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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성균관의 시스템을 복원해야 한다

편집부
2016.12.15·4분 읽기·조회 41

지난 7월5일 성균관에서는 총회 대의원 공동대표들이 소집한 임시총회가 열렸다. 유림회관 대강당을 가득 메운 이날 임시총회에서는 총회를 소집하지 못해 미뤄졌던 각종 안건이 의결됐다.

특히 성균관을 혼란에 빠뜨리고 소송 사태를 주도했던 총회 방해자들의 사정위원회 회부, 공부자탄강일 국가기념일 지정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이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하지만 이후 총회 의결 사항에 대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아마도 이때 총회 의결 사항이 제대로 이행됐더라면 지금과 같은 성균관의 혼란 사태는 다시 재발되지 않았으리라는 게 중론이다.

이 같은 성균관의 상황을 놓고 지금의 정치 현실과 비교하는 유림들이 많다. 시스템이 멈춰버린 국가적 상황과 성균관의 상황이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는 오스트리아의 시인이자 작가이다. 그에게는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 작은 장미가시에 찔려 결국 사망했다는 이야기다. 비록 작은 가시지만 그로 인해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은 바로 시스템을 망가지게 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신체는 모든 시스템이 잘 작동될 때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게 된다. 미세한 혈관 하나만 막혀도 사지가 마비되는 병을 유발시키게 된다. 따라서 아무리 작은 병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가나 단체는 사람의 신체보다 더 중요한 시스템에 의해서 움직인다. 한 곳이 고장 나면 모든 구동이 멈춰버려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다. 요즘 국가도 그렇고 성균관도 그렇다.

성균관은 유교의 중심축이며 仁義禮智를 종지로 삼는 단체다. 결코 성균관장 혼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 234개 향교가 있고 유도회 조직과 향교재단이 전국에 조직되어 성균관을 중심으로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한 곳이 멈춰버리면 나머지도 역시 큰 영향을 받는다. 성균관 내부 조직도 마찬가지다. 성균관 정관을 보면 성균관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각 조직 구성에 대한 내용도 있고, 각종 위원회도 잘 정비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성균관은 위원회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다. 즉 시스템은 구성되어 있지만 실제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부관장에게는 각자의 역할이 있지만 단 한 번도 그러한 역할 수행이 주어진 적이 없다. 이름만 부관장이지 실제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사정위원회가 있지만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다. 사정위원회가 개최되어 시비를 판단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아울러 특별위원회도 있고, 전교회의도 있지만 모든 기능이 마비되어 침묵만 지키고 있다.

작동되지 않는 시스템은 존재할 이유가 없고,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보니 국가가 이렇게 혼탁한 시점에 선비의 외침도 없다.

성균관이 사회에 도덕성을 외치고 어른의 역할을 하려면 지금이라도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 시점에서 릴케의 ‘가을날’이라는 시를 떠올려 본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오래 고독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