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제사(忌祭祀)가 절대 길제(吉祭)일 수는 없다
수없이 기제사 날은 길제(吉祭)가 아니라고 전거를 가지고 말씀을 드려도 유림들은 수긍하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많은 예학자들이 강의를 하는 과정에서 하나같이 잘못된 학설로 유림과 국민을 오도(誤導)하고 있다. 부득이 기라성 같은 선현과 대학자들의 학설을 소개하며 유림들의 현명한 판단을 갈구(渴求)한다.
‘졸곡(卒哭) 이후에는 점차 길사로 바뀌어간다’는 한 구절에 구애되어 기제사를 축제의 날로 착각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선현과 대유(大儒)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기제사를 길제라고 말한 사람이 있으면 그 전거를 제시하여 본인과 유림의 안목을 넓혀주었으면 한다.
각설하고 아래의 전거들이 기제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 옛날 사람들은 기일에 음식을 올리는 예를 행하지 않고 다만 슬픔을 다하여 변화를 보여줄 따름이었다. <장재(張載)>
2. 옛날에는 기제사(忌祭祀)가 없었는데 최근에 여러 선생들이 이것을 여러 가지로 고찰하여 여기에 이르렀다. 『주자어류』
3. ‘「제의(祭義)」에 군자는 종신토록 하는 상이 있으니 기일의 제사를 말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것으로 보면 기일에는 제사지낼 분만 사지내고 배위는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은 배위에게 제사지내는 것을 박하게 하는 것이 아니며 제사지내는 분에 대한 슬픔이 있기 때문이다. 『가례집람』
4. 오늘날은 소복을 모방해서 사용한다. 『가례의절』「기제의 복식」
5. 부모의 기일에 관직이 있는 사람은 흰색 모자를 쓰고 수각(垂脚)을 한다. 혹은 참포모(黲布帽)·수각(垂脚)·옥색 단령·백포과(白布裹)·각대를 한다. 관직이 없는 사람은 흰색 갓을 쓴다. <율곡 이이>
6. 비록 방친(旁親)이 이미 제사에 참여했더라도 기제는 상사(喪事)의 여분이니 원근을 막론하고 주인을 위해 함께 슬퍼한들 무슨 흠이 되겠는가? 그러나 하나의 잣대로 논하기는 어려우니, 다만 때에 맞게 변통할 따름이다. <밀암 이재>
7. 기제는 상사(喪事)의 여분이지만, 이것을 아직 상을 마치기 전으로 유추하여 행함은 불가하니, 예의 뜻이 그러하다. <남계 박세채>
8. 기일은 비록 종신토록 하는 상(喪)이지만 담제와는 다르다. <퇴계 이황>
9. “기일에는 마땅히 곡(哭)을 해야 합니까?”라고 하자 대답하기를 “슬픔이 밀려오면 스스로 마땅히 곡을 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주자어류』
10. 문왕의 제사에서 ~ 기일 날에는 반드시 슬퍼했다.(文王之祭也 ~ 忌日必哀) 『예기』 「제의」
11.동춘당께서 이른바 미흉(微凶)의 상복이라 한 것은 참관(黲冠)과 소복(素服)을 가리키는 듯하니, 기제(忌祭) 때의 복색(服色)의 종류인 것이다. <명재 윤증>
12. 기제사란 상사의 나머지니 제사를 지내더라도 혐의는 없을 것이다.(忌者 喪之餘 祭似無嫌) <주자>
13. 옛날에는 기제(忌祭)가 없었는데, 근래 여러 선생들이 바야흐로 여기까지 상고하였다. <주자>
14. 물었다. “기일에 곡해야 마땅한가?” 말했다. “만일 슬프다면 곡해야 마땅하다.” <주자>
15. “기일(忌日)을 휘일(諱日)이라 하니, 무슨 뜻인가?” 답했다. “꺼린다〔忌〕는 것은 ‘금할 금(禁)’자의 뜻이니, 슬픔을 머금고 있어서 다른 일에는 미칠 수 없음을 말한다. 피한다〔諱〕는 것은 ‘회피할 피(避)’자의 뜻이니, 사마광은 ‘만일 피할 수 없는 일이 있을 경우’라 하고, 그 주(註)에 ‘죽음을 말한다’고 했다. 죽음은 사람이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피할 수 없다’고 했다. 휘일(諱日)의 휘(諱)는 여기서 유래한 것이 아닐까?” 『문해(問解)』
16. 당(唐)나라 때의 사대부들은 효복(孝服)을 입고 조문을 받았다. 오대(五代) 때에 어떤 사람이 기일에 조문을 받았는데, 어떤 사람이 조문하였다가 마침 그 자리에서 찔러 죽이는 일이 발생하였다. 그 뒤로는 다른 사람이 보내주는 위로의 편지만 받고 접견하지는 않게 되었다. <주자>
17. 기제는 상사(喪事)의 여분으로, 이날을 당하면 자손된 자는 추모하는 마음이 끝이 없어서 마음을 다해 제사지내야 마땅하니 삭망에 차(茶)를 올리는 일을 그 사이에 함께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갈암 이현일>
18. 상사의 여분인 기제사는 길제(吉祭)와 다르니 제사지낼 수 있는 이치가 있다. 『고재집(顧齋集)』
19. ‘장사지내기 전에는 제사를 폐한다’는 것은 예서에 분명한 조문이 있다. 다만 기일은 이미 길제(吉祭)가 아니고 또 이는 상사의 여분의 날이니, 그냥 지나가기는 어려울 듯하다. <우복 정경세>
20. 기일에 길제(吉祭)를 행한다는 말은 더욱 이해되지 않는다. <갈암 이현일>
21. [문] 『가례』의 기제조(忌祭條)를 보면 기제사를 지내기 하루 전에 치재(致齊)하고 변복(變服)하며, 술과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세속에서는 제사를 지내기 3일 전에 소복(素服) 차림으로 치재를 하며 술과 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이 예가 후하게 하는 데 가까우니 세속의 예를 따라서 해도 무방하겠습니까?
[답] 기일이 되기 3일 전부터 소복을 입고 술과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지나치게 과중한 듯하네. 하루 전에 술과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무방할 것이네. 『의례문해습유』
22. 기제(忌祭)는 길제(吉祭)와는 같지 않으니 6월에 지내는 세 번째 기제는 편의에 따라서 설행하거라. 『우복집』
이상으로 선현들의 문집을 통해 기제사가 길제가 아님을 살펴보았다.
돌아가신 분께 못 다한 효(孝)를 계속해 나가는 것이 제사이다. 제사가 단절될 위기에 처해 있는 현 시점에서 유림의 역할은 막중하기 그지없다. 전통을 바로 알고 바르게 전승하는 것 또한 우리 유림의 시대적 사명이라 할 것이다.
방동민 / 무형문화재 제85호 석전대제 이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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