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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시론

<李玄崗의 泮中雜詠>나라에만 ‘사유(四維)’가 있는 게 아니다

편집부
2016.06.27·8분 읽기·조회 22

성균관 유림회관에 있는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실에는 석전(石田) 황욱(黃旭) 선생이 쓴 “국유사유(國有四維)” 액자가 걸려 있다. 석전 선생의 글씨라 더욱 눈에 들어오는 글귀인데, 이 말은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유명한 관중(管仲)이 한 말로 “국가를 다스리는 데 예의염치(禮義廉恥)라는 4가지 큰 기둥[四維]이 있다”는 뜻이다.

관중은 “나라에는 사유(四維; 禮義廉恥)가 있다.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두 개가 끊어지면 나라가 위태로우며, 세 개가 끊어지면 나라가 뒤집어지고, 네 개가 끊어지면 나라가 멸망한다. 기울어진 것은 바로 잡을 수 있고, 위태로운 것은 안정시킬 수 있으며, 뒤집어진 것을 일으킬 수 있지만, 나라가 망하면 다시 일으킬 수 없다(國有四維 一維絶則傾 二維絶則危 三維絶則覆 四維絶則滅 傾 可正也 危 可安也 覆 可起也 滅 不可復錯也) (『管子』「牧民編」)고 했다.

이어 사유에 대해서 “무엇을 사유라 하는가. 첫째, 예(禮)를 말하고, 둘째, 의(義)를 말하며, 셋째, 염(廉)을 말하고, 넷째, 치(恥)를 말한다. 예는 절도를 넘지 않는 것이고, 의는 스스로 나서지 않는 것이고, 염은 악을 감추지 않는 것이고, 치는 그릇된 것을 따르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절도를 넘지 않으면 윗사람의 자리가 평안하고,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백성들에게서 교활함과 속임이 없어지고, 악을 감추지 않으면 행실이 저절로 온전해지며, 그릇된 것을 따르지 않으면 사악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何謂四維 一曰禮 二曰義 三曰廉 四曰恥 禮不踰節 義不自進 廉不蔽惡 恥不從枉 故不踰節 則上位安 不自進 則民無巧詐 不蔽惡 則行自全 不從枉 則邪事不生) (『管子』「牧民編」)”고 했다.

관중은 예의염치 즉 사유를 나라의 근간으로 얘기했지만, 후대의 유자들은 이를 자기 처신이나 출처의 근거로 삼았다.

최근 예의염치를 모르는 몰염치(沒廉恥)하고 파렴치(破廉恥)한 인사들로 인해 성균관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유림 총의에 따라 순리대로 대처한다면 언젠가 수습되겠지만, 그 동안 성균관이나 유림사회가 겪을 피해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한 일이다.

이미 보도된 것처럼 법원은 직무집행이 정지된 성균관장 직무대행자로 정한효 씨를 선임했고, 정 씨는 6월16일 성균관 총무처에 통고도 없이 20여 명의 추종자들과 함께 성균관장 비서실에 나타났다.

이날 정 씨와 함께 온 일행은 최근 성균관유도회총본부를 사칭하고 고액 강좌를 개설해 물의를 빚은 P씨와 J씨, Y향교에서 퇴출당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 소송 당사자들, 재단법인 성균관에서 비리 의혹으로 퇴출당한 직원들, 오령교 신봉자들로 대부분 성균관에 출입할 자격이 없는 인사들이다.

특히 P씨는 자신이 정 씨의 보좌관이라며 정 씨가 보고를 받는 자리에 자기가 있어야 한다며 억지를 부렸다. P씨는 법원이 정한 보좌관도 아니었고 성균관과 아무 관련이 없다.

서정기 전 관장 당시 서 관장에 의해 총무처장으로 임명됐던 P씨는 유림 활동이 전무한 불교전공자로서 총무처장이 될 수 없는 인사였다. 서 관장은 P씨가 문제되자 유교로 개종했으니 괜찮다는 억지를 부렸으나 갓 입교한 개종자가 종단 종무 행정의 이인자인 총무처장이 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향교를 보더라도 유교로 개종했다고 해서 유림 경력이 전혀 없는 자를 사무국장이나 전교로 임명할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조선시대 승려 보우를 전공한 P씨는 보우를 유생들에게 요승으로 몰려 순교한 불교 순교자라고 추앙하고, 사부대중으로 자처하며 보우에 대한 명문까지 쓴 인사다. P씨는 보우를 비판한 유학자들을 미친 유생[狂儒]이라 표현했고, 그에 따르면 「논요승보우소(論妖僧普雨疏)」를 써 보우를 비판한 율곡 이이 선생도 미친 유생이다.

