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玄崗의 泮中雜詠> 經書 인용, 잘못하면 낭패

최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적절치 못한 발언과 비유로 물의를 빚은 인사들이 많았다. 교수와 성직자, 정치인, 언론인 등 알 만한 사람들이 굳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하기 힘들지만, 생각 없이 내뱉은 잘못된 말 한 마디가 큰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그 중에는 유교의 경서 내용을 인용한 경우도 있었는데, 다음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한다면서 한 말의 일부다.
“우리 사회의 치부가 끝을 모르고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 고전 <서경>에서는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수가 있지만, 스스로 만든 재앙은 피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눈앞의 욕심에 가려 정당한 길을 저버린 대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먹먹하고 가슴 아픈 일입니다.”
여기서 인용한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수가 있지만, 스스로 만든 재앙은 피할 수가 없다”는 <서경>의 말은 <맹자> 離婁上 自侮人侮章에 인용된 구절인데, 유교의 교리를 차용한 신흥종교에서 “죄 짓고 살지 말라! 벌 받는다”며 흔히 인용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우선 <맹자>의 글을 보면 다음과 같다.
“不仁한 자와 함께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위태로움을 편안하게 여기고, 재앙을 이롭게 여기고, 망하게 될 일을 즐거워하는데, 不仁한데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어떻게 나라를 망하게 하고 가문을 패망하게 하는 일이 있겠는가? 어떤 어린아이가 노래하기를 ‘창랑의 물 맑으면 내 갓끈을 빨 것이요, 창랑의 물 흐리면 내 발을 씻겠다’라고 하였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얘들아, 저 노래 소리를 들어보아라. 물 맑으면 갓끈을 빨고, 물 흐리면 발을 씻겠다고 하니, 물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긴 뒤에 남이 업신여기고, 한 가문은 반드시 스스로 무너뜨린 후에야 남이 무너뜨리며, 나라는 반드시 스스로 친 후에야 남이 친다. 태갑에 ‘하늘이 지어낸 재앙은 그래도 피할 수 있으나 스스로 지어낸 재앙은 모면하지 못한다’고 하였는데 이것을 말한 것이다.”
이 장의 요지는 ‘仁한지’, ‘不仁한지’가 흥망을 가르고, 또 그 흥망은 ‘스스로 취하는 것[自取]’이라는 말이다.
맹자가 인용한 <서경> 구절의 원문은 “天作孽猶可違, 自作孽不可逭”으로서 방탕했던 태갑이 왕위에서 쫓겨났다가 자신의 과거 행적을 뉘우치고 왕위에 복귀하면서 한 말이다. 다음은 <서경>의 글이다.
“왕이 손을 이마에 얹고 머리를 땅에 대어 말하기를 ‘이 작은 사람은 덕에 밝지 못하여 스스로 못난 짓을 함[不類:不肖]에 이르러 욕심으로 법도를 무너뜨리고 방종으로 예를 무너뜨려 이 몸에 죄를 불렀으니, 하늘이 지은 재앙은 오히려 피할 수 있으나 스스로 지은 재앙은 도망갈 수가 없습니다. 전에는 스승이며 보호자가 되시는 분[師保:伊尹]의 가르침을 저버려 그 처음에는 잘하지 못했으나, 바로잡아 구하여 주시는 덕에 힘입어, 끝까지 잘 다스리는 데 힘쓰고자 합니다’라고 하였다.”
이 장의 요지는 태갑이 반성하자 이윤이 다시 태갑을 모셔다 놓고 태갑의 뉘우침을 기뻐하면서 거듭 사랑과 공경으로 나라를 다스려 줄 것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天作孽猶可違, 自作孽不可逭(하늘이 지은 재앙은 오히려 피할 수 있으나 스스로 지은 재앙은 도망갈 수가 없다)”은 원래 문법상으로는 “人猶可以違於天作孽 不可以逭於自作孽”로 써야 하는 것인데, ‘天作孽(하늘이 지은 재앙)’, ‘自作孽(스스로 지은 재앙)’을 강조해 앞으로 내면서 주어[人]와 조사[於]가 생략된 문장으로서, 태갑이 욕심으로 법도를 무너뜨리고 방종으로 예를 무너뜨려 자기 몸에 죄를 불렀다고 반성하면서 한 말이다.
맹자는 ‘화’와 ‘복’은 모두 자기가 구하는 것이고(禍福無不自己求之者, 『孟子』「公孫丑上」),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긴 뒤에 남이 업신여긴다고 하면서(夫人必自侮然後人侮之, 「離婁下」), 태갑의 말은 이것을 이르는 것이라고 했다. 즉, ‘화’와 ‘복’은 모두 스스로 취하는 것(自取之)이라는 뜻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한다면서 이 구절을 인용한 것은 사회 시스템이나 위정자, 관리자를 비난하기 위해서였겠지만 여기에서 써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위정자나 관리자가 재앙을 당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원문의 뜻 그대로 해석하면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이 스스로 만든 재앙을 피하지 못한 것’이라는 소름끼치는 말이 된다.
識字憂患이라는 말이 있다. 서투른 지식 때문에 도리어 일을 망치는 경우에 쓰는 문자다. 掛瀑認布라는 우리 성어도 있다. “그림 속의 폭포를 걸려 있는 명주천으로 오인하다”라는 뜻으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을 비유한 말이다. 뜻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경서를 잘못 인용했다가는 뜻하지 않은 낭패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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