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玄崗의 泮中雜詠>리더의 패망과 입 속의 혀 같은 간신

‘국정농단’ 사건의 부역자들 몸부림이 애처롭다. 허망한 권력의 끝자락을 붙잡고 끝내 놓지 않으려는 게다.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 해서 반대파들을 ‘배신’ ‘패륜’ 등의 막말로 비난하는 이들에게 이제는 염치고 뭐고 다른 것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초등학생도 알 만한 일들을 몰랐다고 발뺌하며 ‘의리’ ‘국민의 뜻’ 운운하는 이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충신과 간신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도 한다. 역사에 등장하는 숱한 간신들도 그들 당대에는 쾌락이나 물욕을 만족시키는 권력자의 유능하며 충성스런 측근이었기 때문이다.
사전에서는 ‘간신’을 ‘간사한 신하’라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간신의 실상은 그리 간단치 않다. 과거의 역사를 봐도 어느 누구에게는 충신이었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간신인 인물들이 적지 않다.
이런 경우 역사가들은 충신과 간신의 차이를 ‘대의(大義)’에 둔다. ‘대의’에 충실했는가의 여부를 놓고 보면 ‘충(忠)’과 ‘간(奸)’의 변별점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역사에 등장하는 간신의 특징은 대체로 비슷하다. 『간신론』이라는 책에서는 간신과 소인배들의 공통된 특징으로 “간신들은 윗사람에게는 눈웃음을 치고 꼬리를 흔들며 아첨을 하지만, 아랫사람들은 잔혹하게 다룬다. 윗사람의 눈에 들고 자신의 부를 채우기 위해 뇌물을 받고 백성의 피와 땀을 쥐어짠다.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빼앗는 등 나쁜 짓만 골라서 한다. 참으로 사회의 기생충이며 백성의 공적이 아닐 수 없다. 백성의 피와 땀으로 공을 세우려 하며, 백성의 목숨을 들풀만도 못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중국의 북송 때 인물인 채경(蔡京)은 대신(大臣)이자 서법가(書法家)로 알려져 있지만 당대 최고의 간신이었다. 채경이 권력을 휘두를 당시 첩이 떼거리를 지었고, 소유한 땅은 51만 무(畝, 오늘날 단위로 1무는 대체로 200평이므로 모두 1억 평 정도가 된다) 이상이었다. 전국의 관리들이 너나없이 그의 눈에 들려고, 아니 그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뇌물을 갖다 바쳤다고 한다. 매년 그의 생일이 되면 전국의 지방관들은 돈이나 보물 등을 갖다 바쳤는데, 그 물량이 하도 엄청나 운반을 전담하는 조직이 필요한 정도였다. 세상 사람들은 이를 ‘생신강(生辰綱)’이라 불렀다.
명나라 때의 간신 엄숭(嚴崇)도 서법에 조예가 깊었는데 전성기에 별장만도 여러 군데에 갖추고 있었다. 수도와 지방 곳곳에 있는 별장은 그 웅장함과 화려함이 궁전 못지않았다. 아들 엄세번(嚴世蕃)은 첩이 스물일곱이었다. 이런 극도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은 닥치는 대로 뇌물을 삼키고 갖은 방법으로 백성을 쥐어짰다. 엄숭이 정권을 잡고 있던 그 당시에 관리의 승진과 좌천은 그 사람의 자질이 아니라 뇌물의 액수에 따라 결정되었다.
청나라 때의 간신 화신(和珅)은 재산을 조사해 압수해보니 집 2천여 채, 논밭 8천여 경(頃, 1경이 대체로 2만 평이므로 모두 약 1억6천만 평에 이른다)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밖에 규모가 비교적 큰 개인 금고인 은호(銀號)가 열군데에 자본금은 60만 냥(1냥이 대체로 37g 정도이므로 2만2천kg이 넘는다), 전당포 열군데에 자본금은 은 80만 냥(약 3만kg)이었고, 금고에 순금이 5만8천냥(약 2천kg), 은고(銀庫)에 은덩이 은원보(銀元寶) 등이 895만 5천 개에 달했다. 훗날 관에서 몰수한 109호 은호에 예치되어 있던 액수는 갑오·경자 두 차례 외국으로부터 빌려 쓴 차관의 총액과 맞먹을 정도였다. 화신이 재상으로 있었던 약 20년 동안 긁어모은 재산은 무려 8억 냥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액수는 청나라 조정의 10년 수입액보다 많은 액수였다. 그 때문에 화신이 실각한 뒤 ‘화신이 쓰러지자 가경(嘉慶, 청나라 인종의 연호)이 배불리 먹었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간신은 단순히 부패한 관료와는 다르다. 간신은 조직의 권력 문제와 깊이 연관돼 있고 그래서 간신 하나가 나라와 조직 전체를 망하게 하기도 하는 것이다.
망한 조직에는 망한 리더가 있고, 망한 리더를 부추기는 입 속의 혀와 같은 간신이 있다. 이들은 단말만 내뱉는 것이 아니라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분열을 부추기고 남을 해치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역사는 불의를 저지른 자는 반드시 자멸한다는 교훈을 주지만, 이들에 의해 이미 희생된 사람이나 조직을 어찌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보상이나 교훈에 앞서 국가나 조직에서 이런 간신과 소인이 득세할 수 없는 시스템을 갖추고 예방하는 게 최선이다.
간신들과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들을 비교하면 지나친 일일까. 하지만 자꾸 겹쳐져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상호 /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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