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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유림혁신선언’ 구호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편집부
2016.11.13·4분 읽기·조회 41

성균관유도회 창립 70주년 기념 전국유림총화대회에서 참석 유림들은 ‘대한민국 유림혁신선언’을 채택했다. 2천여 명의 유림들이 모여 70년 전 선배 유림들의 열기를 재현하며 발표한 이 선언서의 내용은 유림권 안팎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간의 유림권 상황으로 보면 기대 이상의 내용을 담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전국유림총화대회를 다르게 보는 이들도 있다. 그 만큼 유림들이 모인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문제는 과연 선언의 내용을 실천해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선언을 했으면 실천이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지금의 유림권 현실로 보자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선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성균관유도회총본부가 부회장들과 시·도본부회장 연석회의를 개최해 지난 대회를 결산하고 앞으로의 실천 과제를 설정한 것은 시기적절한 조치였다고 여겨진다.

이 시점에서 유림들에게 시급한 실천 과제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 전국유림총화대회 당시 참석 유림들은 “결국 우리 유림은 수기(修己)하지 못하였다. 수기가 없었으니 치인(治人)이 있을 리 없다. 유림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유림의 주장 자체를 떠나서, 조직 자체가 높은 도덕성을 가져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으니 우리는 오늘 반성과 회한이 앞서는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또한 “을유광복(乙酉光復) 후의 민족적 대의(大義)가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의 활로를 개척하며, 민주주의를 정착시킴에 있었다면, 이후의 유림 역사도 이에 걸맞는 흐름이어야 했다. 그러나 친일유림이 준동하여 분규를 일으켰으며, 한때는 독재정권에 굴종하여 양심과 정의를 수호해야 할 선비의 사명을 방기(放棄)하여…선비집단으로서의 기능을 망각하고 권력의 시녀가 됨으로써 국민의 외면을 받은 것이니 참으로 부끄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시대정신을 망각한 채 분규와 소송으로 점철한 지난 시간에 대한 반성과 회한이다. 반성을 한 만큼 다시는 이 같은 일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당한 비판이라면 공론의 장에서 다뤄 수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단지 사적 이익을 위해 분규를 조장하는 행위라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것이 시급한 첫 번째 실천 과제다.

선언서에서는 이어 “유림조직의 임원은 벼슬이 아니다. 죽어서 묘비나 지방(紙榜)에 올리려고 맡는 직책이 아니다. 심산(心山) 선생이 말한 바, 귀한 것은 공자의 성명(姓名)이 아니라 공자의 심법(心法)이다. 우리의 도포가 어찌 삼황(三皇)의 법복(法服)이겠으며, 우리의 말글이 어찌 오제(五帝)의 법언(法言)이겠는가! 선비는 시대와 함께 가는 사람이다. 좋은 세상은 어떠해야 하며, 좋은 세상을 위해 할 일은 무엇인가를 항상 고심하는 사람이다. 우리 유림은 시대정신인 자유, 민주, 정의, 평등, 평화, 인권, 상생, 통일의 가치를 성현의 말씀을 통해 구현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더 이상 교화(敎化) 단체의 틀에만 갇혀서 정치적 실천을 방기할 수 없다. 유림은 언제든지 정치적 결사(結社)로서 선거에 참여하고 정권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유교의 이상은 “자기 몸을 닦고 다른 사람을 편안케 한다”는 수기안인(修己安人)이고 여기서 ‘안인’이란 ‘정치’다. 물론 유교에서 말하는 정치란 정치공학적 의미만을 갖는 게 아니다. 그렇더라도 ‘수기’와 ‘안인’을 따로 떼어놓고 말한다면 반쪽짜리 유림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이 시대 유림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정치의식의 회복과 각성이다. 이것이 두 번째 시급한 실천 과제다.

선언을 했으면 실천이 따라야 한다. 만약 전국유림총화대회에서 선언한 ‘유림혁신선언’이 구호로만 끝난다면 이 시대에서 더 이상 사문진작의 기회를 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