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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명륜(明倫)의 이름을 더럽히는 이들

편집부
2025.10.14·6분 읽기·조회 56

중국 송나라를 대표하는 유학자로, 서울 문묘 성균관과 전국 향교에 ‘송조6현’의 한 분으로 모셔진 휘국공 주희 선생과 제자 유청지가 1187년에 완성한 『소학』은 어린아이나 유교 입문자에게 초보적인 유교 학문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수신서로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서적으로 읽혀왔다.

 

스승이나 어른들에게 맞아가며 글을 배웠던 선배 유림들은 굳이 책을 보지 않아도 머리 속에 그 내용이 모두 들어 있어서 줄줄 외웠고, 세상의 무수한 일들에 대해서 그 책에 나오는 구절이나 이야기를 예로 들며 손쉽게 설명하곤 했다.

 

그 중에서 「선행제육(善行第六)」의 57번째 내용인 양진의 ‘사지(四知)’ 이야기는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거나 지역에 은거한 선생님을 찾아가 한문 공부를 했던 이들이라면 ‘자네도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하네’라는 말씀과 함께 접하곤 했다.

 

서기 108년에 있었던 실제의 일로, 200년 후에 쓰인 『후한서』에도 나오는 이야기의 내용은 ‘양진이 형주자사로 근무하던 시절에 추천한 왕밀이 창읍 고을의 현령이 된 후 지나는 길에 만나게 되자 왕밀이 감사의 의미로 금 10근을 바쳤는데 양진이 이를 거부하자 왕밀은 늦은 밤이라 아는 사람이 없다며 무마했고, 그러자 양진은 하늘이 알고(天知), 신이 알고(神知), 내가 알고(我知), 그대가 아는데(子知) 어찌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가라고 하며 이를 끝내 거절했으며, 왕밀은 부끄러워하며 물러났다’이다.

 

권력자나 정치권의 뇌물 공방이 벌어질 때 언론에 종종 등장하곤 하는데 사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양심을 지켜야 한다’는 것과 ‘아무리 은밀히 이뤄지는 비리 행각도 완전히 은폐할 수 없다’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전국 유림 및 국민들의 제보와 사실관계 확인 및 증거 확보를 거쳐 본지가 보도하고 있는 ‘최종수 성균관장과 김기세 총무처장 주도의 성균관’에 대한 각종 위법·편법·불법 행위들에 대해 ‘모든 것이 허위이고, 왜곡이다’라는 주장을 펴며 각종 회의나 공식 자리마다 발언의 내용을 계속 바꾸던 두 사람은 끝내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이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고 ‘유교 종단의 수장이 구성원을 해치기 위해 법적 조치를 취한 최초의 사례’를 만들면서까지 입틀막을 시도하며 법원에 ‘게시글 삭제 및 게시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률과 양심에 의해 판결하는 1심 및 2심 재판부는 이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고, 특히 2심 재판부는 ‘각하(민사소송법에서 소나 상소가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부적법한 것으로 하여 내용에 대한 판단 없이 소송을 종료하는 일)’와 ‘기각(소송을 수리한 법원이 소나 상소가 형식적인 요건은 갖추었으나 그 내용이 실체적으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소송을 종료하는 일)’을 주문에 명시하면서 신속하게 패소를 판결했다.

 

이에 따라 3심인 대법원에 사건을 가지고 가더라도 아예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관측되는 속에서 ‘그래도 끌고 가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있었으나 법조계의 상식을 조금만 가진 이라면 이런 결과로 판결의 내용이 바뀌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뒤늦게 파악했는지 그들은 그대로 머물렀고, 법원은 지난 9월23일자로 2심 재판부의 판결 내용을 최종 확정했다.

 

이로써 지난 2024년 12월17일부터 10개월에 걸쳐 법적 조치를 통해 거짓말로 모든 것을 덮으려 했던 시도는 공식적으로 존립 근거를 잃었고, 앞으로 같은 내용을 반복해 발언하고 조장한다면 이것은 사법부의 판결을 정면으로 무시하고,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해왔던 우리 유림들의 판단력을 우습게 보는 처사가 될 것이다.

 

아울러 감정 싸움 정도로 인식하며 ‘좋게 해결해 가라’고 했던 이들이 “해도해도 너무 하다” “심산 김창숙 선생을 비롯한 어른들이 귀중한 사재까지 털어가며 보전해 왔던 유교 종단과 성균관이 어쩌다가 이 모양이 됐느냐?” “괜찮아요? 힘들지 않아요? 기사들을 보니 요즘 대통령이나 정권도 못하는 몰지각한 일들을 성균관이 대놓고 하더군요” 등의 반응을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집단지성이 움직이는 차원으로 확대되며 각종 제보, 도움, 조언, 경험담, 격려, 응원이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의 불법비상계엄 옹호 입장과 지난 2월19일의 일왕생일파티 참석을 통해 극우친일의 입장을 굳게 지켰던 최종수 성균관장은 지난 3월9일의 춘기석전 초헌관을 끝까지 숨기다가 ‘당시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인 분이 당일 등장해서 알게 했고, 총무처 직원들을 동원해 창간 56년의 역사를 가진 본지의 취재를 끝까지 방해했다. 9월25일의 추기석전에서도 초헌관을 밝히지 않다가 당일에서야 ‘여권 고위 정치인’임을 알게 함으로써 영광된 자리인 성균관 석전 초헌관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추락시켰다.

 

취재 방해를 하면서 “대통령실에서도 안 되면 출입을 안 시킨다” “지난 정부가 아니라 현 정부가 그렇게 한다”고 했던 김기세 총무처장은 정교분리의 원칙을 어기고 올해 6월까지 특정 정당의 당적을 소유하며 2022년 제20대 대선 당시의 ‘윤석열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과천시 총괄본부장’ 경력을 과시했고, 올해 6월 정권 교체 후에는 정반대의 입장으로 돌변해 이재명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친분을 과시하는 등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하는 위선의 모습을 노골화했다.

 

아무리 숨기고, 거짓으로 덮으려 해도 진실은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