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玄崗의 泮中雜詠>유림조직 제자리 찾아야

성균관장의 유고가 장기화됨에 따라 성균관의 종단 운영이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석부관장이 직무대행을 맡아 관장 직무를 대행하고는 있지만 직무대행 자체가 유림조직의 대표자로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종단업무를 총괄하는 총무처 역시 인적 자원의 한계로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신년도 사업계획 수립은 물론, 눈앞에 닥친 정기총회, 유교권의 가장 큰 행사인 춘기석전도 제대로 치를지 의문이다. 재정 문제도 마찬가지다. 직무대행이나 총무처장은 향교에 재정적 도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이 또한 일시적 방편일 뿐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재정 적자만 늘어나고 막대한 채무는 후임자에게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성균관장 유고 사태 해결과 함께 유림조직 전반에 대해 돌이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 이상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유림조직의 공멸을 면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림조직은 크게 중앙조직과 지방조직으로 나뉘며, 이들 조직들은 향교재산법과 성균관정관에 의거 규율된다. 중앙조직으로는 성균관과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재)성균관이 있고, 지방조직은 향교재단, 향교, 성균관유도회 시·도본부와 지부가 있다. 이와 같은 중앙조직과 지방조직은 각각 조직목적과 업무가 유기적 관계 속에서 정해져 있지만, 지난 20여 년간의 분규로 인해 크게 흐트러져 있는 실정이다.
분규 이전에는 성균관은 종단 업무를, 성균관유도회는 교화사업을, (재)성균관은 유지재단으로서 그 역할이 분명했다. 헌성금과 국고보조금 등 모든 재정과 재산 관리 업무는 성균관장과 향교재단이사장 등이 이사로 참여하는 (재)성균관에서 관장했고, 성균관과 성균관유도회총본부의 직원 급여는 물론 제경비도 모두 (재)성균관에서 부담했다. 당연히 연간 사업계획은 세 기관의 협의를 통해 수립되어 재단 이사회와 성균관총회에 보고되고 승인을 받아야 했다.
향교재산법에 의거 향교재산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운용하기 위해 설립된 향교재단은 시․도(특별시․광역시․도 및 특별자치도)에 있는 각 문묘의 유지, 교화사업의 실시, 유교의 진흥 등을 목적으로 한다. 향교재단은 매년 재산에 생기는 수입 총액의 100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성균관에 내야 하며(향교재산법상의 성균관은 재단법인 성균관을 가리킨다), 순수입액의 100분의 80 이내에 해당하는 금액을 교육이나 그 밖의 교화사업에 사용해야 한다. 또한 향교재산법 제6조(향교재단의 수입의 사용)와 제8조(허가사항) 제1항을 위반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향교는 성균관의 통할 아래 각종 향사와 종단업무를 수행하고, 성균관유도회 시․도본부와 지부는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통할 아래 각 지역의 교화사업 업무를 담당했다. 향교재산법상 전교는 향교의 사무를 총괄하는 대표자를 말하며, 장의는 향교의 구성원으로서 전교의 지휘를 받아 향교의 사무를 담당하는 자를 말한다. 향교재단의 이사는 향교 유림총회에서 선출돼 성균관장의 임명을 받은 전교와 장의 중에서 선출토록 되어 있으며, 시․도 별 향교의 공론은 향교재단을 거쳐 이루어져 왔다. 또한 향교재단이사장은 (재)성균관에 이사로 참여해 시․도 별 향교의 공론을 전달했다.
분규 기간 동안 유림조직은 제자리를 잃었다. 성균관과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재)성균관의 유기적 관계는 끊어져버렸고 별개의 단체처럼 돼버렸다. 절반에 가까운 향교가 목적사업은커녕 향사조차 지내기 힘든 상태임에도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향교재단과 향교의 관계도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사례가 속출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향교재단이나 향교, 유도회 외의 유림조직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고사업에서 유교발전 혹은 전통문화발전을 빙자해 유교와 관련 없는 단체나 개인이 이익을 챙기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 그럼에도 해당 관청은 손을 놓고 있고 심지어 실상을 은폐하고 있지만 유림의 중앙조직은 이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고 지방조직은 눈앞의 작은 이익에 취해 기만을 당하고 있으면서도 달리 손을 쓸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사례들은 유림조직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중앙조직이 유기적 관계 속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지방조직이 이를 든든하게 뒷받침해 주는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장기화되고 있는 작금의 성균관장 유고 사태를 종식시키고 공론을 모아 하루빨리 성균관을 정상화해야 한다. 심산 김창숙 선생이 성균관대학교를 세우고 사회적 공의를 일으킬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조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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