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예절

특별기고 - 신진국악실험무대의 대표 아이콘으로 거듭난 <청춘대로 덩더쿵> 네 번째 이야기

<span style="color: rgb(0, 0, 255);">Ninety9 Art Company/ 김지혜 프로젝트/ 이혜준 프로젝트/ 오유진 프로젝트/ 송윤주 프로젝트/ C:MAKEMADE</span><br type="_moz">

박자은
2019.12.12·23분 읽기·조회 51

2019 신진국악실험무대 <청춘대로 덩더쿵> 네 번째 무대가 5개월에 거쳐 완성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공연은 재단법인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며 두리춤터가 주관하였다. 21세기 한국예술계를 선도할 인재 발굴·육성프로젝트로 2015년 시작된 이 기획은, 전통을 바라보는 신진예술가들의 현대적 재해석이 가미된 참신한 실험 무대를 꾀하고 있다.

 

두리춤터의 <청춘대로 덩더쿵>은 춤과 음악의 만남 안에 전통의 가치를 오늘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무대로, 신진국악실험무대의 대표 아이콘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한 시간이었다. 올해 네 번째를 맞는 이번 공연은 예술감독 임학선(성균관대 문행석좌교수), 강낙현(총연출, 포이어프로덕션 대표), 임영호(음악감독, 유희컴퍼니 대표)를 주축으로 한국춤 안무가와 음악가들이 만난 6개의 신진프로젝트 그룹이 함께 하였다. 안무가 장혜림·장서이(공동), 김지혜, 이혜준, 오유진, 송윤주, 오정윤과 협업 음악가 주보라·황진아(공동), 박다열, 강솔잎, 이아민, 오승원, 김현섭 등 총 44인 아티스트들의 열정적 콜라보로 진행되었다.

 

<청춘대로 덩더쿵>의 진화는 일련의 과정 그 자체에 큰 의의가 있으며 결코 단 기간에 이룩된 것이 아니다. 제1회 신진국악실험무대 <청춘대로 덩더쿵>(2015)이 경연방식(최우수상/우수상/신진안무가상/현장평가단상/열정상)으로 신작중심의 안무자 역량에 집중했다면, 페스티벌의 성격을 지향한 제2회 공연(2016)은 재연 작품을 포괄한 무대 연출이 한층 성숙해진 무대였다. 또한 제3회 공연(2017)은 춤공간의 개념을 관객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객석까지 확장시킨 안무자들의 공간운용력이 비약적 발전을 보인 무대였다. 이는 소극장 공간의 제약을 무한 확장한 개념으로, 연기자들은 이제 객석에서도 한참을 머물고 응시하며 움직임을 일으키는 공간이 된 것임을 의미한다. 그런가하면 제4회 <청춘대로 덩더쿵>(2019)은, 안무가와 음악가들의 팀 매칭을 도입하여 신작의 예술적 완성도를 높였다는 점이 공연의 차별적 기획의지이다.

 

이번 기획의 차별성은 가야금, 거문고, 피리, 생황, 정주 및 건반과 퍼커션 등의 라이브 연주와 국악기의 물리적 질감과 음색을 활용한 음향효과 등 국악 퍼포먼스의 비중이 크게 증가한 점을 들 수 있다. 기존 공연에서 보여주던 작품음악으로서의 보조적 기능과 달리, 협업 음악가를 감독으로 작곡·편곡은 물론 연주자들을 대거 투입하는 등 음악적 비중이 현저하게 증가하였다는 점이 그 이유이다. 그 중 협업 음악가와의 파트너쉽이 돋보인 협업을 이룬 오유진 프로젝트의 <불온전한 숨>과  Ninety9 Art Company의 <제>는 춤과 음악의 앙상블로서도 최고의 무대를 선사한 시간이었다.

