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성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사무총장에게 묻는다
<span style="color:#FF0000;">선배 종교인들이 만들어왔던 ‘존중과 화합의 정신’을 앞장서서 무너뜨리려 하는가?</span>
1. 대한민국의 자리매김에 헌신해온 유교 종단
유교신문은 지난 1969년 4월30일 한국전통문화의 보존과 인의예지(仁義禮智)에 기반한 유교 문화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전국 유림의 뜻을 모아 창간된 후 56년 동안 유교권 유일의 전국신문이자 대표적인 유교 언론으로 자리해 왔다.
유교인은 물론 역대 대통령들을 비롯한 주요 정치인 및 사회 각계의 저명인사, 이름만 들으면 금방 알 수 있는 수많은 학자, 예술가, 언론인 등과 함께 해온 본지는 격랑의 한국 현대사와 급변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고민했던 유교권 및 유림의 소식을 소중하게 역사의 기록으로 전해온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1천만’으로 표현되던 유교인의 숫자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고, ‘AI(인공지능) 시대에 고리타분(?)한 유교 경전과 성현들의 말씀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수천 년 전부터 지구(地球)상에 공존해온 인류가 본래의 선한 마음과 이성(理性)의 판단력을 종종 상실한 채 서로를 힘으로 누르고, 강자로 군림하며, 굴욕적인 패배감 속에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생명마저 스스로 중단시키는 일이 급증하고 있기에 미약한 우리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간 본연의 정신으로 돌아가 스스로 먼저 수양하고, 이웃과 함께하는 이들에게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며, 희망의 끈을 이어가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실마리를 몇 천년 전에도 지금의 우리처럼 갈등하고,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며, 절망이 일상화되었던 속에서 집단의 힘으로 고민하고, 그것을 집대성했던 공자님을 비롯한 성현들의 가르침으로 찾아보려고 노력해왔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종교가 존재해 온 우리나라의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수호하고, 누구나 자신의 종교를 떳떳하게 밝힐 수 있게 하며, 나아가 종교인들부터 화합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광복 후 유교 종단을 조직화하고 성균관을 복원했던 심산 김창숙 선생과 그를 도와 민심을 수습하는 과정에 함께했던 백범 김구 선생 등은 당시 가장 압도적인 세력을 형성했던 유교가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먼저 모범을 보이고, 새로 만들어진 대한민국이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전국의 향교와 향교재단은 소중한 자신들의 재산을 출연해 초·중·고등학교 및 성균관대학교, 전북대학교를 비롯한 학교 건립에 필요한 재정과 부지를 아무런 대가 없이 아낌없이 내놓았고, 유교 종단이 소유했던 것이라 하여 유교 이념에 대한 수업 시간 확보 등을 전혀 강요하지 않았으며, 다른 종교를 믿는 가족의 아이라 하여 배척하거나 외면하지 않았다.
아울러 1960년대부터는 시대적 요구사항을 국가적 차원에서 차질없이 지원할 수 있도록 종교도 소통하며 갈등의 소지를 없애야겠다는 선견지명(先見之明)으로 다른 종단과 협의하는 기구를 주도적으로 만들기 시작했고,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7대 종단을 이끌며 남북통일의 분위기 조성,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상당수의 자료와 문화가 상실된) 중국 정부와의 교류 촉진 등에서 많은 선배 유림이 자금과 땀과 정성을 바쳐 매진했다.
종단 사이의 소통 과정에 수십 년을 관여해 왔던 이라면 상식으로 알고 있는 이런 부분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그때 어른들이 무엇보다도 신경 썼던 것이 ‘존중과 화합의 정신’이었음을 잘 알고 있을 이가 김태성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사무총장일 텐데 정녕 그러한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고, 특정인의 편향된 논리에 매몰되어 한국 종교계를 파탄 상태로 몰아갈 것인가?
2. 유교신문의 성균관에 대한 보도 취지와 김태성 KCRP 사무총장의 탄원서 서명
본지는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최종수 성균관장의 위법·편법·불법 및 연루된 각종 비리, 그리고 12.3불법비상계엄을 지지하고 일왕생일파티에 참석하는 등 극우친일파의 행보를 보이며 국론 분열과 국민 갈등 조장에 앞장서는 모습에 대해 비판해 왔다.
