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림시론

특별기고 - 기장향교의 석전단상

<span style="color:#FF0000;">소홀하기 쉬운 석전의물과 예찬(향, 숯, 순저, 릉인, 검인)</span>

김두호 기자
2021.03.12·6분 읽기·조회 39

 

김두호 / 기장향교 사무국장

 


 

공기 2572년(단기4354) 신축년 춘계석전을 앞두고 소홀하게 다루기 쉬운 석전의 의물과 예찬들을 살펴보았다. 순서의 질서로 도리를 지켜야 하나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기록함을 양해바라며 한편으로는 예를 갖춤에 있어서 그 예를 다하지 못함이 못내 아쉽다.

 

석전에 사용되는 모든 의구, 의물, 제물 등 의례에 사용하고 또 사용되는 의례용품을 다룰 때에는 항상 맑은 몸과 정신으로 대해야 함은 익히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익숙함에 길들여져 자칫 소홀해질까 염려함도 사실이다. 예를 예로써 다하려 함은 비단 유가뿐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현상은 그렇지 못함에 한편으로는 그 예가 사라질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성균관을 중심으로 지방향교에서 개전의 노력과 심혈을 기울이는 현상을 보고 다소 안도의 숨을 쉰다.

 

먼저 석전에 올릴 향을 제작하는 예로 시작한다. 참고로 향과 축을 모시는 예는 전향축(傳香祝)으로 왕조에서는 이행할 때 그 절차에 따른 행례를 아주 신성시했다.

 

향(香)은 건조가 잘된 향나무를 골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쪼갠 다음 여러 번 삐져서(얇고 비스듬하게 잘라 냄) 다시 한 번 건조시켜 보관하며 석전에 쓰이는 향은 대성전으로 옮겨 보관한다. 분향일인 삭망일(朔望日)에는 전일 사당을 잘 쇄소(刷掃)한 후 향궤(香櫃)에 모셔 탁자에 올린다. 이 때 축(祝)도 함께 놓아둔다.

 

요즈음은 행례 당일 봉향이 향궤를 모셔 헌관에게 드려 확인하게 한 다음 행례를 시작하기도 한다. 그만큼 향이 의미하는 바 크다 할 것이다.

 


 

 

  

 

 

 


이어 준비하는 행례가 석전에 사용할 숯 행례이다.

 

숯은 주지하다시피 지방향교에서는 대설위, 중설위, 소설위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정위와 배위사성 그리고 동·서 종향위 위차 1위 향상(→향탁)에 준비된 향로에 담아 초헌례, 아헌례, 종헌례, 분헌례 시 헌관이 향을 올릴 수 있도록 화로에 숯불을 미리 넣어 두어 헌관이 향을 사르도록 한다. 그리고 일반인 분향에 향을 사를 수 있도록 대형화로에 숯을 미리 넣어 두어 분향인들의 편익을 도모하기도 한다.

 

예의 소중함과 더불어 소홀하기 쉬운 의례에 사용하는 의물(儀物)에도 선대 유림께서는 예를 갖추어 정성을 다해 왔다. 하찮은 것 같지만 석전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반상(班常)의 서열로 꼭 수복(守僕)이 아니어도 현대사회의 질서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유림의 역할도 소중하리라 여겨진다. 근자에는 화학적 가공 숯을 사용하기도 한다마는 ‘온고이지신’의 정성으로 그 역할에 충실하여 전통 유교문화를 전승, 계승, 보전하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

 


 

  

 


 

 

석전례에 제물로 사용하는 예찬 역시 전거(典據)에 기초하여 만들어 그 예를 다할 필요가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85호인 석전대제는 어쩌면 전통문화뿐만 아니라 우리가 갖추어야 할 정신문화로서 제례문화 역사의 단초이기도 하다. 역사가 없는 민족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이는 유교국가로서의 지위 향상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사료된다. 전통은 이어져야 하며 지켜져야 할 문화유산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다음은 제물 중 쉬운 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석전예찬 중 오성위에 올리는 순저(筍菹=竹筍)는 진설홀기에 ‘우팔두제삼행토해재전순저차지(右八豆第三行兎醢在前筍菹次之)’에 진설하는 제물이다. 죽순이 올라오는 시기를 맞춰 정성을 다하여 채취한 죽순은 잘 염장하여 추기석전에 사용하며 이듬해 춘기석전에도 사용한다. 여의치 않을 시에는 도라지를 대용품으로 올린다. 죽순은 변질되기 쉬우므로 삶아 염장을 하여 보관하며 식재료로도 쓰인다. 하지만 석전예찬은 익히지 않기 때문에 잘 다듬어서 소금에 절여 보관한다.

 


 

    

 

 

 


 

 

다음은 릉인(菱仁=능인, 마름열매)이다. 릉인은 습지에 자라는 바늘꽃과의 한 해살이 수초로 이 마름의 열매가 릉인(능인)이며 물밤이라고도 한다. 한편 마름열매는 황소의 머리를 닮았다 해서 지방에서는 "황소잡으러 간다"라는 은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오성위에 올리며 진설홀기에 좌팔변제삼행릉인(左八籩第三行菱仁)에 진설하는 제물이다

 

구하기 쉽지 않은 릉인은 대용품으로 은행열매를 사용한다.

 

 

 

  

 


 

 

다음으로는 검인(芡仁 : 가시연밥, 가시연열매)이다. 가시연열매인 검인은 멸종되어 가는 위기 식물로 창녕우포 지역에서는 보호받고 있는 식물로서 함부로 채취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정해진 관리인을 통해 철저히 보호 관리하고 있다.

 

오성위에 올리며 진설홀기를 보면 ‘좌팔변제삼행릉인재전검인차지(左八籩第三行菱仁在前芡仁次之)’에 진설하는 제물이다. 검인으로 호두를 대용품으로 사용한다.

 


 

    

 


 

 

다음으로는 진자(榛子 : 개암나무열매)이다.

 

오성위에 올리며 진설홀기를 보면 ‘좌팔변제이행건조재전율황차지진자차지(左八籩第二行乾棗在前栗黃次之榛子次之)’에 진설하는 제물이다. 예전에는 손쉽게 구할 수 있었으며 시골에서는 고소하고 맛이 있어 좋은 간식거리가 되기도 했다. 양지바른 산주위에 흔히 볼 수 있었던 개암이었으나 추억의 열매가 된 지금은 구하기가 쉽지않다. 진자는 잣을 대용품으로 사용한다.

 


 

  

 

 


 

이상과 같이 기장향교에서 석전을 앞두고 준비하는 각 행례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기장향교는 선대 유림의 예를 이어받아 그 질서를 지키려고 하나 현실에 봉착되는 계절의 변화와 지식인들의 사고가 예전과 같이 않음의 한계가 인식의 전환을 느끼게 한다. 전통을 지키고 배우려 애쓰는 유림들이 있는 한 다소 불편함은 있을지언정 역사는 이어지기 마련이다.

 

기장향교 왕금자 여성수석장의와 성인수 총무수석장의의 수고로운 협조와 배려에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