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玄崗의 泮中雜詠>간통죄 폐지 유감
지난 2월26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번 결정이 있기까지 간통죄를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일부일처주의 유지, 가족제도 보장, 여성 보호 등을 근거로 존치를 주장했고,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자유를 위해 폐지를 주장해 왔다.
지난 2008년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릴 때는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보다는 선량한 성도덕과 혼인․가족제도 유지에 무게를 뒀지만, 이번 결정에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간통을 처벌하는 것보다 성적 자기 결정권과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같은 헌재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여전히 폐지 반대가 우세했다. 헌재 판단 후 JTBC의 여론 조사에 의하면 헌재의 ‘간통죄’ 위헌 판단에 대해 잘못한 결정(간통죄 유지) 49.7%, 잘한 결정(간통죄 폐지) 34%로 나타났다.
하지만 1992년 동아일보의 여론 조사에서 폐지 반대 여론이 71.3%, 찬성 여론이 15.2%였던 것을 보면 간통죄에 대한 여론이 크게 변화했음을 알 수 있고, 헌재가 간통죄 폐지를 결정한 중요한 이유로 시대가 달라졌음을 든 것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헌재의 결정이 나자 성균관을 비롯한 유림단체에는 각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이 끊이질 않았다. 아마도 간통죄 폐지에 대한 유교계의 반응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유교를 비롯한 다른 정통 종교는 모두 간통을 엄히 금하고 있다. 기독교에도 모세 제7계명에 ‘간음하지 말라’는 율법이 있고 예수 또한 ‘여인을 보고 음욕을 품은 자는 이미 간음한 것’이라는 경고를 했다. 불교에서는 남자 수행자들이 지켜야 할 계율로 불사음계(不邪婬戒:음란한 짓을 하지 마라)의 십계율을 두고 있다.
그런데 왜 유교계의 반응만 유독 궁금했을까? 여기에는 간통죄가 우리 문화의 유교적 전통과 관련이 있다는 편견이 있었던 듯하다.
근대 형법에서 간통죄를 명시한 것은 1905년 4월 대한제국 법률 제3호로 공포된 형법대전이다. 일제의 형법을 참고로 해 제정된 이 형법에서는 유부녀가 간통하면 징역 6월 이상 2년 이하 유기징역에 처했고 남성은 처벌하지 않았다. 오늘날과 같이 간통한 남녀 모두를 처벌하는 법률은 1953년 제정됐고, 독일의 형법을 참고한 것이었다.
사실 근대 형법의 간통죄는 유교적 전통과 크게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남녀차별적 측면에서 유교적 전통과 연관을 짓는 것은 유교가 오륜의 하나로서 부부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조선시대에도 간통죄가 있었지만 1905년 제정된 간통죄와 같지는 않았고 그 처벌 역시 다른 나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때의 시대상일 뿐 유교에서 말하는 부부의 실상과는 달랐다.
<맹자>에서는 부부 사이의 분별을 오륜의 하나로 강조하고 있고, <중용>에서는 “군자의 도는 단서가 부부에게서 시작되니 그 지극함에 미쳐서는 천지에 밝게 드러난다(君子之道 造端乎夫婦 及其至也 察乎天地)”고 했다. 유교적 전통과 관련해 남녀의 문제나 부부 관계에 대한 편견은 이 ‘분별’을 ‘차별’로 오인한 데서 비롯한다.
실제 조선시대의 사회적 관계에서 부부유별(夫婦有別)은 부부가 배우자로서 외도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무를 지키기 위해 다른 부부와의 가림을 강조한 것이었다. 다산 정약용은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부부가 분별이 있다는 것은 각자가 그 짝을 배필로 삼고 서로 남의 배필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다”라고도 했다.
또한 ‘부부유별’은 부부 관계의 지속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부부가 지나치게 허물없이 지내다가 서로에 대해 존중과 배려를 잃는 지경에까지 이르면 가정은 파탄에 이르게 되기 때문에 부부 관계에서 애정보다 공경을 더 강조했던 것이다. 순암 안정복은 자식이 부부간의 지나친 애정에 빠질까 부부유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유교의 ‘부부유별’은 오히려 혼인과 출산을 기피하고 혼인을 했더라도 쉽게 이혼에 이르는 지금의 세태에서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고 의미도 크다.
헌재의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나자 콘돔, 피임약, 아웃도어 업체와 여행사 주가가 급등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헌재의 결정과 해당 기업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몰라도 이 같은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성윤리에 크게 문제가 있음을 암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간통죄 폐지가 사회윤리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기우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관련 기관들은 시급히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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