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 에너지·철강 이중 충격… 비용 위기 넘어 산업 체질 전환 시험대
유교신문 | 중동 전쟁 여파로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고 유럽연합(EU)이 철강 관세 장벽을 높이면서 한국 산업계가 에너지와 철강 양 축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는 비상경영에 들어갔고, 철강업계는 수소환원제철과 저탄소 전환 투자에 대응 속도를 높이는 흐름이다.
이번 충격은 단순한 가격 상승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항공 운임과 제조 원가, 수출 경쟁력이 한꺼번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값싼 에너지와 안정된 교역 질서에 기대온 산업 구조가 외부 변수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지 다시 드러난 셈이다. 비용 부담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체질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항공업계부터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항공유 급등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겹치면서 비용 부담이 수익 구조를 직접 압박하는 형국이다. 유류할증료 인상과 감편이 이어질 경우 소비자 부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전쟁 한 번에 하늘길의 비용 구조가 흔들렸다는 사실은, 우리 산업이 얼마나 외부 에너지 변수에 종속된 구조 속에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기름값이 오를 때마다 요금과 할증료 인상으로만 버티는 방식은 단기 처방일 뿐이다. 산업의 도는 단순히 손익 계산서에 있지 않다. 오늘의 부담을 누구에게 어떻게 나눌 것인지, 내일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지에 달려 있다.
철강 분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EU는 무관세 철강 수입 한도를 줄이고, 쿼터를 넘는 물량에 대한 관세를 대폭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시장의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유럽까지 장벽을 높이면서 한국 철강업계의 수출 채산성은 한층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국면에서 눈에 띄는 것은 선제적 투자에 나선 기업들의 움직임이다. 포스코는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철강 제조 과정의 탄소배출을 실질적으로 줄이려는 방향이다.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시대에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생존 전략의 성격을 띤다.
롯데SK에너루트의 행보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가동과 단계적 수소 밸류체인 구축은 에너지 공급 안정성과 탄소 규제 대응력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는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니라 산업 구조 전환에 대비한 장기 투자에 가깝다.
이들 사례는 유비무환의 자세로 볼 수 있다. 당장의 수익보다 장기적 공급 안정성과 규제 대응력을 확보하려는 투자이기 때문이다. 군자의 경영이란 이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 위에 책임을 얹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런 움직임은 산업 전환기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에너지와 철강은 한 나라 산업의 혈맥과도 같다. 항공이 멈추면 이동과 물류가 흔들리고, 철강이 약해지면 제조업 전반의 뼈대가 흔들린다. 그런데도 우리는 오랫동안 값싼 에너지와 열린 시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제 위에서 성장 전략을 짜왔다. 지금의 위기는 그 전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
短利를 좇다 보면 長義를 잃는다. 당장의 유가와 관세만 탓할 일이 아니다. 에너지 안보를 어떻게 준비해 왔는지, 탄소 비용 시대에 철강과 화학의 구조 전환을 얼마나 미뤄왔는지 되묻는 일이 먼저다. 이익보다 義를 먼저 떠올리는 마음, 오늘의 손익보다 후대의 부담을 먼저 계산하는 책임이 없다면 어떤 탄소중립 선언도, 어떤 신사업 계획도 오래가기 어렵다. 지금 산업계와 정책 당국에 필요한 것은 비용 전가의 계산기가 아니라, 거안사위의 자세로 산업의 도를 다시 세우려는 절제와 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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