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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시론

<泮村魯堂>미중(美中) 무역 전쟁과 패권주의(覇權主義)

김학경
2018.08.12·5분 읽기·조회 22

 

김학경(용인향교 장의/역사디자인 연구소)

 


 

미국과 중국의 무역(貿易) 전쟁이 심상치 않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약 224조원) 어치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높일 계획이며 중국도 600억 달러(약 64조원) 수준의 관세부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처럼 우리나라의 경제에 주는 영향도 적지 않다. 특히 수출 주도의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두 나라의 무역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더욱 심각하다.

 

2017년 한국의 총 수출액 5,738억 달러(약 646조원) 중 중국 수출액은 1,421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24.8%나 차지하였다. 그런데 한국의 대(對) 중국 수출품 중 80%에 육박하는 1,121억 달러(약 126조원) 정도의 수출품은 부품, 즉 중간재(中間財)였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부품을 수입하여 중국에서 완제품으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는 품목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관세 정책을 통해 중국산 수입품을 제재하면 중국 제조업과 함께 우리나라 부품 산업도 타격을 받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무역 전쟁의 원인은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에 나타난 미국의 패권주의 영향이 가장 크다. 미국은 그동안 달러를 기반으로 한 기축통화〔基軸通貨 : 국가 간의 결제나 금융 거래의 기본이 되는 화폐〕 덕분에 심각한 재정(財政) 적자(赤字)에도 불구하고 유일(唯一)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였다. 하지만 경제력 신장과 14억 인구의 시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등장은 미국의 유일 강대국 지위를 흔들고 G2〔Group of Two〕라는 두 강대국으로 재편(再編)되었다. 결국 미국은 유일 강대국을 위협하며 성장하는 중국을 인정할 수 없어서 끝없이 견제 정책을 구사하는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전쟁의 원인을 무역역조(貿易逆調)라고 한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물건들의 대부분은 미국에서는 생산하지 않거나 생산해도 생산비용이 높기 때문에 미국은 비교 우위(優位)에 따라 중국산을 주로 수입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자유무역(自由貿易) 원칙을 위배하며 표면적으로는 무역 역조라고 주장하지만 성장하는 중국의 기(氣)를 꺾는 것이 무역전쟁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쉽게도 인간 세상도 동물의 세계처럼 두 개의 강자(强者)는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인간의 이성(理性)보다 탐욕(貪慾)이 우선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한편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전임(前任) 오바마 대통령이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유럽 국가들과 협의하여 맺었던 이란과의 핵(核) 협상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여 중동(中東) 지역의 위기를 조성하고 석유 파동의 단초(端初)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터키 정부가 간첩죄로 억류한 미국인 목사를 석방하지 않고 가택 연금을 했다고 터키에 대한 제재를 결정하여 터키의 금융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자칫하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아르헨티나 등 주요 신흥 국가나 유럽 국가까지 금융 위기가 도래할 수 있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게 국가 간의 약속이나 신뢰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오로지 미국의 이익만 있을 뿐이다. 이미 우리나라도 트럼프 정부의 일방적인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개정 요구로 홍역을 치른 바 있고 앞으로 어떤 무리한 요구가 뒤따를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일부 보수 세력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집회를 할 때도 미국의 성조기를 들고 나와 패권국가의 독선(獨善)을 지지하고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깝기만 하다.

 

패권주의는 국제 사회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최근에 우리사회에서 밝혀진 기무사의 계엄 대책 문건이나 대법원의 상고법원(上告法院) 설립을 위한 재판 거래 의혹도 모두 패권주의에 기반(基盤)한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누리고 보이지 않는 권력을 행사했던 조직들이 자신들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저질렀던 패악(悖惡)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원칙인 평등과 존중, 배려와 같은 사회적 가치는 이들에게 아무 쓸모없었다.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상대의 약점을 찾아 사찰(伺察)하고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 시정잡배와 같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패권 세력이었다.

 

그러나 역사는 어떤 패권주의도 영원할 수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지금 비록 힘 앞에 굴복해도 세계는, 우리사회는 더 정의(正義)로운 가치로 이들의 패권을 심판하는 날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