 

한편, 시각성을 부각하는 무대장치는 오히려 미니멀하거나 아예 생략되는 경향이 보이는 것도 2019 <청춘대로 덩더쿵>의 한 가지 특징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춤꾼의 움직임 에너지로 그려낸 바닥의 장치가 작품 후반부에서 하나의 무대미술(목탄화)로 완성되어 상징적 이미지를 구현해 낸 Ninety9 Art Company의 <제>는 안무가의 치밀한 계산이 담긴 뛰어난 장치로 기억된다. 음악가들이 자신의 연주공간을 벗어나 객석의 관객을 바라보고 때론 방백을 하며 무대를 종횡하며 함께 연기한 매력적인 음악가들을 춤무대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이번 청춘대로에서 맛볼 수 있는 특별함이자 행운이었다.

 


 

11.11/12
Ninety9 Art Company  <제(祭)Ⅱ>_장혜림·장서이 안무/ 주보라·황진아 음악

 


 

 


 

<제(祭)Ⅱ>는 ‘승무’를 동시대적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으로, 전통춤 장단들을 ‘노동’이라는 키워드로 재해석한 장혜림·장서이의 공동 안무작이다. 이번 안무작은 2019년 스웨덴 스코네스댄스시어터의 무용수들과 함께한 작품의 연장에서 협업음악가 주보라·황진아의 예술적 교감이 더해져 4인의 예술적 교감으로 다듬어진 무대였다.

 

무용수 두 명의 몸짓과 연주자 두 명의 소리 그리고 정형화되지 않은 여러 음들의 화성이 작품의 의도를 강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승무에 바탕이 되는 장단들은 안무자가 재해석한 노동의 키워드로 하나하나 분해되고 또다시 조합되어 움직임의 소리, 소리의 움직임으로 화한다. 전자음을 최대한 배제하고 악기 본연이 지닌 다양한 소리를 담아 끝없이 반복되는 점층 구조로 에너지를 확장시킨 2인의 춤움직임으로 <제(祭)Ⅱ>의 몰입을 극대화시켰다. 25현 가야금의 현침을 활용(열었다 닫았다)하거나 가야금을 활대로 연주하는 모습도 이채로운 장면이다. 작품 속 전통의 조각들은 현대를 반영한 듯 질박함이나 곰삭은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숨겨진 모던함이 있어 더 매력적인지도 모르겠다.

 

작품 <제(祭)Ⅱ>의 하이라이트는 바닥에 펼쳐진 커다랗고 하얀 시트 위에서 펼쳐졌다. 왼손을 축으로 삼은 무음 속 장혜림과 장서이의 반복적 움직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격렬해진다. 노동자의 번제이다. 특별한 미의식을 담진 않지만, 마치 탑을 쌓아가듯 그들의 움직임은 매우 간결하고도 철학적 심오함이 깃들어 있다. 안무가의 치밀한 염두에서 가능한 필연적 즉흥이었다. 손에 뭍은 검은 재는 어느덧 그들의 얼굴 안에 광부의 모습을 담아내고, 그들의 노동을 관객이 인식할 즈음 음악가 주보라는 자신의 지나온 과거(가야금과 씨름하던 수 많은 시간들) 또한 노동이었음을 담담한 어조로 고백한다. 장혜림과 장서이는 승무의 고깔 대신 차용된 랜턴을 장착한 안전모를 쓴 채 잠시 객석의 관객과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아이러니 하지만 바닥을 그리던 두 명의 춤꾼은 어느덧 승무 장단이 서린 특유의 움직임을 춤춘다. 그것은 노동자가 드리는 간절한 기도이자 노동자의 번제를 그린 현대적 승무였다.

 

<제(祭)Ⅱ>의 무대장치인 장혜림·장서이가 완성한 인상적인 목탄화는 제단의 향처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고즈넉이 울려 퍼지는 정주 소리와 함께 무대와 객석까지 자욱한 연기까지. 작품에서 보여준 치밀한 전개와 미니멀한 움직임이 Ninety9 Art Company의 차기작에서 어떠한 노련미로 거듭날 것인지 기대가 된다.

