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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시론

<李玄崗의 泮中雜詠>‘김영란법’ 시대, 정직이 최선이다

편집부
2016.09.30·6분 읽기·조회 15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9월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감으로써 우리 사회가 큰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적용을 받는 기관이 중앙·지방행정기관, 공직유관단체, 각급 학교, 언론사 등 모두 4만919곳에 달하고, 적용대상자가 공직자와 언론인, 공직유관단체 임직원, 사립학교 교직원 등 약 400만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지나친 규제로 인한 경제 위축’이나 ‘법 규정의 모호성’ 등을 이유로 우려를 표명하는 이들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접대문화와 뿌리 깊은 청탁 관행을 근절하고 청렴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더 크다.

아마도 ‘접빈객(接賓客)’을 중시하는 유림사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 같다. 그 동안 선의의 관행이라 여겨졌던 것들이 법의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어 엉뚱한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당분간은 불필요한 오해 역시 적지 않게 생길 것도 같다.

청탁금지법의 기본은 ‘3·5·10만원’이다.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이상을 금지하는 ‘3·5·10’ 항목과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1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는 게 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금품을 줘도 받아도 처벌을 받는다.

다만 ‘음식물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이라는 가액 기준을 충족한다 하더라도 직접적인 직무 관련성 여부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직무 관련성이 모호해 헷갈린다면 각자 계산하는 ‘더치페이’를 권고하고 있어 청탁금지법은 더치페이법이라고 이해하는 이도 있다.

청탁금지법을 보면 우선 생각나는 게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다. 이를 보면 마치 청탁금지법을 두고 얘기한 것처럼 느껴지니 예나 지금이나 사람살이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실감난다.

일찍이 다산은 “청렴은 천하의 큰 장사이다. 그러므로 크게 탐하는 자는 반드시 청렴하려 한다. 사람이 청렴하지 않은 것은 그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여기에 다산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공자는 ‘인자(仁者)는 인(仁)을 편안히 여기고, 지자(知者)는 인을 이롭게 여긴다’고 말했는데, 나는 ‘청렴한 자는 청렴함을 편안히 여기고, 슬기로운 자는 청렴함을 이롭게 여긴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재물이란 사람들이 모두 크게 욕심내는 것이다. 그러나 욕심 중에는 재물보다 더 큰 것이 있으므로 재물을 버리고 취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비록 재물을 얻는 데 뜻을 둔다 하더라도 청렴한 관리가 되어야 할 것이니 무엇 때문인가? 늘 보면 지체와 문벌이 화려하고 재주와 덕망이 뛰어난 자가 겨우 수백 꾸러미의 돈에 빠져 관직을 박탈당하고 귀양 가서 10년 동안이나 쓰이지 않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비록 세력이 높고 운이 좋아서 형벌이나 극형은 면하게 되는 수가 있지만, 여론은 비루하게 여겨 깨끗한 명망이 땅에 떨어질 것이다. 문신(文臣)이 이에 관련되어 홍문관이나 예문관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고, 무신(武臣)이 이에 관련되어 장수가 되지 못한 자가 또한 얼마나 많은가? 지혜가 원대하고 생각이 깊은 자는 그 욕심이 크기 때문에 청렴한 관리가 되고, 지혜가 짧고 생각이 얕은 자는 그 욕심이 작기 때문에 탐욕한 관리가 되는 것이니, 진실로 생각이 여기에 이를 수 있다면 아마도 청렴하지 않을 자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 다산은 공의휴(公儀休)의 예를 들었다.

“공의휴가 노나라 정승으로 있을 적에 어떤 손이 물고기를 선물하였는데 받지 않았다. 그 손이 말하기를 ”당신이 물고기를 즐긴다고 해서 선물하는 것인데 왜 받지 않으십니까?“라고 하니 공의휴가 말하기를 ”물고기를 즐기기 때문에 받지 않소. 이제 재상이 되었으니 스스로 물고기를 마련할 수 있소. 지금 물고기를 받다가 도리어 면직되면 다시 누가 내게 물고기를 주겠소? 내가 그런 까닭에 받지 않는 것이오“라고 하였다.”

또한 다산은 “뇌물을 주고받는 것을 누가 비밀로 하지 않으랴만 밤중에 한 일도 아침이면 드러난다”고 말했다.

여기에 다산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아전은 매우 경박하여 들어와서는 말하기를 ‘이 일은 비밀이라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퍼뜨리면 제게 해로운데 누가 퍼뜨리려고 하겠습니까?’라고 한다. 수령은 그 말을 믿고 흔연히 뇌물을 받지만 문밖에 나가자마자 말 퍼뜨리는 것을 꺼리지 않아 경쟁자를 억누르려 한다. 잠깐 동안에 사방에 퍼지건만, 수령은 깊이 들어앉아 고립되어 있어서 막연히 듣지 못하고 있으니 진실로 슬픈 일이다. 양진(楊震)이 말한, 넷이 알고 있다(四知)는 것 외에 사람이 안다는 것도 막아낼 수가 없다. 양진이 형주 자사로 있을 때 왕밀(王密)이 창읍의 수령에 임명되었으므로 밤에 금 10근을 품고 와 주면서 ‘어두운 밤이라 아무도 모릅니다’라고 했다. 양진이 ‘하늘이 알고 신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아는데 어찌하여 아무도 모른다 하오’라고 하니 왕밀이 부끄럽게 여기고 물러갔다.”

또한 다산은 “선물로 보내온 물건은 비록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은혜로운 정이 맺어졌으니 이미 사사로운 정이 행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다산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격(鬲)의 수령 원의(袁毅)가 조신(朝臣)에게 뇌물을 바쳐 명예를 사려고 하였다. 일찍이 산도(山濤)에게 실 1백 근을 보냈는데 산도는 남다르게 하지 않고자 하여 받아서 들보 위에 얹어 놓았다. 얼마 후에 원의의 일이 탄로나자 산도는 들보 위에서 그 실을 가져다가 아전에게 내어 주었다. 이미 몇 해가 되어 실이 먼지가 끼고 검고 누렇게 되었는데 봉인은 처음 그대로였다.”

청탁금지법이 아니더라도 모두 사람살이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얘기들이다. 내가 정직한 게 최선이고 그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께서는 “사람의 삶은 곧게 마련인데, 곧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것은 요행으로 면하는 것이다(人之生也直 罔之生也 幸而免)”라고 하셨고, 정자는 이를 두고 “살아가는 이치는 본래 곧으니 망은 곧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역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요행으로 면한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상호 /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