여기에 더해 이권재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 이사장의 ‘대대로 유림 가문’이라는 거짓말과 관련해 ‘갱정유도인도 유림이라 할 수 있고, 스님이나 목사도 유학을 공부했으면 유림 혹은 유학자라고 할 수도 있다’, ‘자신들의 서당이 (원래의) 전통 서당이다’, ‘갱정유도의 영가무도가 『소학』에 나오는 서당 학동들의 수련법이다’라는 등의 황당한 궤변에 대해서도 유교인의 정체성과 관련되기에 비판해 왔다.
1년 여의 시간 동안 본지는 최종수 성균관장이 대표회장으로 있는 KCRP 역시 이러한 와중에 휩쓸려 혹여 KCRP 본래의 목적에 맞지 않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우려했던 모습이 나타났다. 갱정유도가 본지의 칼럼과 사설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신청을 한 것과 관련하여 11월10일 조정을 앞둔 지난 5일 김태성 사무총장을 비롯한 다섯 명의 KCRP 중앙위원 명의의 탄원서가 제출된 것이다.
최종수 성균관장 겸 KCRP 대표회장과 갱정유도에 대한 본지의 기사와 칼럼, 사설은 모두 분명한 사실에 기초하고 있고, 모두가 우리 사회의 공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한 치의 의심도 없으며, 이는 최종수 성균관장 겸 KCRP 대표회장이 김기세 성균관 총무처장과 함께 본지와 본지의 발행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1심과 2심에서 연이어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고, 각하와 기각이 되며, 지난 9월23일에 최종 패소로 확정되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갱정유도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김태성 사무총장의 탄원서는 그가 KCRP 사무총장의 지위에 있는 한 명분상으로나 내용상으로 아주 적절치 않았고, 동기도 매우 의심스럽다.
김태성 사무총장은 “유교신문의 갱정유도에 대한 사설과 보도는 우리 사회의 종교 간 평화와 연대라는 측면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고, “유교신문이 갱정유도를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내용으로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본래적 역할에 부합하는 것인지, 또한 우리 사회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주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하다면 김태성 사무총장은 무슨 근거로 본지의 보도가 사실에 기반하지 않았다고 하는지, 본지의 보도 내용에 대해 사실 확인은 했는지 밝혀야 한다.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김태성 사무총장이 우리 사회의 종교 간 평화와 연대라는 측면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그래서 김태성 사무총장에게 묻는다.
첫째, 김태성 사무총장은 탄원서 작성자를 밝혀야 한다. 본인이 작성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누가 작성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갱정유도의 누군가가 작성해서 가져와 서명이나 해달라고 해서 해줬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실제 탄원서 곳곳에는 갱정유도가 아니면 쓸 수 없는 표현들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둘째, 갱정유도는 “갱정유도인을 유림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하고, “불교 승려나 기독교 목사 중에서도 유교 경전을 깊이 연구하는 학자들이 존재하며 이들을 유학자로 인정하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 태도”라고 했다.
갱정유도는 교조는 물론 교리나 의식 등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유교와 전혀 접점이 없는 종교임에도 다른 종교까지 끌어들여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갱정유도의 이러한 궤변이 오히려 종교 간 평화와 연대라는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김태성 사무총장은 이러한 갱정유도의 주장에 동의하고 인정하는가.
셋째, 갱정유도는 자신들의 경전인 부응경을 가르치고 신앙대상인 선당궁을 모신 갱정유도 서당을 전통 서당이라며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있고, 게다가 국고까지 지원받아 서당 행사를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김태성 사무총장은 “거의 맥이 끊어진 서당의 교육 전통을 갱정유도가 계승해 왔다는 것은 수많은 학계의 발표와 언론 보도를 통해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했다.
서당의 교육 전통을 갱정유도가 계승했다고 하는 것은 아무 근거 없는 그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그럼에도 무슨 근거로 이 같은 주장을 하는지 김태성 사무총장은 밝혀야 한다. 매일 아침 선당궁 앞에서 주문을 외우고 기도를 하는 게 우리의 전통 서당인가?
전통 서당의 맥은 갱정유도가 아니라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서당과 재실을 열어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정통 유학자들에게 의해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경남의 내당서사(內塘書舍)는 중재(重齋) 김황(金榥, 1896-1978) 선생이 경남 산청군 신등면 평지리 물산부락에 자리 잡은 이후 최소 4, 50년 이상 자리를 지키며 친척으로서 파리장서운동을 비롯해 항일독립운동까지 뜻을 같이했던 심산 김창숙 선생이 성균관대를 세운 후 유학과 교수로 초빙하였음에도 끝까지 거절하고 초야에서 하루 16시간 이상의 시간 동안 유교 경전 공부 및 전국 유학자들과 교류하고 제자들을 양성했다.