 

춤: 장혜림 장서이/

 

연주: 주보라(가야금) 황진아(거문고)/작가: 이주희/무대: 이태양/의상: 혜율

 


11.14/15
김지혜 프로젝트  <許心(허심)>_ 김지혜 안무/박다열 음악

 


 

 


 

<許心(허심)>은, 사람은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는 ‘공수래공수거’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우리는 일생동안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질문과 답을 내리며 살고 있을까? 현대인으로서 안무자가 중요하게 바라본 것은, 부속품과 같은 존재가 아닌 주체로서 살아가는 나 자신의 모습을 진솔하게 돌이키고 마주할 수 있는 자세에 초점을 둔 것으로,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하는 안무자의 반성적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 <허심>의 주제는 굿거리장단에서부터 본격화되었다. 복잡한 세상의 이상적 삶과 꿈을 찾고자 한 안무가의 의도가 차츰 드러나기 시작한다. 살색의 신축성 소재에 붉은 테두리가 있는 원피스 의상은 퍼즐을 맞추듯 쌓아가는 음들에 맞춰 운동방향을 순간적으로 전환하는 자유분방한 구성을 유도했고, 향발을 무구로 한 움직임의 율동감을 한층 리드미컬한 춤으로 시각화했다. 그러나 작품 속 안무자 김지혜의 주제의식은 다소 모호한 의구심을 남긴 채, 음악감독 박다열과 연주 팀(가야금 , 피리, 생황, 장구 등)의 생동감 넘치는 라이브 음색에도 불구하고, 3인의 군무가 하나의 현대적 춤판으로 화(和)하기에는 작품의도가 너무 난해하고 추상적이었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모든 춤동작이 의미동작이거나 모든 연주가 이유 있는 음악일 수 없지만, 적어도 <허심>이 내포하는 안무자의 내면의식이 어떤 세계를 지향하고 있는지가 좀 더 명확한 스토리라인으로 전개되었으면 하는 게 관객들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무대 좌측에 위치한 연주자들과 3인의 무용수들이 마치 대결구도를 연상케 하듯 수직 구도의 동선이 신선했지만, 무대조명의 컬러감때문인지 작품이 전반적으로 어둡고 가라앉는 분위기였다. 연주자들이 준비한 다양한 악기와 보면대가 장치를 대신할 만큼 협업 음악의 비중이 예상보다는 훨씬 크게 느껴졌다. 무용이 좀 더 주도적인 위치에서 음악과의 하모니를 이룰 수 있었더라면, 움직임의 볼륨 또한 훨씬 무게 있게 전달되었을 것 같았다.

 

신진국악실험무대 2019 <청춘대로 덩더쿵>은 음악가와의 협업에 획기적 변화를 더한 기획이다. 그러나 음악의 역할이 중시되었다는 것이 음악적 비중이 무용을 능가해도 무방하다는 것과는 다르다. 그런 관점에서 안무가 김지혜의 작품은 협업에 있어서 바람직한 장르적  안배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의 여지를 남긴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춤: 이지현 장지연 김지혜/
연주: 박다열(장구) 장도경(가야금) 홍지혜(피리 생황)

 


11.19/20
이혜준 프로젝트  <알아가기>_ 이혜준 안무/강솔잎 음악

 


 

 


 

작품 <알아가기>는 ‘나’자신의 존재감을 파리에 대입한 씨니컬한 작품으로, 이상적인 내가 되기 위해 나라는 존재가 위치해야 할 ‘공간’은 어디인지... 에 대한 안무가의 고민과 철학이 담긴 작품이다. 림태주의 소설 『관계의 물리학』에 모티브를 둔 이 작품은 사람사이에 존재하는 간격의 정도는 결국‘나’에 의해 설정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두리춤터 1층 FOYER의 출구를 무대 후면 스크린처럼 그대로 활용한 방식이라든가, 천정에서 드리운 수평을 이룬 바(bar) 그리고 무용수들과 연주자들의 일체감을 상징하는 검은색 커다란 후드(hood)는 청춘들의 발랄한 사고를 여과 없이 반영했다. 슬라이딩 도어가 열림과 닫힘을 반복하면서 동시에 켜짐과 꺼짐을 반복하는 모습은 일종의 미리보기에 해당한다.

