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泮中時論>유림이 이래서야

심동섭 / 유교신문 전국주재기자협의회 회장·성균관 원임 부관장
지난 3월22일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선거를 실시하고 난 후 인터넷 유교신문에 보도내용이 뜨자, 기사 다음에 어느 지역에 사시는 분인지 모르지만 다음과 같은 댓글을 올렸다.
한 분은 “불법과 불공정한 선거로 당선된 사람이 유림이라고 할 수 있나요? 경상도 사람들은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중략> 부정선거 불공정선거 몰아냅시다. 유림도 없고 선비도 없고 창피합니다. 부끄럽게 생각합니다”라고 했고, 또 다른 한 분은 “이번 유도회장 선거는 초등학교 반장선거보다도 못한 선거이다. 이게 유림이라는 사람들이 할 짓이냐?”라고 질타했다.
지당하고 공감하는 말씀이었지만 필자를 비롯한 경상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고, 유림도 선비도 없는 곳처럼 싸잡아 매도되는 것 같아 참 씁쓸한 마음이었다.
지난 3월29일에는 경남향교전교협의회가 창원향교에서 열렸는데, 대부분 전·현직 전교들은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 선거가 있었다는 사실마저 모르고 있었다. 전국 유림의 대표를 뽑는 선거가 널리 홍보되지 못하고 치러진 것이다.
옛날 체육관에서 대통령을 뽑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이라 하여 선거인단을 국민들이 뽑아서 보냈기에 그래도 대표성이 있었다고 억지 주장이라도 했다.
그러나 이번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 선거는 과거 체육관 선거가 무색할 정도로 기준도 체면도 양심도 없는, 말 그대로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한 선거였다.
우리 경남의 예를 들면, 경남에는 27개의 향교가 있고 성균관유도회 지부회장이 27명이 있다. 그런데 경남에는 선출위원이 6명이 배정되었다는데, 경상남도본부 회장을 빼면 5명이 배정된 셈이다. 그런데 5명 중 3명이 창원 사람이었다. 27개 향교 중 2/3가 훨씬 넘는 남, 서, 북 지역 향교는 알지도 못했고, 단 한 사람도 배정되지 않았다. 누가 이렇게 대의원을 선정했으며, 누구의 사주가 있었기에 이렇게 집행했는지, 도대체 누구의 머리에서 이런 기막힌 선거법이 나왔는지 뒤에 밝혀지겠지만 참으로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설령 선거법이 그렇다 치더라도 최소한의 양심과 체면이 있는 유림이라면 이렇게 불공정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부끄러움도 모르는 경상도 사람이라는 질타를 받는 것이다.
유림, 선비란 무엇인가? 지조와 정절을 목숨보다 소중히 생각했고 의(義)를 위해서는 기꺼이 목숨도 버렸던 굴절되지 않았던 선비들이 그립다. 의로움은 물론이고 자질도 능력도 정말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유림의 지도자라 행세하며 벌이는 작태들은 시급히 청산되어야 할 오늘날의 과제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것이고 역사의 교훈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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