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泮村魯堂>남북 정상 회담, 그리고 일본과 중국

김학경(용인향교 장의/문양서당 훈장)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북한의 핵실험으로 촉발된 한반도의 긴장 상태는 당장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 같이 불안하였다.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을 필두(筆頭)로 2017년 9월 6차 핵실험이 정점(頂點)으로 치달았다. 지난해 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 미사일의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해 국가 핵무력 완성으로 공화국은 되돌릴 수 없는 전쟁 억제력을 보유하게 되었다”고 선언하였다.
이러한 북한의 핵 정책에 대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른바 '코피 전략(Bloody Nose)'으로 맞섰다. 즉 미국은 원거리(遠距離)에서 핵 위협 시설을 동시 타격하여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피해를 주어 북한 핵시설을 파괴한다는 군사 전략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자칫 코피 터트리려다 두 집안 싸움, 즉 한반도의 전쟁 상황도 야기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정책이었다.
다행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는 4월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급격한 정치적 변화가 발생하였다. 문재인 정부가 등장한 이후 일관되게 유지한 대화와 평화 정책이 결실을 맺은 것이며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갖겠다고 했던 '한반도 운전자론'의 성과를 거두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단절되었던 핫라인을 재개하여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양 정상의 사전 통화도 이루어진다니 기대가 매우 크다. 더구나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러 미국을 방문한 대미 특사단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북미 정상회담도 수락하였다. 그동안 한반도 긴장의 중요한 두 축이었던 북한과 미국의 대화 선언은 향후 한반도의 종전(終戰) 협정 및 평화 협정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물꼬가 트인 것이다.
그런데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도 불구하고 우리 야당은 아직도 냉전(冷戰)의 사고를 떨치지 못하고 국가의 운명이 걸린 남북 정상회담을 정략적(政略的)으로 이용하며 핵동결이라는 북한의 위장평화 공세에 정상회담을 불용(不容)해야 한다고 하거나 핵동결이 사기라며 남북정상회담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남북 대화를 거부하고 전쟁도 불사(不辭)하며 대립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인가. 이러한 문제 인식은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일본의 극우(極右) 신문인 산케이가 '북한은 신용불량 국가이니 한국의 발표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와 일맥상통(一脈相通)하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어쩌다가 우리 보수 야당은 늘 일본 극우 언론과 같은 인식을 하게 되었는가. 최근 남북 관계에서 거론되는 일본패싱에 대한 일본 극우 세력의 불안을 왜 우리 야당이 대변(代辨)해야 하는가.
최근 국제 정세 변화에서 주목할 것은 중국의 역할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북한 정권을 유지하는 버팀목이었고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하지만 최근 김정은은 중국패싱이라 불릴 만큼 한반도 긴장 완화 과정에서 중국을 철저히 무시하였고 집권 후 중국 지도자 방문에 앞서 미국 정상을 만나는 외교적 파격을 선택하였다.
뿐만 아니라 북미 대화의 조건으로 핵 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기로 하였으며 한미연합군사훈련도 용인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대화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외교적 결단을 했다.
만약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북미정상회담도 성공하게 되면 미국 경제 제재 해제를 비롯한 북미수교 회담까지 이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북미 관계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미국 국내의 정치 위기 탈출과 11월에 있을 중간 선거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겠지만 중국에게는 큰 위협으로 다가갈 수 있다.
이미 경험한 바와 같이 중국은 사드 배치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경제 재제를 단행하여 우리나라에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끼쳤다. 그런데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 감소뿐만 아니라 '미국에 협력하는 북한'이라는 심각한 군사적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
앞으로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은 또 하나의 시작일 뿐이다. 일본패싱, 중국패싱과 같이 한반도 주변의 국가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있어야 거둘 수 있는 과실(果實)이다. 그만큼 문제인 정부의 외교적 역량이 중요한 때이다.
아울러 만에 하나 북미 대화가 실패할 경우 지금보다 더 심각한 전쟁 위협에 빠질 수도 있으므로 여야(與野)를 막론하고 국익을 우선하여 긴밀하게 협조하는 대승적(大乘的)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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