 

음악가 강솔잎 팀의 국악연주가 흐르고 무대가 열리자 무대 위 곳곳에 흩어진 쓰레기가 다소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안무자가 파리의 움직임에서 인간의 모습을 대입하였다는 의미로 본다면 그 개연성은 납득이 간다. 폐비닐을 연상시키는 쓰레기들을 무대로 뿌리며 인상적으로 등장하는 무용수들의 모습과 이에 맞춰 연주자들은 폐품을 활용하여 효과음을 대체하는 등 아이디얼한 구성과 안무가의 재치 있는 연출이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그럼에도 작품 <알아가기>는 마치 과하게 투하된 쓰레기에 갇힌 듯 너무나 철학적으로 빠져버리고 만 느낌이랄까? 사실, 안무가 이혜준은 춤움직임은 물론 무용수로서의 이미지 또한 호평을 받아 온 재원이다. 그런 그가 이번 무대에서 다소 부진을 면치 못한 이유는 다름 아닌 움직임의 부재가 원인이라고 여겨진다. 특히 신진국악 프로젝트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전통’에 대한 춤 해석에 있어서, 국악 연주 그 이상의 ‘전통 요소’가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못해 기획 의도가 작품 전반에 효율적으로 반영되지 못한 점이 단적으로 지적된다.

 

“나는 무언가의 틈새에 누군가의 사이에 존재한다”와 같이 수평의 바를 장치로, 공간을 이원적으로 해석한 이혜준의 고민이 다음 무대에서는 관객과 좀 더 가깝게 호흡하는 춤공간으로 보완되길 내심 기대해본다.

 

춤: 조한진 김현우 김시원 황서영 이혜준 한성민 노연택/
연주: 이상경 김은진 박민지

 


11.21/22
오유진 프로젝트  <불온전한 숨>_ 오유진 안무/이아민 음악

 


 

 


 

<불온전한 숨>은 현대사회 인간들의 모습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차용한 것으로, 불완전한 삶일지라도 순응하려는 안무자의 긍정적 메시지가 투영된 작품이다. 이번 프로젝트 참가작들 대다수가 그러한지만, 특히 안무자 오유진의 <불온전한 숨>은 음악가 이아민의 미의식과 만나 기운생동하는 한국춤의 역동성을 완성도 높은 콜라보로 완성한 무대였다.

 

해금, 피리, 생황, 태평소, 장구와 음악가 이아민의 변화무쌍한 건반 그리고 청아한 음색의 정가 등, 작품 <불온전한 숨>의 음악은 처음부터 신선하고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영화를 연상케 하는 스크린으로 <불온전한 숨>의 출연자 명단이 자막으로 떠오른다. 이어 갈대를 쓰다듬으며 걸어가는 주인공의 뒷모습, 엄마와 잡은 손, 공부하는 손들에 이어 생명을 잉태한 어머니의 따뜻한 자궁을 연상케 하는 물속 영상이 신비롭다. 스크린의 영상은 다시 무대 위 바닥을 뒤 덮은 커다란 투명 비닐로 치환되고, 방금 전 영상에서 마주한 그곳에서 호흡하는 주인공(오유진)의 움직임으로부터 <불온전한 숨>은 시작되었다.

