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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시론

<李玄崗의 泮中雜詠>성균관… 이 시대 양명학 준동의 전말

편집부
2015.08.05·7분 읽기·조회 20

세상에는 변할 수 없는 것과 변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유교에서는 이것을 經과 權, 常과 變, 不易과 變易이라고 부른다. 이들 개념들은 지금 말로 하면 원칙과 융통, 불변과 변화, 옳음과 좋음, 이상과 현실, 보편과 특수 등으로 바꿔 부를 수도 있겠다. 

경과 상, 불역은 자기 존재의 근거로서 불변적 항상성을 의미하며 결코 부정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권은 그 경을 실천하거나 현실에 적용하는 것으로서 그 실마리는 항상 경에 둘 수밖에 없다. 그래서 朱子는 경이란 불변의 도리이고 권이란 변화 속의 도리라고 했다. 

최근 성균관장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양명학 논란을 지켜보면서 우리 유교의 경과 권, 상과 변, 불역과 변역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존재 근거를 문묘에 종사된 선성선현에 두고 있는 성균관에서 양명학은 경이나 상은 물론, 권이나 변, 변역의 범주에도 들어 올 수 없다. 

왕양명은 전습록에서 주자를 맹자가 온 몸으로 배척한 양주와 묵적에 비유했고 주자의 설을 홍수와 맹수에 비유하기도 했다. 왕양명의 재전 제자의 사상은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에 공자의 유적을 파괴하고 심지어 묘까지 파헤친 批林批孔 운동의 사상적 근거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양명학을 숭상하는 인사가 문묘의 대성전에서 초헌관이 되어 석전을 치르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는 자기 부모를 해친 자에게 자기 부모의 제사를 맡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마도 문묘에 종사된 선성선현들이 지하에 계신다면 통곡을 하며 뛰쳐나올 일이다. 

이는 기독교인들이 교회의 목사를 뽑는 일에 이슬람교도가 뜬금없이 나서서 “우리는 원래 뿌리가 같으니 내가 너희 교회의 목사를 하겠다”고 하는 정신나간 짓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상의 기원이 같되 대대로 원수가 되어 전장에서 피를 불렀고 서로 믿음과 신념이 너무나 다르기에 앞으로도 영원히 원수처럼 지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양명학자가 성균관장에 출마하겠다고 나서자 문묘에 배향된 아국18현의 후손을 중심으로 구성된 모성회에서는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성균관장 선출규정」에서는 성균관장 후보자의 자격을 엄밀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만 ‘유림으로서 성균관과 향교의 석전과 분향에 성실히 참석하여 자격과 덕망을 갖추고 활동하는 자’ 식으로 규정해 후보자의 양심에 맡기고 있다. 그야말로 유교적이다. 

그렇다보니 검증되지 않은 인사도 후보 등록을 하겠다고 하면 달리 제지할 방법이 없다. 성균관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 분향 한 번 나오지 않았고 성균관 출입 한 번 없었으면서도 단지 유학대학 교수를 지냈다는 이유만으로 성균관장 후보로 나서도 신청을 받아 줄 뿐이다. 

하지만 성균관대 유학대학 교수 중 유림으로 자처하는 이는 한 명도 없다. 게다가 모두가 유교를 전공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전국 유림이 들썩일 정도로 풍파를 일으키고, 가사 성균관장이 되더라도 분규와 갈등으로 혼란이 일 것이 불 보듯 뻔한데도 굳이 그 자리에 앉아 보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뭘까?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 동안 유교권에서는 이른바 ‘3대 비리의혹 사건’이 회자되어 왔다. 내부고발자나 관계자의 제보로 알려지게 된 이들 사건들은 유교문화활성화지원사업(단장 한범수, 책임연구원 최영갑), 한국유경 정본화 DB 및 활용시스템 구축 사업(센터장 김성기, 실무담당 최영갑, 이하 ‘유경편찬사업’이라 함), 유교방송(대표이사 최영갑) 비리의혹사건이 그것이다.

유교문화활성화지원사업의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본지에 수차례 보도되었고 이미 관련 기관에서도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경편찬사업은 성균관대 유경편찬센터에서 한국유교 문헌을 선정해 정본화하고 이를 DB로 제작 보급함으로써 학술연구와 번역 분야 등에서 활용하게 한다는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고보조사업이다. 사업기간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이며, 총 예산은 50억원(국고보조금 25억원, 자체부담금 25억원)이다. 센터장은 유학대학 교수가 맡고 있다. 

유교문화활성화지원사업의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관련 인물들이 참여한 유경편찬사업도 비리 의혹의 중앙에 놓여지게 됐다. 본지에 제보된 자료 중 이 사업에서 이용된 차명계좌의 거래 내역을 보면 관련자들의 거래 기록이 나타나 있고, 특히 2011년 11월 1일에는 거액의 국고보조금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빠져나간 것으로 기록돼 있다. 

제보 내용에 따르면 이 사업에서 5개의 차명계좌가 이용되었는데 각 계좌당 3천만원씩 총 1억5천만원의 돈이 유경편찬센터의 연구원 이름으로 입금되었다가 곧바로 다른 계좌로 빠져나갔으며, 차명계좌에는 해당 연구원의 부인까지도 동원됐다. 해당 연구원은 현재 국립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들 세 사업의 비리 의혹 사건에는 모두 최영갑 씨가 관련돼 있다. 최영갑 씨는 유교문화활성화지원사업에서는 책임연구원으로, 유경편찬사업에서는 실무담당으로, 유교방송에서는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관련 사업들을 주도해 왔다. 유경편찬사업에서 이용된 차명계좌에는 최영갑 씨의 이름도 등장하고 있고, 유교방송은 유교문화활성화지원사업의 돈 세탁 창구로 이용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른바 ‘유교권 3대 비리의혹 사건’은 이미 상당한 실체가 드러나 있고, 그 규모나 관련자의 지위로 볼 때 그 파장이 결코 만만치 않은 사건들이다. 그리고 이들 사건에는 양명학 전공자들이 다수 관련돼 있다. 

‘유교권 3대 비리의혹 사건’은 현재 성균관이나 유림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건들이다. 하지만 이 사건 관련자들이 혹여 성균관에 입성하게 된다면 이 사건들은 곧바로 성균관과 유림의 사건이 되고 만다. 

‘유교권 3대 비리의혹 사건’에 관련된 자들은 지난해 성균관장 유고 사태가 발생하고 자신들의 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아예 성균관을 접수해 방패막이로 삼아 비리를 은폐하려고 일찍부터 준비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최근 벌어진 양명학 논란 사태의 전말이다. 아마도 이번 성균관장 선거가 우리 성균관과 유림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최대 분수령이 될 것 같다. 사태의 전말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호 /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