의 발행·상장·홍보 과정에서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투자자 피해는 단순한 가격 하락에 그치지 않는다. 대형 거래소 상장은 투자자에게 사실상 검증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특정 코인이 업비트와 같은 주요 거래소에 상장되면 투자자들은 최소한의 심사와 위험 검토가 이뤄졌다고 판단하기 쉽다. 이 때문에 상장 직후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이 이후 시세 급락과 수사 진행 과정에서 손실을 떠안게 되는 구조가 발생한다.

 

이번 법정 증언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법정에서 제기된 주장처럼 특정 코인 상장 전후로 상장 책임자와 이해관계자 사이에 구체적 대화나 청탁성 접촉이 있었다면, 두나무가 내세워 온 상장 심사의 공정성은 근본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는 임직원 개인의 처신 문제를 넘어선다. 국내 최대 거래소의 상장 심사 체계가 외부 인맥, 비공개 회동, 사적 접촉의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는 의심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업비트 전체 상장 시스템의 신뢰가 무너지게 된다.

 

다만 청탁이나 대가성 여부는 현재까지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이씨 측은 특정 코인 관련 대화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정 이사와 두나무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현재 단계에서는 의혹으로 표현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상장 책임자급 임원이 사기 전력이 있는 인물과 상장 전 비공개 회동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의 충격은 작지 않다. 가상자산 시장은 제도적 감시와 투자자 보호 장치가 충분히 정착되지 않은 영역이다. 그만큼 거래소 내부통제와 상장 심사 투명성은 투자자 보호의 핵심 장치다.

 

향후 재판에서는 호텔 회동의 성격, 당시 대화 내용, 고머니2와 피카 상장 과정, 두나무 내부 심사 라인의 판단 근거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상장 심사 자료, 내부 의사결정 기록, 담당자 접촉 내역, 이해충돌 신고 여부도 확인돼야 할 대목이다.

 

이번 사건은 업비트가 피해자라는 두나무 측 주장과 별개로, 거래소가 상장 과정에서 어떤 기준과 절차를 적용했는지 묻고 있다. 상장 심사가 외부 접촉의 영향을 받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두나무의 공정성은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거래소 신뢰다. 업비트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사실상 기준점 역할을 해 왔다. 그만큼 두나무의 상장 심사에는 일반 기업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정성, 독립성, 투명성이 요구된다. 투자자들은 거래소의 이름을 믿고 코인을 산다. 상장 심사 과정에 사적 회동이나 이해관계 접촉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한, 두나무가 말하는 ‘피해자’ 논리만으로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렵다.

 

맹자 양혜왕 상편에는 “上下交征利 而國危矣(상하교정리 이국위의)”라는 말이 나온다. 위아래가 서로 이익만을 다투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는 뜻이다. 가상자산 시장도 다르지 않다. 거래소 임원과 상장 이해관계자가 이익을 매개로 접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한 코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질서 전체를 흔드는 문제다.

 

법정에서 제기된 의혹의 사실 여부는 재판을 통해 가려져야 한다. 다만 국내 최대 거래소의 상장 체계가 의심받는 상황 자체만으로도 두나무는 스스로 답해야 한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고머니2와 피카의 상장을 결정했는지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설명해야 한다. 독립적 감사, 상장 심사 절차 공개, 이해충돌 방지 장치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