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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예절

무용 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 불공정심사 또 다시 불거져

<SPAN style="COLOR: #ff0000">승무·살풀이춤·태평무 등 보유자 인정심사 논란<BR>무용계 대표자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해 규탄<BR>불공정 문화재 행정 당장 멈춰야 한다고 지적</SPAN>

편집부
2019.04.05·7분 읽기·조회 36

무용계 대표자로 구성된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불공정 인정심사에 대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정권을 넘나들며 자행되는 문화재청의 불공정한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심사 강행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비대위는 지난 4월1일 4년 전 제도개선 약속을 스스로 파기하는 문화재청의 시대착오적이며 독선적인 행정 폭주를 규탄한다면서, “민족의 혼과 얼을 훼손하는 불공정 문화재 행정은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번 성명서에는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북경무용대학 명예교수를 비롯해 ▶정승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김숙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한성대 명예교수 ▶임학선 성균관대 석좌교수·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윤덕경 서원대 명예교수·전 한국춤협회 이사장 ▶오율자 한양대 명예교수·전 한국스포츠무용철학회 회장 ▶백현순 국립한체대 교수·국제문화예술포럼 대표 ▶김태원 공연과리뷰 편집인·한국춤비평가협회 운영위원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전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등 비대위 공동대표 9명이 참여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2015년 12월 승무·살풀이춤·태평무 등 3종목에 대한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심사를 실시했으며 약 20명이 심사에 응시했으나 태평무 1종목에서 1명만을 보유자로 인정 예고해 불공정 심사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36개 단체가 참여한 무용인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져 심사위원 편파구성, 콩쿠르식 심사방식, 특정 학맥의 영향력 행사 의혹 등이 제기됐다.

특히, 태평무 인정예고자에 대한 예술적 정체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태평무의 원형과 정통성을 벗어나 ‘서양춤의 한국화’의 산물인 신무용 주자라는 점은 치명적 한계로 지적됐다. 무용계의 거센 반발로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는 “보류결정” 됐고, 그 후 4년이 경과함으로써 이는 자동폐기된 것으로 인식돼 왔으나 최근 다시 보유자 인정조사 재검토(재심사) 결과, 11명의 선정자 명단에 포함돼 의혹을 낳고 있다.

2019년 3월20일 문화재청은 보유자 인정조사 재검토(재심사) 결과 선정된 11명에 대하여 영상기록을 통한 ‘기량점검’을 실시한다는 공문을 발송했고, 탈락자들에겐 ‘기량점검’ 대상에 선정되지 못했음을 알리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종신제(終身制)인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심사를 영상을 통해 결정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다. 더욱이 일평생 전통춤 지킴이로 살아온 무용가들을 ‘기량점검’ 대상자로 전락시킨 문화재청의 반(反) 지성적 태도에 무용인들은 모멸감을 느낀다고 토로하고 있다.

비대위 측은, 문화재청은 2015년 12월 승무·살풀이춤·태평무 등 3종목에서 보유자 인정심사에 응시한 무용가들을 누가, 언제, 어떤 기준과 절차로 재검토(재심사)해 11명을 선정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수조교와 이수자 구분 없이 통합하여 보유자 인정심사를 치렀으나 평가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재검토(재심사)결과 선정된 11명에 대한 객관적인 선정근거(점수)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이 객관적 근거(점수)를 무시하고 정책적 판단에 의해 전수조교 전원을 선정했다면, 이는 불공정 특혜이자 밀실 행정의 극치라고 비판한다.

비대위 측은, 2015년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 불공정 논란이 불거졌을 때 전 문화재청장은 무용계 대표자와의 공식면담에서 무용계의 이의제기에 통감한다면서 문화재청의 행정적 미숙을 시인하고 유감의 뜻을 표명한 바 있으며, 무용계 여론수렴을 통한 합리적 제도개선을 약속했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최근 문화재청의 행보는 불공정 심사논란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4년 전의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조사 결과를 아무런 개선조치 없이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지표명과 다름없다고 역설한다.

올해 3월27일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무용계 대표자와의 공식면담에서 지난 4년간 자행돼온 문화재청의 부당행정에 대하여 잘못을 사과했으며,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틀 후인 3월29일 문화재청은 불공정 심사결과 선정된 것으로 의심되는 11명의 무용가를 대상으로 영상촬영 설명회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무용인들은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심사를 영상에 의존해 판단하겠다는 천박한 발상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현재의 상황은 문화재청이 불공정 심사논란이 초래된 4년 전으로 회귀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무용인들은 촛불혁명을 통해 ‘공정·평등·정의’를 시대정신으로 내건 현 정부의 문화재 정책이, 블랙리스트 파동을 일으키며 자멸한 박근혜 정부 시대로 퇴행하는 사태와 다름없다고 규정한다. 아울러 민족 고유의 춤문화 유산을 왜곡 변질시키고, 자칫 무용계의 생태계를 뒤흔들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무용계는 작금의 상황을 크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가무형문화재는 개인이 독점하는 사유물이 아닌, 국가의 공적(公的) 자산이다. 이른바 ‘인기종목’의 경우, 무형문화재 보유자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는 특혜와 권위로 전통문화자산의 사유화·독점화에 대한 문제인식이 오래됐다면서, 각 장르의 특성 및 시대변화에 따른 전승환경을 고려한, 이른바 ‘맞춤형’ 무형문화재 제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비대위 측은, 현재의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음 6가지 사항을 즉시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자행된 무형문화재 보유자인정 불공정심사를 백지화하라. ▶승무·살풀이춤·태평무에 대한 심사결과(점수)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밀실행정으로 선정된 11명의 무형문화재 ‘예비보유자’를 무효화하라. ▶작금의 상황을 초래한 무형문화재위원은 전원 책임지고 사퇴하라. ▶불공정 행정을 자행하는 문화재청 담당 관료를 인사조치 하라. ▶무형문화재 제도 및 정책에 대한 합리적 개선방안을 모색하라.

비대위 측은, 전 정부 시절 불공정 심사로 논란이 되어 폐기된 것으로 인식돼 온 무형문화재 보유자 불공정 인정심사를 다시 꺼내든 문화재청의 행정은 보다 퇴보된 것이라 간주한다. 한국 전통춤의 형질변경 및 생태계 파괴, 나아가 한국무용사의 뿌리마져 뒤흔들 위험이 있는 현재의 상황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며, 향후 관계기관 이의제기 및 연속 토론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론화 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