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균관장 선출규정 개정, 의혹만 부풀린다
지난 31대 성균관장 선출 당시 유교권의 분위기는 성균관 정상화에 대한 기대로 충만했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유림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기만 했다. 32대 성균관장 선거를 목전에 둔 이 시점에서도 유림들이 바라는 것은 다른 게 아니다. 선거를 하자 없이 무사히 치러 성균관과 유림사회가 정상화됐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로 보면 이런 바람도 이뤄지기는 힘들 것 같다.
어윤경 성균관장은 오는 2월10일 성균관장 선출규정 개정을 목적으로 하는 임시총회를 소집했다.
하지만 임시총회 안건은 성균관장 선거 일정으로 보면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직전이라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고 일반 상식에도 크게 벗어난다. 게다가 안건내용도 성균관 정관을 위반하고 있어 소송을 좋아하는 이들의 먹잇감이 되기 딱 좋다.
우선 안건내용을 보면 모두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상정돼 있다. 현 정관에 따르면 성균관장 선출 일정은 선거 30일 전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정하도록 되어 있고, 선거 헌성금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자신들이 만든 개정안이 이미 통과된 것을 전제로 선출 일정과 선거 헌성금 액수의 가부를 묻고 있다. 즉 정관이 개정되지 않았는데도 바꾸겠다는 정관 내용으로 미리 의견을 묻고 있는 것이다. 일의 순서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또한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헌법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부분도 있다. 신문사를 보고 선거기간 중 선거 관련 기사를 자기들이 주는 것만 보도하라고 하니 이는 그야말로 초헌법적 발상이다.
이 같은 무리한 선출규정 개정 시도는 성균관 현 집행부가 특정 인물을 정해 놓고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고 한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실제 어윤경 성균관장의 측근들은 특정 인물에 대한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이들이 언급한 모 인사는 성균관과 유도회 활동 경력이 전무해 성균관장 출마 자격도 없고 현 규정으로 볼 때 출마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선출규정 개정을 통해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바꿔서 후보 자격 없는 특정 인사를 성균관장 후보로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전 선거에서도 그랬지만 공정한 선거 관리에 책임이 있는 집행부가 선거에 개입해 영향력을 끼치려 하는 점은 늘 지적돼 오던 성균관의 적폐 가운데 하나이다. 선출규정을 보완하겠다면 바로 이런 점들을 손봐야 했다.
이전에 그랬듯이 서면의결서를 받고 대충 우겨 선출규정을 바꾸고, 성균관장 선거를 자기 멋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더 이상 유림들을 우습게보고 우롱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찌되었건 성균관장 선출규정 개정은 총회 대의원들이 결정할 일이고 앞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그 책임도 총회 대의원들의 몫이다. 과연 무엇이 성균관을 정상화사키는 길인지 옳고 그름을 분명히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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