 

비닐이 걷히고 밴드의 신축성을 활용한 군무진의 무대로 이어졌다. 깊이 파인 소매단과 검은색 바지 의상은 전통춤사위를 응용한 움직임의 매력을 날렵하고 멋스러운 춤선으로 이끌었고, 남녀의 관계를 보여준 터벌림 장단의 변주를 비롯해 국악기 음색 특유의 친숙함과 박진감 넘치는 연주는 공연 내내 보는 이들의 귀마저 흥겹게 했다. 오유진은 현대인의 불온전한 숨(호흡)을 표현함에 있어 위트와 코믹 터치(상관의 잔소리, 개야~ ♪ 개야~ ♪ 등등)를 시종 놓치지 않았는데, 이러한 작품의 개성은 신진안무가 오유진의 경쾌하고 발랄한 패기를 엿볼 수 있어 더욱 유익한 무대였다. 대중의 취향을 간파한 안무가와 음악가의 예술성은 라이브 춤판의 특징을 고르게 반영하였고, 댄서들의 간결하고 일사분란한 춤호흡과 이에 혼연 일체를 보여준 협업음악가 이아민팀의 신명나는 연주는 2019 신진국악실험무대의 모범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엔딩 스크린 영상 속 자막, “내일을 사느라 오늘을 잊은 당신에게... 별은 무엇입니까?는 안무가의 삶의 태도가 반영된 관조적 메시지로, 미래를 좇기에 급급한 오늘의 불완전한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알종의 충고?와도 같았다. 오유진의 작품은, 다채로운 구성으로 풍성했지만 넘치게 자극적인지 않은 풋풋한 청춘의 춤과 음악(정가와 연주)이 조화로운 춤판이었다. <불온전한 숨>은 2019 신진국악실험무대 <청춘채로 덩더쿵> 출품작 중 안무가와 음악가의 협업이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된 작품이다. 이번 기획의 빛나는 성과에 기여한 안무가 오유진과 음악가 이아민에게 다시 한 번 큰 박수를 보낸다.

 

춤 : 오유진 김상현 손무경 백일준 안현정/
연주 : 김어진(피리 생황 대피리 태평소) 박다혜(해금) 정준규(장구 및 퍼커션) 지민아(정가)

 


11.23/24
송윤주 프로젝트  <뚝>_ 송윤주 안무/ 오승원 음악

 


 

 


 

<뚝>은 주체성과 자아를 바탕으로 삶의 중심적 가치를 ‘뚝심’에 비유하고 이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안무가 송윤주의 이번 작품은 <청춘대로 덩더쿵> 6개 작품 중 움직임을 제외한 장치적 요소를 가장 미니멀하게 덜어낸 작품이다. 그럼에도 익살과 광기, 애환과 서글픔 등 만감의 정서가 동시에 교차하는 것 또한 작품 <뚝>의 특징이다. 안무가의 이번 작품은 봉산탈춤 중 말뚝이의 소재를 차용해 그만의 대담한 주체적 자아를 강조하여 작품의 주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무대의 적막을 깨우는 정주소리와 함께 음악가 오승원팀의 타악 연주가 흐르고, 이번 청춘대로 기획 중 유일하게 포이어 극장의 2층 난간을 활용한 작품 <뚝>의 제1장이 시작되었다. 무대 사용의 수직적 깊이감을 충분히 활용한 움직임의 동선은, 난간을 따라 다리를 걸터앉거나 혹은 매달리는가 싶더니 일사분란하게 이어지는 움직임은 치열한 삶 속에서 앞 다퉈 뱃머리를 사수하려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한 듯하다. 난간을 잡고 옆으로 이동하거나 난간 아래 양 손으로 매달려 공중을 걷는 듯 휘젖는 다리 동작 등 아크로바틱한 동작에서 안무가의 도전적인 개성을 읽을 수 있는 동작이었지만 결코 흔한 장면은 아니었다.

