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玄崗의 泮中雜詠>김영란법의 국회 통과를 보며 다산의 말을 생각해 본다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2012년 8월16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김영란법 제정안 성안 발표 후 929일만이다.
과잉입법, 언론의 자유 침해 등 논란의 불씨를 남기고, 수사기관에 의한 악용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부패인식지수 27위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피부로 절감하고 있는 국민의 여론은 잘했다는 게 다수다.
김영란법의 국회 통과 후 JTB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잘했다’가 64%였고, ‘잘못했다’는 7.3%에 불과했다.
그 동안 우리는 정치권과 공직사회의 뿌리 깊은 부패관행에 내성이 생겨 웬만한 사건은 관심의 대상도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 만큼 김영란법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부패관행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기대가 큰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당대에 청백리가 끊어진 것을 한탄하며 이를 사대부의 수치로 여겼다. 다산은 <목민심서> 율기(律己) 청심(淸心:청렴한 마음)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청렴은 수령의 본래 직무로 모든 선(善)의 원천이며 모든 덕(德)의 근본이다. 청렴하지 않고서 수령 노릇을 잘할 수 있는 자는 없다.”
“청렴은 천하의 큰 장사이다. 욕심이 큰 사람은 반드시 청렴하려 한다. 사람이 청렴하지 못한 것은 그 지혜가 짧기 때문이다.”
“뇌물은 누구나 비밀스럽게 주고받겠지만, 한밤중에 주고받은 것도 아침이면 드러난다.”
“선물로 보내온 물건은 아무리 작아도 은혜로운 정(情)이 맺어지면 이미 사사로운 정이 행해진 것이다.”
다산은 이 글에서 <상산록>의 말을 인용해 “청렴에는 세 등급이 있다. 최상은 봉급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먹고 남은 것 또한 가져가지 않으며, 벼슬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갈 때에는 한 필의 말로 조촐하게 가는 것이니 이것이 아주 옛날의 청렴한 관리이다. 그 다음은 봉급 외에 명분이 바른 것은 먹고 바르지 않은 것은 먹지 않으며, 먹고 남은 것은 집으로 보내는 것이니, 이것이 조금 옛날의 청렴한 관리이다. 최하는 무릇 이미 규레(規例)가 된 것이라면 비록 명분이 바르지 않더라도 먹지만, 규례로 되어 있지 않은 것은 죄를 먼저 짓지 않으며, 향임(鄕任)의 자리를 팔지 않으며, 재해를 입은 논밭에 감해주는 세금을 훔쳐 먹거나 곡식을 가지고 농간부리지 않으며, 송사(訟事)와 옥사(獄事)를 팔아먹지 않으며, 조세를 더 부과하여 나머지를 착복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오늘날의 청렴한 관리이다. 오늘날은 대부분의 관리가 모두 나쁜 짓을 하고 있다. 최상이 진실로 좋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그 다음 것을 해도 좋다. 이른바 최하의 경우는 옛날 같으면 반드시 끓는 물에 삶아 죽이는 형벌에 처했을 것이다. 선을 좋아하고 악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은 결코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도 했다.
사람 사는 원리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찌 이리 같은지 마음 한 편이 답답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국회에서는 내년 9월 시행 때까지 시행령과 규칙 마련을 통해 보완의 과정을 거칠 것이다. 그에 앞서 다산의 말들을 한 번쯤은 새겨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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