김황 선생의 아들인 정관(靜觀) 김창호(金昌鎬, 1921-1999) 선생은 부친의 뜻에 따라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어로 가르치는 학교에 가지 못하고, 1978년 부친이 세상 떠난 후에는 암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학생들에게 수업료도 받지 않으며 무료로 자신의 지식을 전수했고, 전국 대학의 한문학과 교수들이 도저히 해석이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들고 찾아와도 어떤 보상 없이 본인이 아는 바를 기꺼이 전했다.
전남 순창군의 훈몽재(訓蒙齋) 역시 한국 유학의 맥을 잇는 곳으로 고당(古堂) 김충호(金忠浩, 1948-현재) 선생이 제자를 길러내는 곳이다. 간재(艮齋) 전우(田愚, 1841-1922) 선생의 제자인 양재(陽齋) 권순명(權純命, 1891-1974) 선생에게 배운 후 훈몽재에서 기거하며 직접 제자를 양성하는 김충호 선생에게는 교수들도 찾아와 가르침을 청하고, 심지어는 중국에서도 배우러 온다. 중국에서 온 이들이 훈몽재에 머물 때 소요되는 숙박비와 식비는 전북도가 지원해 주고 있지만 적지 않은 항공료를 전액 자비로 부담해야 함에도 참가 희망자가 넘쳐난다고 한다.
지금 예를 든 분들은 본인들이 공부했던 방식으로 후속 세대에게 본인의 학문과 지식을 전수하고, 언제나 받았던 것보다 훨씬 떨어지는 실력으로 전달하는 것에 대해 오히려 부끄러워했다.
셋째, 갱정유도는 “창도주가 영적 체험을 통해 영가무도를 창안했다”고 하면서도 “영가무도는 『소학』에 처음 보이는데 전통교육기관이었던 서당에서 학동들이 수행하는 수련법의 하나였다”는 궤변을 일삼았다.
하지만, 갱정유도의 영가무도는 『소학』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전통교육기관이었던 서당에서 학동들이 수행하는 수련법도 아니었다. 그냥 갱정유도에서 만든 춤과 노래다.
『소학』은 중국 송나라의 주자(朱子, 1130-1200, 본명 주희(朱熹))와 제자 유청지(劉淸之, 1134-1190)가 1187년 편찬한 유교 수양서로 아동의 수신과 예절을 가르치는 입문서이다. 갱정유도는 유교 수양서를 끌어다가 황당한 궤변으로 자신이 창작한 춤과 노래를 포장했다.
중국 송나라 때 편찬된 『소학』에서 나왔다면서 노래에 ‘강강수월래’가 나오는 건 코미디 같은 얘기다.
거짓일지라도 갱정유도가 자신들의 창작무를 그렇게 믿고 추는 것은 종교의 자유이니 뭐라 할 말은 없지만 나라의 돈을 지원받아 국민을 상대로 ‘전통 서당 수련법’ 운운하며 호도하는 것은 역사 왜곡이자 사기라고 할 수 있다.
김태성 KCRP 사무총장은 평생 자신이 헌신해 온 원불교 교무로서의 양심을 걸고, 본지의 보도가 무엇이 사실이 아니라는 건지 밝혀야 한다.
3. 김태성 사무총장의 방조 속에 진행된 '최종수 대표회장의 연임'
필자는 지난 2022년 3월 KCRP 대표회장 선임과 관련해 문제가 생겼을 때 그 해결을 위해 논의에 참여한 적이 있었고, 그 결과 대표회장은 종단별로 돌아가면서 맡되 임기는 2년으로 하고 단임으로 하는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지난해 2월 최종수 성균관장 겸 KCRP 대표회장은 KCRP 규정에 따라 임기가 만료됐고, 단임 규정에 따라 물러나고 다른 종단에서 대표회장을 맡았어야 했다. 하지만 터무니 없는 이유로 최종수 성균관장 겸 KCRP 대표회장은 단임 규정을 위반해 연임을 했고, KCRP 대표회장이 내란을 지지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정해놓은 원칙과 합의한 내용도 이행하지 않으면서 앞으로 다른 종단의 대표자도 얼마든지 이런 잘못된 행태를 반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김태성 사무총장은 그런 문제로 인해 갈등과 분열의 모습으로 자멸할 수 있는 한국 종교계와 이를 지켜봐야할 국민들에게 무엇이라고 변명할 것인가.
이런 것이 선배 종교인들이 애써 만들어놓은 ‘존중과 화합의 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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