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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 선거, 사문진작의 갈림길이다

편집부
2017.06.14·4분 읽기·조회 40

감사원이 이른바 ‘최순실 관련 국정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불법 부당해도 “생각하지도 판단하지도 말라”는 이전 정권의 청와대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던 공무원 조직의 도덕 불감증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이다. 이와 관련해 해당 부서의 전직 장관은 “생각하지 마라. 판단은 내가 할 테니까 니들은 시키는 대로만 해라. 그 얘기를 아주 공공연하게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이런 일들이 공무원 사회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공무원 조직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이나 단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적폐라고 할 수 있다.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구분하지 못해 벌어지는 이런 일들은 그 동안 우리 유림사회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유림권 내부의 불법 부당함을 지적하고 비판하게 되면 당사자들은 ‘가추불가외양(家醜不可外揚)’을 들먹이며 오히려 비판하는 이들을 비난하곤 했다. ‘가추불가외양’은 “집안의 추한 모습은 바깥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중국의 속담으로 풍몽룡(馮夢龍)이라는 사람이 쓴 소설에 나오는 말이다. 흔히 조직 내부의 불의를 드러내고 비판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면서 악용되는 말 가운데 하나이다.

이들은 가정과 마찬가지로 나라나 기업에도 국익이나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고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감춰야 할 것이 있다고 주장하며 언론에도 이러한 잣대를 들이대곤 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런 비유가 적절치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유교의 덕목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제 며칠 있으면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 후보등록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선거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후보로 나선 이들은 벌써부터 대의원들에게 유인물을 보내 자신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일부 후보는 지나친 읍소로 대의원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고,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타 후보에 대한 비난과 호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성균관의 주요 직책을 맡는 동안 편법과 부정으로 일관해 유림사회를 혼란에 빠뜨려 놓고도 중앙의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지방의 대의원들을 기만하기도 한다. 써서는 안 되는 돈을 써놓고도 마치 성균관 운영비를 마련한 것인 양 거짓을 늘어놓고 심지어는 지금의 성균관을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고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는 아무 생각 없이 거짓에 빠져 이런 주장을 그대로 옮기기도 하고 어떤 이는 ‘가추불가외양’에 얽매여 제대로 시비를 가리지도 못한 채 속앓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유림의 자세가 아니다.

일찍이 공자께서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고 했다. 이에 대해 주자는 “마음에서 구하지 않기 때문에 어두워 깨달음이 없고, 일을 익히지 않기 때문에 위태로워 편안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주를 달았다. 하지만 사실 뜻이 명확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다산 정약용은 “망(罔)은 속임을 당하는 것이고, 태(殆)는 위태로운 것이다”라며 “그 정사(正邪)와 시비(是非)를 확정할 수 없으므로 위태롭다”고 주를 달았다. 속임을 당하지 않고 시비를 가리기 위해서는 생각과 배움을 병진(竝進)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공자 말씀에 대한 주 가운데서는 뜻이 가장 분명한 것 같다. 맹자는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제 성균관과 유도회가 대립 분열했던 지난날의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유교 중앙 단체로서 역할을 분명히 해 새롭게 출발한 성균관과 호흡을 맞춰 사문진작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회장 선출 대의원들은 후보로 나선 이의 거짓 주장에 속지 말고 생각을 깊이 해 시비를 가려 판단해야 한다. “사유불능은 모든 악을 합친 것보다 더 큰 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이 유난히 가슴에 와 닿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