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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시론

<泮村魯堂>사회적 갈등과 유교의 책임

김학경
2018.08.29·5분 읽기·조회 43

 

김학경(용인향교 장의/역사디자인 연구소)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갈등은 지역 갈등이었다. 3김(金)으로 상징되던 정치인들의 정략적(政略的) 이익과 결합하여 지역 갈등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였다. 아직도 정치인들은 지역 갈등을 통한 정치적 수혜(受惠)를 잊지 못하여 지역 갈등을 조장(助長)하는 말을 적지 않게 하지만 정치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 동력(動力)을 잃어가고 있다.

 

어언 반세기(半世紀)를 지배했던 지역 갈등은 분열과 대립 이외에 어떠한 이익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갈등은 갈등 비용을 수반(隨伴)하였고 국가의 균형 발전을 왜곡(歪曲)하는 현상도 가져 왔다. 다행히 최근 들어 지역 갈등이 차츰 줄어들고 있지만 그 자리에 새로운 갈등이 사회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의 특성상 다양한 사회적 의견이 존재하고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특정 집단, 특정인의 이익을 위한 갈등은 사회의 분열만 촉진할 뿐이다. 요즘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갈등은 진보와 보수의 이념 갈등이다. 정치가 존재하는 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회를 바라보는 진보와 보수의 두 가지 관점이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보수주의는 자유시장 경제 체제를 바탕으로 정부의 간섭과 규제를 최소화하고 구성원 개인이 발전하면 사회도 발전한다는 관점에서 사익(私益)을 존중하는 이념이다. 반면에 진보주의는 성장보다 분배를 바탕으로 공평한 분배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는 정치 관점(觀點)에 따른 대립뿐만 아니라 세대(世代) 갈등으로 첨예화(尖銳化)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이러한 사회적 갈등을 조정해 줄 지도자(指導者)나 정치 세력이 부재(不在)한 것이다.

 

최근에 언론에서 이슈가 된 여성주의를 표방하며 남성 혐오(嫌惡) 성향을 드러내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Womad)’의 사례도 사회 갈등의 한 축으로 발전하고 있다. 워마드가 논란(論難)의 중심으로 등장한 것은 홍익대학교의 인체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찍어 유포하여 기소된 여성 모델에게 법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하자 비슷한 사례의 남성 범죄에 비해 과도한 여성 차별이라며 강한 분노를 표출했기 때문이다. 워마드는 급기야 천주교(天主敎)에서 예수의 몸으로 여기고 신성시하는 성체(聖體)를 모독하고 훼손한 사진이나 안중근, 이순신 장군 등 모든 남성을 혐오하는 극단(極端)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들의 커뮤니티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남성 혐오는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 극단적이고 패륜적(悖倫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무조건 비판만하기 어려운 것은 아직도 사회의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여성들에 대한 차별과 불이익이 상존(常存)하기 때문이다. 특히 워마드라는 남성 혐오 사이트의 등장 이전에 여성이나 호남(湖南) 등 특정 지역을 혐오하는 ‘일베(일간베스트)’ 사이트가 여러 차례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을 때에도 워마드에 대한 탄압 정도의 규제가 없었던 것도 돌이켜 볼 일이다. 무엇보다 ‘워마드’나 ‘일베’의 공통점 중 하나는 남성이나 여성을 혐오하고 적대시하여 성(性) 대결을 통한 사회 분열을 촉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외면한 혐오주의’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間隙)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사회적 노력은 부족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회적 갈등 요인(要因)을 거론할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유교의 폐해(弊害)다. 다양한 이설(異說)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유교가 전래(傳來)된 것은 2000여 년이 된다. 오랜 시간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하였고 마지막 왕조(王朝) 국가인 조선(朝鮮)의 지배 이데올로기였으니 다양한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불교가 지배 이데올로기였던 고려(高麗)가 유교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신진사대부(新進士大夫)들에 의해 정권이 교체된 것도 불교 지배층의 문제점이 축적된 결과였다.

 

지금까지 2000여 년 동안 한 사회의 근간(根幹)을 이루었던 유교사상의 문제점은 충분히 노출(露出)되었다. 이제라도 모든 사회 문제의 근원을 유교 문화에서 찾기보다 유교 사회를 부정하며 쌓아올린 자본주의 문화, 특히 우리 사회의 천민자본주의 문화에 대한 반성도 선행(先行)되어야 하지 않을까. 가부장적(家父長的) 사회구조, 여성(女性) 차별 등과 같이 극명(克明)한 차별적 유교 문화의 잔재는 빨리 극복하고, 유교 사회가 지향하던 올바른 사회적 가치를 되돌아보고 우리 사회의 지표(指標)로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