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향교 심동섭 전교 편지글
이 글은 지난 10월1일 진주향교가 진주 개천예술제 가장행렬에 참여해 대상을 수상한 후 고생한 회원들에게 보낸 심동섭 전교의 편지글이다. 심 전교의 편지를 받고 고마움을 전하는 진주향교 유림들의 요청으로 전문을 게재한다.

인사 올립니다.
국화향기 그윽한 풍성한 가을에 유림 어른들의 건강과 가정에 평안을 기원 드립니다.
우리 진주향교는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공립중등교육기관으로서, 또 성현을 모시고 춘추석전을 봉행하며 시민의 정신적 지주로서 면면이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의 인식은, 조선 군주국가와 일제강점기, 1인 독재 치하를 거치는 동안 소위 양반 사대부 출신의 엘리트 집단들만 출입하는, 문턱이 높은 곳으로 인식되어 온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근래 서구문물의 도입과 완전 자유 민주주의 체제로 바뀐 현시대에는 차츰 시민들의 관심대상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이에 우리 향교에서는 진주시의 지원을 받아 2005년에는 충효교육원을 건립하고, 2014년에는 경남유교대학을 개학함으로써 연간 15,000여 명이 넘는 학생과 시민을 상대로, 질 높은 강좌를 개설하여 시민들의 호응 속에 알차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적에 비해 시민들은 아직도 모르는 분이 많고, 알더라도 그냥 아무나 출입할 수 없는 문턱이 높은 폐쇄된 공간으로 착각하는 분들이 많은 실정이었습니다.
이에 고민 끝에 이번 제65회 개천예술제 행사에 가장행렬 팀을 만들어 향교에서 하고 있는 각종 강좌와 우리의 전통문화인 사례(관혼상제)를 재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200여 명에 달하는 인력동원이 큰 고민이었는데, 예상 외로 각 지회장님들과 유림 어른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팔을 걷어붙이며 나서 주셨습니다.
아침 6〜7시에 댁을 나와 오후 3시가 넘도록 긴 시간을 기다리며, 무슨 역할이든 주어진 대로 한 분도 거부 없이 적극적으로 임해 주었습니다.
향교를 생각하고, 유림의 위상을 생각하며 그 긴 시간을 목마름도 참고, 뙤약볕을 이겨내며 견디어 주셨습니다. 대쪽 같은 선비의 기상을 유감없이 발휘해 주었습니다. 수많은 피켓과 깃발, 만장은 실로 대단하였고 그 장엄한 행렬은 수많은 시민들의 갈채와 호응을 받았습니다. 결과는 23개 팀 2,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단연 1등인 「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참여한 어른들의 노고와 적극성을 보며 예상했던 바였지만, 처음 경험도 없이 출전하여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른들의 성의와 노고에 100번이라도 절을 올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번 행사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 유림의 정신은 아직도 살아 있음을 절감하였고 고비에 봉착하면 그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처음 행사를 기획할 때는, 만일의 경우 수상을 하면, 각 지회별로 노고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소정의 막걸리 값이라도 나누며 격려하고 싶었는데, 막상 대상을 받고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우리는 향교에 출입하는 유림이므로 상금을 받아 술이나 받아 마시고 낭비하는 것보다, 선비의 정신에 걸맞게 상금 500만원 전액을 진주시 ‘좋은 세상’에 희사하기로 하였습니다. 새벽부터 나오셔서 고생하신 어른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죄송하기 그지없지만 우리는 영광과 명예만 갖고, 이번 기회에 향교를 홍보하고 향교의 좋은 인상을 시민들에게 전하는 것이 오히려 좋을 것 같아 어렵게 결정하였습니다. 이해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이번 행사를 치르면서 모든 기획과 방대한 비품을 준비하며 몇날 며칠을 헌신적으로 봉사한 정기민, 성석기 두 사무국장과 황경규 사무차장 등 사무처 직원들께도 만나면 격려하여 주십시오. 우리 모두가 하나로 뭉쳐 이뤄낸 쾌거입니다.
끝으로 이젠 한로(寒露)도 지나고 아침저녁 일교차가 심한데 감기라도 조심하여 언제나 건강하시고 온 가정에 태평 하옵기를 진심으로 기원 드립니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공기 2566년 10월 6일
진주향교 전교 심동섭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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