 

2층 난간을 춤추던 무용수들의 몸이 하나 둘 1층 무대로 이동하면서, 송윤주 특유의 현란한 무브먼트가 시작되었다. 제2장 (뚝)이다! 소리꾼의 구성진 사설“말뚝이 자네~ 그럼 오늘 탈을 직접 만들어 보세!”를 뒤로 하고, 송윤주의 처연한 춤이 이어진다. 마디와 호흡이 살아 있는 리드미컬한 에너지로 전통춤 움직임의 특성을 제대로 살려낸 동작이다. 말뚝이의 얼굴에 낙서가 더해질수록 점차 탈의 모습이 완성된다. 미니멀한 조명과 멜로디를 배제한 타악 연주는 짧게 끊어지는 박자를 타고 마디마디를 조밀하게 쪼갠 발동작과 상체의 움직임에 이어 빠르게 휘몰아치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한국춤의 움직임을 최소단위로 쪼갠 모습은 동작을 극대화시켜나가는 송윤주의 춤에너지를 극적으로 몰아가는 명장면이었다.

 

국악의 풍성한 음색을 덜어내는 것은 물론 화려한 분장이나 의상도 아닌, 조명기 두 대로 움직임 에너지를 함축한 안무가의 의도가 차츰 느껴졌다. 말뚝이 얼굴에 가득해진 낙서. 그것은 <뚝>이라는 제목이 갖는 “괜찮다!”를 일축하는 부분이었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그렇게 다가왔다. “한그루 나무되리...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아야 하는 이유는, 21세기가 나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다...”의 나레이션처럼.

 

이번 <청춘대로 덩더쿵>에서 신작의 안무 비중을 차치한다면, 송윤주는 현란함과 절제가 공존한 움직임의 텍스트가 가장 견고하게 무장된 춤꾼이었음이 분명하다.

 

춤: 송윤주 윤민정 김효준 최종인/
연주: 오승원 김민기(장구 쇠) 지경태(북) 최용석(소리)

 


11.25/26
C: MAKEMADE  <無 _ 黙 嚜 爅 蟔>_ 오정윤 안무/김현섭 음악

 


 

 


 

<無 _ 黙 嚜 爅 蟔>은 삶을 할애하며 직면하는 많은 감각들의 순간들에 대한 당위성을 내용으로 한 작품으로, 치밀한 구성과 무대 장치 그리고 협업 음악가와의 호흡 등 작품의 스케일이 웅장하고 완성도가 갖춰진 공연이었다. 안무가 오정윤은 세상사 모든 시작을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묵·묵·묵·묵이라는 동일한 소리로 읽혀지지만, 각각은 침묵(黙), 거짓(嚜), 불탈(爅), 쐐기(蟔)를 장별로 구성하고 있다. 때문에 개연성을 갖고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안무가의 주도면밀함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주제가 관객들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되었을 지에 대해서는 작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는 제목 혹은 주제에서 마주한 난해함을 감안하고 접근하였을 안무자에게도 네 개의 ‘묵’은 적잖은 딜레마였으리라... 반면, 작품 <無 _ 黙 嚜 爅 蟔> 무대의 가용성을 최대치로 이끈 상수 후방 연주자들의 위치 또한 블랙박스의 활용성을 극대화 한 신의 한 수였다.

 

고쟁이 모양의 하의와 말기를 넓게 응용한 오프숄더 의상을 한 2인. 공연시작 전 관객의 입장부터 한지의 바스락거림을 일으키고 있다. 무대의 등퇴장 구역과 블랙박스 좌측 윙부분을 완전히 개방하였고, 확장된 무대 좌측과 무대 전면 앞쪽을 가득 채운 한지를 뭉친 종이덩이들 그리고 사과상자가 보인다. 입구를 들어와 객석으로 이동하는 관객들의 손에 간혹 사과를 들고 들어와 상자에 담는다. 그들 또한 바스락거림을 일으키는 모습이 이채롭다.

