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玄崗의 泮中雜詠> 서정기 관장이 성균관을 떠나야만 하는 이유
두렵고 부끄럽다. 혹여 지금 보여지는 성균관과 서정기 관장의 추태가 내가 평생 믿고 몸담아 온 유교와 성균관의 본래 모습으로 비출까 두렵다. 단언하건대 이건 아니다. 그래서 그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 글을 쓴다.
혹자는 안의 치부를 굳이 드러낼 필요가 있느냐며 비난을 하기도 한다. 나 역시 수차례 했던 얘기다. 그래서 서 관장이나 그 측근들에게 시정을 권하고 하소연도 해봤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감히 유림지존에게 무슨 말 하느냐는 비뚤어진 독선과 아집의 공허한 메아리뿐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9월3일 추기석전의 파행과 서 관장의 추태는 그 독선과 아집의 종합 완결판이었다. 성균관의 가장 큰 책무는 석전 봉행에 있다. 석전 봉행을 하지 않으면 성균관의 존재 이유는 없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성균관에서 어떤 분규가 일어나도 석전을 앞두고는 만사 제쳐놓고 석전 봉행에 모두 힘을 합쳤다. 그러나 서 관장은 춘기석전은 봉행하지도 않았고, 추기석전은 파행과 추태로 일관해 선성선현을 모독함은 물론 유교의례의 꽃을 그 더러운 손으로 꺾어버렸다.
추기석전에 앞서 서 관장은 자신의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불교전공자인 박영기를 총무처장에 앉히고 석전봉행 준비위원장에 임명했다. 준비위원장은 석전에 관해 깊은 지식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하는 자리이다. 그럼에도 유림 활동도 전혀 없고 석전에도 아무 조예가 없는 자에게 그 자리를 맡겼으니 작금의 사태는 예견된 일이었다.
더욱이 서 관장이 박영기를 총무처장에 앉히고 처음 한 일은 성균관기와 근조기를 바꾼 것이었다. 이들은 성균관의 상징을 바꾸는 것이 대의원들의 뜻을 물어야 하는 중차대한 일임에도 자기들 멋대로 바꾸면서 새로 만든 근조기에 대해 “극락세계의 신령스러움을 봉황의 이미지를 통해 형상화하였으며, 검정색과 흰색의 조화를 통해 삶과 죽음이 단절이 아닌 영원함을 표현하였다”고 했다.
정말 정신 나간 자들이다. 어떻게 성균관장과 총무처장이라는 자가 유교와 성균관의 상징을 바꾸면서 불교의 ‘극락세계’를 운운하고 ‘삶과 죽음의 영원함’을 얘기할 수 있나? 이들은 불교와 오령설을 뒤섞은 이런 내용을 관장단 회의에서 설명했다고 하는데 과연 관장단 회의에서는 이를 듣고도 아무 일이 없었는지 모르겠다.
이들은 유교와 성균관을 아예 망치려고 작정한 자들이다. 이들이 만든 ‘도덕부흥 대강연회’ 책자는 공자와 맹자의 말씀이 아니라 오령설과 서 관장 개인 선전물로만 가득 채워져 있다. 유림들이 아무리 오령설을 얘기하지 말라고 해도 ‘소귀에 경읽기’이다. 이제는 모두가 그 비뚤어진 독선과 아집에 절로 체머리를 흔들고 있다.
게다가 총회에서 대의원들이 승인한 예산안은 지키지도 않은 채 오령설과 서 관장 개인 선전에 막대한 돈을 멋대로 써서 이미 성균관 예산은 바닥났다. 이들은 직원 급여도 지급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자 이제는 유교박물관 건립을 위해 매입한 토지 일부의 처분에 관한 성균관의 권한 일체를 위임해 달라며 임시총회를 소집했다. 하지만 이들은 안건 상정에 앞서 건립추진위원회의 동의도 받지 않았고, 공원부지 수용에 따른 보상비는 유교박물관 건립에만 써야 하는 돈이다.
지금부터 6개월 전인 지난 3월3일 ‘훈로 서정기 선생 성균관장 후보 추대위원회’라는 이름의 유인물이 성균관 총회 대의원들에게 전해졌다. 총 27명의 이름으로 전해진 이 유인물에서 이들은 서 관장이 정통 유학자이며 준비된 성균관장이라면서 지지를 호소했고, 서 관장의 “투명하고 활기찬 유림사회 건설을 위한 공약”이라는 제목의 10가지 공약을 첨부했다.
