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玄崗의 泮中雜詠>공자와 안자가 동성애라니! 제정신인가

16년 전 한 신생 출판사의 기획으로 출간된 한 권의 책이 유림사회의 공분을 일으켰다. <공자가 죽어야…>라는 발칙한 제목의 이 책은 빈약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노이즈마케팅과 IMF라는 시대적 상황에 맞물려 일약 베스트셀러가 됐다.
당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데는 아이러니하게도 유림들의 역할이 컸다. 분한 마음에 도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보려는 유림들이 한두 권 사다보니 어느새 베스트셀러가 돼 버렸던 것이다. 노이즈마케팅을 통한 기획의 승리였다.
10년 뒤 <공자씨…>라는 또 다른 발칙한 제목의 책이 중견 출판사의 기획으로 출간됐다. 그러나 이 책은 이들의 바람처럼 되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당시 아무런 화제가 되지 않은 것을 두고 주장이 별로 세지 않았던 모양이라고 회고했다. 유림들의 반면교사로 인한 기획의 실패였다. 하지만 ‘공자씨’라니!
최근 <공자씨…>의 저자는 정말 센 주장을 들고 나왔다. 인터넷에 게재한 「공자와 안연, 애틋한 사제를 넘어 동성애로」라는 그야말로 발칙한 글에서 공자와 안연 간의 사제의 정을 동성애라고 주장한 것이다.
<공자씨…>의 저자는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신정근 교수다.
<공자씨…>의 저자는 <논어>를 문학(소설)의 측면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며 공자와 안연의 관계를 동성애로 읽을 수 있다고 했다. 공자와 안연의 대화를 꼼꼼히 씹어보면 스승과 제자의 관계만으로 볼 수 없는 농도 짙은 사랑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논어> 어디에도 동성애로 읽힐 수 있는 내용은 없다.
동성애란 말의 사전적 정의로 보면 ‘동성의 상대에게 감정적․사회적․성적인 이끌림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일반적 의미에서 보면 <공자씨…>의 저자 주장은 공자와 안연이 서로 성적인 이끌림을 느꼈다는 것인데 성현에 대한 모독이 역대급이다.
일찍이 주자는 “옛 사람들이 책을 읽은 것은 도(道)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렇지 않으면 책을 읽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요즘 사람들은 여기에서 도리를 이해하지 않고 모두 이것저것 섭렵하고 해박한 것을 능사로 여겨 도학과 속학의 구별이 생겨난 것이다”(『주자어류』 11권 「독서법하」)라고 했다.
다산 정약용도 “책을 읽는 것은 오직 의리를 구하기 위해서다. 만약 의리를 얻지 못한다면 날마다 천 권을 독파한다 해도 담벼락을 마주하고 있는 것과 같다. 비록 그러나 글자 뜻의 훈고에 밝지 않으면 의리는 이로 인해 어두워진다. 동(東)으로 새겨놓고 서(西)라고 하면 의리는 이 때문에 어그러지고 만다. 이것이 옛 선비들이 경전을 풀이할 때 훈고를 급하게 여긴 까닭이다”(「시경강의서」)라고 했다.
멋대로 책을 읽지 말고 함부로 해석하지도 말라는 이 말들은 <공자씨…>의 저자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하지만 <공자씨…>의 저자에게 이런 말이 귀에 들리기나 할지 모르겠다.
그런 <공자씨…>의 저자가 이제는 나라 돈으로 향교·서원의 유교아카데미를 주관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면서 성균관은 안중에도 없다. 공자와 안자[안연]를 동성애라 하며 성현을 모독한 이가 향교·서원을 찾아 무슨 말을 하겠다는 것인지 성균관과 유림들이 정말 우습게 보였나 보다.
많은 유림들이 유림사회의 정치의식 자각과 자존감 회복을 말한다. 하지만 이는 다른 게 아니다. <공자씨…>의 저자 같은 이들로 인해 돈벌이 수단, 사업의 대상으로 전락한 유교와 유림들의 위상을 바로세우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성균관이 할 일이다.
이상호/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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