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화백(和白)회의와 추대(推戴)

이찬재 / 충주향교 한문강사·장의
민주주의를 서양이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지만 우리 조상은 선사시대인 환인(桓因) 때부터 화백(和白)제도가 있었고 신라화랑까지 이어져 왔다고 한다.
화백은 순 우리말로 '모울 도뷔'라고 한다. ‘모울 도뷔’라는 말은 고조선 시대부터 사용해 온 우리 옛 말이다. '모울'은 한없이 열려 있는 어울림의 공동체를 뜻하고, '도뷔'는 자유와 평등과 밝음을 실천하는 큰 선비를 뜻한다.
'모울'은 뒷날 '화(和)'로 훈차(訓借) 되고, '도뷔'는 '백(白)'으로 음차(音借)되어 '화백(和白)'으로 불리었다.
수서(隋書)의 신라전(新羅傳)에 “대사(大事)를 공유(共有)함에 군신(群臣)을 모아 상세히 상의(詳議)하여 완결 짓는다”(其有大事, 則聚群臣, 詳議而定之.)고 하였고, 또한 당서(唐書)에서도 “일이 있음에 반드시 무리를 모아 논의함을 화백(和白)이라 하니 한 사람이라도 다르면 파(罷)하였다”(事必與衆議, 號和白, 一人異則罷.)라고 하였다.
이런 기록으로 볼 때 화백제도란 “무리를 공평하게 다스리면서 전체를 하나로 돌아가게 하는 의결(議決)제도로 일종의‘만장일치(滿場一致)’제였던 것을 알 수 있다.
‘공평하게 함’은 화(和)의 뜻에 합당하고, ‘하나로 돌아감’의 본래의 뜻은 백(白)에 부합하여 화백제도는 완전한 민주주의 제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화백회의 중에 견해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각자 옆방으로 가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라와 민족을 위한 것이 어떤 일인가를 생각하고 다시 회의에 임하여 모든 사람이 의견일치가 될 때까지 회의를 하여 국사(國事)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러한 제도가 가능했던 것은 회의 참석자들의 의식이 사사로운 욕심이나 개인의 감정을 앞세우지 않았을 정도로 매우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만장일치가 어려우니까 현 민주주의는 다수결로 의결하고 대표나 수장을 선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화백제도가 민주주의의 다수결의 원칙보다도 훨씬 앞선 제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도 교황청에서는 우리의 화백제도와 비슷한 방법인 만장일치제로 교황을 선출하고 있다. 이런 전통으로 교황이 선출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를 잘못 받아들여서 유림(儒林)의 수장(首長)인 성균관장(成均館長)이나 향교(鄕校)의 전교(典校)를 일반 선거로 선출하고 있다. 심지어는 교육감을 지역주민의 직접선거로 뽑고 있으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민주주의 논리라면 모든 단체장을 선거로 뽑아야 하는가?
선출직이 조직구성원으로부터 존경과 권위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선출(選出)은 많은 사람 가운데서 골라냄을 뜻하므로 하향식이라 할 수 있는 반면에 어떤 사람을 높은 직위(職位)로 오르게 하여 받듦을 추대(推戴)라 하는데 이렇게 상향식으로 하면 구성원의 단결과 화합의 힘이 강하고 지도자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된다.
추(推)자는 ‘공경(恭敬)하여 높이 받들다’는 뜻이 있고, 대(戴)자는 ‘머리 위에 올려놓다’라는 뜻이므로 추대형식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를 앞세워 가장 잘못하고 있는 것은 교육감을 주민직선제로 뽑는 것이다. 단체장 선거 때 “왜, 우리가 교육감을 뽑아야 하느냐?”며 잘생긴 사람을 찍어준다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교육가족(교원, 학부모)에게만 투표권을 주어 선출한다면 모를까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 투표하라는 것은 참정권침해인 것이다. 교육은 백년대계인데 교육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갈등만 양산하여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교육구성원이 추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선거가 만병통치는 아니다. 선거 과정에서 무리를 지어 조직구성원이 갈등(葛藤)과 반목(反目)으로 선거에 승자와 패자가 나눠져서 화합하지 못하고 후유증이 오래가기 때문에 많은 문제점이 생기는 것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거나 밀약이 거래되거나 서로 말도 안하고 지내는 등 득(得)보다는 실(失)이 더 많다. 안타까운 것은 사람다운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교육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사회까지 중립을 잃고 정치논리, 정당논리에 휩쓸려서 선거로 지도자를 뽑는다는 것은 잘못 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조선시대 국립대학이었던 성균관과 지역의 공립학교였던 향교의 수장은 선출보다는 추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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