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정의향교(제주도) 봉심기
지난 9월30일부터 4박5일 예정으로 가족동반 여행을 떠나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소재 ‘샤이빌리조트’에서 머물면서 지난 여름 전례 없던 폭서에 시달린 피로도 풀 겸 문화관광 쪽으로 뜻을 두고 30일 밤 늦게 숙소에 도착했다.
자고 나니 마침 음력 9월 초하루[朔日]이기에 정의향교(전교 김기원)에 전화를 걸어 분향 시간을 문의했더니 오전 9시에 분향례를 올린다고 한다. 부랴부랴 숙소에서 향교까지 10km가 넘는 거리를 승용차로 달려 삼문 앞에 내려 대성전 묘정에 들어서니 근 40명 쯤 돼 보이는 유림들이 유복(儒服) 차림으로 분향례를 마치기 직전이었다. 나는 평상복 차림이나마 여행 중 객지에서 현지 향교에서 삭(朔)·망(望) 분향례에 참례해 보기는 유교 단체에 몸 담은 지 40년만에 처음이라 감개가 무량했다. 더욱이 정의향교는 우리나라 234개 향교 중에 제일 남쪽에 위치한 향교이고 제주도는 64년 전 한국전쟁 때 청년 장교로 근무했던 인연이 있어 더욱 감회가 깊었다.
김상윤 의전장의의 안내로 전 유림이 삼문 밖에 있는 예절관으로 옮겨 가면서 나에게도 함께 들어가자고 청했다. 20평 쯤 될까 말까 한 실내에 조그마한 안상(案床)이 정열돼 있고 상위에는 간단한 음료와 다과가 놓여 있었다. 음복상이라고 한다.
예절관은 유림들의 교양강의실로 보였다. 앞에는 영상스크린, 칠판, 연대가 있고 앞자리에는 원로(원임 전교, 유도회장 등)들이 그 뒤로 차서대로 앞을 향해 앉았다. 의전장의가 육지에서 온 성균관 전 원로를 소개한다면서 인사말을 청했다. 나는 준비해 가지고 간 <온양향교지> 한 권을 증정하고 감회 벅찬 인사말로 정중히 사례 인사를 하였다. 이윽고 초청강사의 강의가 50분가량 있었다. 내용은 고전과 김상헌(金尙憲)의 한시 백록담(白鹿潭) 해설이었다. 나도 끝까지 경청했다.
강의가 끝나자 원로급 몇 분은 대성전 서편 협문 밖에 있는 수선관(修善館)으로 들어가고 임원진과 젊은층은 명륜당으로 들어갔다. 수석장의의 설명에 의하면 수선관에서는 서예를 연마하고 명륜당에서는 경전과 명심보감, 의전홀기, 각종 축문 등에 대해 음독(音讀), 창홀(唱笏) 연수를 한다고 한다.
김상윤 의전장의가 나에게 말하기를 “육지에서 오신 손님에게 전국 향교 중에 유일하게 우리 향교에서만 볼 수 있는 전폐(殿幣)를 소개하겠다”고 하면서 대성전 안으로 인도했다.
문선왕위패(文宣王位牌) 우측에 전(殿) 자를 쓴 위패가 있고 그 앞에는 조그만 상 위에 촉대와 향로가 놓여 있다. 전패는 나라의 상징으로 매월 셋째 일요일에 전퍠례를 행한다고 한다. 일명 궐례의(闕禮儀)라고도 하는데 조선조 때에는 전패를 모신 객사에도 매월 삭망에 현감(縣監)이 육방관속을 이끌고 분향했다고 한다. 그 의식을 향교 유생이 전담했다고 하는 사유로 지금도 선인들의 전통행사였기에 고유의 문화 소승 차원에서 향교에서 시연행사로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탐라(耽羅)의 외진 향교 임원과 유림들이 유교문화 계승과 창달에 성경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와서 감탄하면서 경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기문을 남긴다.
이흥복 / 온양향교 원임 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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