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아버지의 역할
'아버지 나를 낳게 하시고(父生我身) 어머니 내몸을 기르셨도다(母鞠吾身)'라는 사자소학의 첫구절은 음양오행에 의한 영원한 진리로 아버지가 아니면 내 몸이 있을 수 없으며, 이 세상 만사는 이 네 글자로 시작된다는 뜻이다. 가정이 탄생되어 종족이 이어지고 국가가 형성되고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이 한 구절 속에 아버지의 역할이 모두 포함되어 있음을 필자의 유년시절에 성장과정을 통해 생각해보기로 한다.
'아버지'하면 어려서 권위와 공포의 대상으로 엄격한 아버지였고, 오직 가정을 위해 가족을 위해 헌신하신 아버지(容자 浩자)로 떠오른다. 충청도 산간벽지에서 5남 2녀의 장남으로 태어나신 아버지는 부모님과 나이어린 동생들을 거느리고 오직 근면과 노력으로만 삶을 개척하셨다. 아버지는 틈틈이 금강변에서 사금채취를 하고 화전을 일구어 대추 농사를 지으며 해방과 6.25 동난을 치르셨다. 그 와중에 '대추돈을 많이 벌었다'는 헛소문이 돌아 무장강도가 들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으나 그 후유증으로 고질병을 얻어 다리를 절며 3남 2녀를 기르시며 농사를 지으셨다. 아버지는 열악한 당시 의료 환경으로 고생하시다가 5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다.
3남 2녀의 장남으로 태어난 필자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천자문'을 공부하며 회초리를 책상 앞에 두고 엄한 교육을 받았다. 특히 형제간의 우애와 친족 간의 화목을 강조하셨고, 철부지 나이 어린 삼촌과 다툼이 생기면 '삼촌에게 덤비지 말 것'을 항상 강조하셨다. 아버님의 인성교육 속에 인격이 형성되었으며,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만사를 제쳐두고 조부와 부친의 종토에 숭조돈목의 기틀을 마련해 소종친회인 '**김씨중렬회'를 조직하는 초석을 이뤘다. 젊은 시절 혈혈단신 낯설은 객지에서 좋지 못한 교우 관계로 한 때 빠졌던 방황의 늪속에서 헤어나게 된 것도 아버지의 인성교육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아버지께서는 무언의 성실과 실천으로 우리들을 가르쳤으며,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오직 몸으로 행동으로 교육시켰던 그 모습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셨다. '남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는 사람이 되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는 사람이 되자'는 좌우명 속에 '한 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고희를 넘긴 오늘의 필자가 있게 된 것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아버지의 역할이고 대대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귀중한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전주 김근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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