문묘 대성전에 모신 우리나라 18현의 한 분인 율곡 선생을 광유라고 표현한 자가 이를 감추고 성균관을 출입하면서 유림사회를 농락한 것은 그야말로 유교의 크나 큰 수치였다.

정 씨는 6월17일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채 P씨와 J씨 등과 함께 나타나 소란을 일으켰고 심지어 성균관과 소송을 하고 있는 이종목 씨까지 불러들였다. 이종목 씨는 J씨와 함께 지난 2년간 성균관유도회총본부를 파행으로 이끌었던 당사자로 이날 취재를 하는 여기자에게 막말과 협박을 해 또 다른 파문을 일으켰다.

성균관 임직원들이 나서서 이들에게 성균관장 비서실 퇴실을 요구한 것은 너무나 당연했음에도 정 씨는 오히려 이를 두고 난동이라고 표현했다. 심지어 정 씨는 분향 이틀 전에 총무처장에게 6월19일의 헌관을 자신으로 교체하라고 요구하고, 성균관의 통장명의를 자신의 이름으로 바꾸라며 직원 급여 지급도 못하게 했다. 유림으로 자처한다면 이런 요구를 할 수는 없는 일이었고 직무대행자라면 더욱 그리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더욱 가관이었던 일은 정 씨가 법원에 제출한 보고서다. 거짓과 사실왜곡으로 일관한 이 보고서의 내용은 정 씨가 스스로 자처해 온 유림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마저 포기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정 씨는 지난 6월21일 ‘성균관 현 상황보고 및 긴급조치상황 건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서 정 씨는 법원이 자신을 직무대행으로 선임 통고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최소한의 품격도 수치심도 없었다.

그리고 지난 6월16일과 17일 양일간 벌어진 사태와 관련해 진술하고, “1. 이해 당사자간의 공정한 조정이나 화합을 위해서는 김동대 총무처장의 보직해임 및 대기발령 사정위원회 회부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2. 회계 재정 집행에 대한 의혹을 제시하는 여론이 비등하니 전문 보조요원 2인(무보수 조건)을 일정 기간 채용 승인하여 달라”는 내용의 건의를 했다.

하지만 보고서의 내용은 목격자들의 진술이나 본지 기자의 취재 내용과 크게 달랐다. 우선 정 씨는 지난 6월16일 사태와 관련해 “외부 동원자와 직원 합세 방문객을 난동으로 축출하는 데 혈안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씨가 대동한 자들은 방문객도 아니었고, 자칭 보좌관이라 주장한 P씨와 J씨 등은 보좌관도 아니었다. 관장실로 무단 입실하려는 이들을 저지한 것은 모두 성균관 관내 임직원들로서 외부 동원자는 있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정 씨는 마치 성균관 총무처가 외부에서 사람들을 동원해 난동을 부리면서 자신을 축출한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정 씨는 마치 김동대 총무처장이 업무를 거부한 것처럼 주장했으나, 김 처장은 성균관 사무와 관계없는 자들의 퇴실을 요구했던 것이고, 정 씨가 요구한 내용 중 분향 헌관 교체와 같이 상무(常務)가 아닌 것에 대한 부당함을 지적했을 뿐이다. 정 씨와 독대한 김 처장은 성균관 통장 확인 등 상무에 대해서는 정 씨의 요구대로 조치했고 이 같은 과정은 본지 기자가 취재한 자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심지어 정 씨는 관장실 외부 인사 출입을 봉쇄하고 자신을 반감금 상태로 외부인사 접견을 통제했다며 성균관장 비서실장이 입실하려는 L씨를 “사정없이 멱살잡이로 내팽개쳐 2주 상해를 입혔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했으나 이는 모두 사실과 달랐다.

또한 정 씨는 이 같은 일들이 총무처장의 사전 지시로 벌어진 것처럼 기술해 법원을 기만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이 같은 정 씨의 보고서는 자신이 아무리 유림이라고 주장해도 유림일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유, 즉 예의염치는 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제는 유림들과 유림사회가 예의염치를 모르는 자들에 의해 농락당하고 유린당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

이는 성균관의 실정과 유림사회를 모르는 법원이 할 일도 아니고 법원에 맡길 일도 아니다. 유림 스스로의 단합된 힘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이제는 조만간 개최될 성균관 총회에 모든 것을 꺼내놓고 전국 유림들이 총의로써 사태를 수습하는 것만이 최선의 길이다.

이상호 /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