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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시론

독자기고 : 無用之用

편집부
2013.11.01·3분 읽기·조회 23

보통 아무 곳에도 쓸 수 없는 물건이나 사람을 지칭하여 무용지물(無用之物), 무용지인(無用之人)이라고 한다. 물건이 쓸모가 없으면 폐품이요 사람이 쓸모가 없다면 폐인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장자(莊子)는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고 하면서 "사람들은 쓸모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쓸모없는 것을 쓰는 것은 알지 못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처럼 무용지용이란 세속적인 안목으로는 별로 쓸모가 없는 것 같이 보이는 사물이야말로 오히려 진실로 쓸모가 있다는 것이다. 

40여 년 전 큰 도로로부터 시골 고향마을로 들어가는 길가 도랑가에 아주 못생긴 30여 년생 참나무 한그루가 서 있었다. 마침 새마을 사업으로 길을 확장하는 과정에 참나무의 생존이 동민들의 논쟁대상이 되었는데, 나무를 키워야 화목용 외에 전답에 그늘로 인한 피해와 교통에 장애만 되므로 제거해야 한다는 무용지물론이 우세했다. 공직에 있던 나는 마침 고향에 갔다가 이 광경을 보고, 나무가 커서 그늘이 생긴다 해도 도랑가라 전답에 큰 피해가 없을 뿐 아니라 길가에 있어 교통에도 큰 지장이 없어 보이니, 마을 표지목(標識木)으로 그대로 두자고 무용지용론을 제시했더니 받아들여져 살아남게 되었다.

그런데 인연이란 알 수 없음을 실감했다. 내가 공직생활을 마치고 귀향하여 산 밑에 새 집을 짓고 동네로 드나드는 길을 내고 보니, 바로 입구 정면 약 60미터 지점에 그 참나무가 의젓하게 서 있는 것이다. 나를 비롯하여 동민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되었다.

그 후 곱게 자란 70여 년생 아름다리 참나무는 요즈음 오고가는 사람들의 훌륭한 쉼터가 되어 있음은 물론 뭇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우리 집을 찾아오는 초행객에게는 안내표지목이 되고 있다. 여름철에는 나무 그늘 밑에서 일꾼들이 점심이나 새참을 먹는 장소가 되고 가을철에는 상수리를 주우면서 쉬는 곳이 되었으며, 겨울과 봄철에는 까치를 비롯한 뭇 새들의 생활터전이 되어 마을을 찾는 손님들을 반갑게 영접한다.

나는 이 참나무를 접할 때 마다 나무를 베지 말자고 주장한 것이 얼마나 잘한 것인지 지금도 흐뭇하고 자랑스럽다. 앞으로 영원히 보존되기를 빈다. 이처럼 사물의 유무용(有無用)의 기준은 사람마다의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람의 경우도 같다. 저 유명한 고구려 온달은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받았지만 평강공주를 만나 유용한 장군이 되었다. 

이와 같이 사람이나 사물의 유용, 무용은 사람들의 편견으로 인한 것이다. 무용지물이라고 버리는 물건이 쌓이고 무용지인이라고 홀대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들을 유용한 것으로 재생시키는 길을 찾아야 한다. 원래 무용지물, 무용지인은 없다. 다만 사람들의 사시(斜視)가 그를 잘못 보고 그를 활용 못하고 있을 뿐이다.

朴鍾德(성균관 부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