1. 유림지도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열린 성균관을 만들겠습니다.
2. 향교를 활성화시키기 위하여 정부의 예산을 확보하겠습니다.
3. 투명하고 깨끗한 성균관을 만들겠습니다.
4. 유림의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5. 전국 유림의 추천을 받아 공정한 인사를 단행하겠습니다.
6. 공자와 맹자의 이념을 중심으로 유교를 만들겠습니다.
7. 쉽고 편안한 유교를 만들겠습니다.
8. 향교를 인성교육의 중심센터로 만들겠습니다.
9. 석전과 공부자 탄강일을 전 국민 축제의 장으로 만들겠습니다.
10. 성균관의 자립을 반드시 성취하겠습니다.
그러면 6개월이 지난 지금의 성균관은 어떤가? 서 관장과 이들의 공약은 空約이 되버린 지 오래고 모든 게 정반대다.
1. 언제든 질정하면 듣겠으며 직언을 듣지 못하는 성균관장은 자격이 없다고 했던 서 관장은 질정하고 직언하는 사람들을 모두 적으로 규정하고 막말과 욕설, 비방을 일삼고 있다.
2. 향교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겠다던 서 관장은 아무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고 기껏 도덕부흥운동 예산 1억원을 지원받아 오령설과 자기 선전에 쓰고 있다.
3. 부관장과 유림의 헌성금이 투명하게 사용되도록 모두 유교신문에 공개하고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지 않겠다던 서 관장은 헌성금 내역 공개 없이 그야말로 불투명하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
4. 천안연수원, 유교방송국, 새로운 유림회관 건립에 유림지도자의 지지와 역량을 결집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던 서 관장은 오히려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며 비방과 진정에 급급했다.
5. 매관매직을 하지 않겠다던 서 관장은 부관장들에게 돈을 요구했고 심지어 돈을 내지 못해 부관장을 관두거나 부관장을 관두면서 돈을 돌려받는 사례가 발생했다.
6. 공자와 맹자의 숭고한 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운동과 실천운동을 병행하겠다던 서 관장은 공자와 맹자의 숭고한 이념은 외면한 채 오령설과 자기 선전에만 매달리고 있다.
7. 시대에 맞는 유교를 만들겠다던 서 관장은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는 해괴한 오령서와 오령설 등을 주장해 유교와 성균관의 정체성을 무너뜨리고 대중으로부터 유교를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8. 인성교육을 통해 인재를 육성하고 인문학 보급을 통해 향교의 기능을 회복하는 데 앞장서겠다던 서 관장은 향교 기능의 회복은커녕 신흥종교 파문과 추태 등으로 성균관과 향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
9. 중앙에서는 양력으로 봉행하여 유림 3천명이 유복을 입고 참여하는 성대한 석전을 봉행하겠다던 서 관장은 춘기석전은 봉행하지도 않았고 추기석전은 파행과 추문으로 얼룩지게 만들었다.
10. 젊은 인재와 기업을 섭외하여 유림의 헌성금과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는 성균관을 만들겠다던 서 관장은 기업 섭외는커녕 유림의 헌성금조차 오령설과 자기 선전에 대부분 탕진하고 이제는 유교박물관 토지 보상금까지 넘보고 있다.
‘훈로 서정기 선생 성균관장 후보 추대위원회’ 이름으로 위 10가지 서 관장 공약사항을 첨부해 지지를 호소했던 그들 대부분은 성균관의 기존 직원들을 내쫓고 부관장과 총무처장, 총무처 부장, 전례위원회 위원장, 전례위원 등의 총무처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정녕 부끄럽지 않은가?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내걸었던 공약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니 딱하기만 하다. 이번 추기석전에서 초헌관을 맡았음에도 석전 당일 아침 까마득한 대학 후배이자 손녀 나이인 여대생에게 폭력을 휘두른 서 관장은 물론, 이를 말리기는커녕 함께 합세해 석전을 각다귀판으로 만든 이들은 진정 유림이 아니었다. 집안 제사를 지내도 이러지는 않는다. 유림 아닌 자들이 버젓이 성균관을 차지하고 있으니 벌어지는 일이다.
이제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들로 인해 유교와 성균관이 더 이상 망가진다면 앞으로 이 땅에서 유교와 성균관을 얘기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말하지 않을 수 없고 행동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종교지도자로 자처할 수도 없게 된 서 관장은 성균관을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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