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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시론

<泮中時論>낙태 죄 폐지에 대한 유교적 단상

최영갑
2019.04.13·3분 읽기·조회 39

 

최영갑(성균관대 겸임교수)

 


 

지난 4월11일 헌법재판소는 66년 만에 낙태를 처벌하는 현행 법 조항은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9명의 재판관 가운데 4명이 불합치, 3명은 단순위헌, 2명이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12년에는 4대 4로 합헌결정을 내렸던 것이 7년이 지난 뒤에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결국 태아의 생명권보다 여성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임신과 출산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를 더 중요하게 판단한 결과다. 세상은 변하고 헌법정신도 시대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이에 대해 천주교 등 종교계에서는 유감의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유교(儒敎) 측에서는 어떠한 논평이나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지 않았다.

 

『소학(小學)』을 보면 『열녀전(烈女傳)』에 나오는 말을 인용하고 있다.

 

“옛날에 부인이 자식을 잉태하면 잠 잘 때 옆으로 기울이지 않고 앉을 때는 모서리에 앉지 않고, 서 있을 때는 한 발로 서지 않으며, 나쁜 음식을 먹지 않고, 바르게 잘려지지 않은 것은 먹지 않고. 자리가 반듯하지 않으면 앉지 않고, 눈으로는 나쁜 색을 보지 않고, 귀로는 음란한 소리를 듣지 않으며, 밤이 되면 소경으로 하여금 시를 암송하게 하고 바른 일을 말하게 하였다. 이와 같이 하면 자식을 낳았을 때 모습이 단정하고 재주도 남보다 뛰어날 것이다.”

 

아이가 잉태되는 순간부터 부모는 아이를 생명으로 존중하고, 훌륭한 아이를 낳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내용이다.

 

태아도 생명이기 때문에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를 가르치기 위한 태교(胎敎)도 실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한 살을 먹고 태어난다.

 

낙태를 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양하다. 잘못된 임신을 했거나 경제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이유 등 실로 많은 이유가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그런 사정을 만들어 낸 것은 인간 자신이다.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아에게 책임을 돌린다면 모순된 일이 아닌가.

 

그 동안 낙태 찬반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있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서는 남성 79%, 여성 75%가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으며, 낙태를 “현재보다 엄격하게 금지해야 한다”고 답한 이들은 18%에 그쳤다.

 

물론 국민의 여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진정한 인간의 모습이 무엇인지, 어디서부터 인간으로 대접할 것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일이다.

 

여권이 신장되고 사회적 변화가 당연한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환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유교적 입장에서 본다면 금번 사태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진정한 인간은 잉태되는 순간부터 시작되며, 여성이 자기 결정권을 가지듯이 가장 연약한 인간인 태아도 존중받아야 할 마땅한 권리가 있는 것이다.

 

아직 온전한 인간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태아는 엄연한 인간으로 대접받아야 한다는 것이 동양의 정신이요 유교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