 

안무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곤충(불나방)의 이야기를 빌어 생존의 어려움과 아픔 그리고 그들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위험을 모르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의 모습을 말이다. 상체의 웨이브를 활용한 안무가의 움직임이라든가 박자를 빠르게 내딛어 간 후반 클라이막스 등은, <無 _ 黙 嚜 爅 蟔>의 개성이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난 움직임이었다.

 

음악가 김현섭의 음악은 이번 작품에서 인간에게 미치는 환경을 대신하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침묵”일지도 모른다는 안무자의 말처럼, 삶을 할애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많은 감각들의 순간들을 마주한다. 보여지는 소리, 들리는 움직임. 서로 다른 감각들로 빚어낸 그림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서로를 변화시키며 말이다.

 

오정윤의 <無 _ 黙 嚜 爅 蟔>은 소극장 공간을 극대화 한 커다란 프레임 안에 불나방의 움직임을 가득히 채운 안무가의 감각적 스케일이 뛰어난 작품이다. 오로지 자신만의 빛으로 존재하고, 스스로 위안하며 세상과 마주하는 방법을 작품으로 형상화하기 위해 작품의 외재적 요소에도 많은 공을 들인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다만, 관객들에게 좀 더 설득력 있는 작품으로 다가가려면 움직임의 전개를 명분화 할 스토리라인이 조금 더 구체화되었으면 한다. 차기작이 기대되는 신진안무가이다.

 

춤: 오정윤 권영성 이혜진 김민정 양인화/
연주: 김현섭 이원련(건반) 강병관(기타) 김민철(콘트라베이스) 서준호(드럼) 성유경(타악)

 


이상으로, 2019 신진국악실험무대 <청춘대로 덩더쿵>이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총 12일간 진행된 이번 무대는 3년(2015~2017)의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좀 더 성숙되고 진화한 모습으로 신진국악실험무대의 대표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그간 멘토링 시스템을 주축으로 신진들의 예술적 역량을 지지해오던 <청춘대로 덩더쿵>은, 올해 새로 도입한 음악가 매칭을 통해 무용과 음악의 신선한 협업으로 종합예술성을 지향하는 완성도 높은 무대를 마감했다. 아무쪼록 예술인재들의 제전인 두리춤터의 <청춘대로 덩더쿵>이 신진들의 통과의례의 장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이 무대를 기반한 그들이 부디 ‘전통을 품을 줄 아는’ 세계 속 한류(韓流) 아티스트로 성장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2015년 첫 해의 그 바램처럼 두리춤터의 무대를 통해서...!

 

두리춤터는 2020년 개관 30주년을 앞두고 한국창작춤의 역사적 산실(産室)이다. 극장 대표 임학선의 모토인 실험-창작-연구가 함께 하는 블랙박스 극장과 포이어극장이 두리춤터의 시그니쳐가 되기까지, 원로 명인을 비롯한 걸출한 예술가들과 무수한 공연들이 그곳을 거쳐갔다. 그 중 전통에 역점을 둔 대표기획이 두리춤터의 <테마가 있는 한국춤시리즈>와 <청춘대로 덩더쿵>이다. <테마가 있는 한국춤시리즈>가 이 시대 한국춤의 역사와 문화사적 흐름을 기반으로 신진에서 원로 예술가들까지 고르게 참여하는 한국춤 기획이라면, <청춘대로 덩더쿵>은 우수 역량을 지닌 오늘의 신진들을 인큐베이팅 하는 기획인 셈이다. 차별화된 공간의 특수성을 살려 한국공연예술의 발전에 기여하는 예술극장으로서 블랙박스 극장은 전통·창작·연구 공간 등으로 연중무휴 운영되고 있으며, 포이어 극장은 장르 융복합 공연과 신진국악실험무대와 같은 실험성 짙은 공연으로 공간의 영역을 확장해 운용되고 있다.

 

박자은(무용학 박사, 춤평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