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성균관 어디까지 무너질 것인가?
예로부터 성균관의 기능은 선성선현(先聖先賢)에 대한 제향(祭享)과 후학에 대한 교육 기능 두 가지였다. 광복 이후, 성균관의 교육기능은 성균관대학교로 이관되고 현재는 제향기능만 유지되고 있다. 석전은 성균관의 가장 중요한 행사이기에 석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유림(儒林)의 도리요 성균관 임직원의 본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번 춘기석전(春期釋奠)은 매우 황망하게 진행되고 있어 유림으로서 우려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금번 춘기석전은 양력 3월1일에 봉행될 예정이고, 성균관장 선거는 3월16일에 실시된다. 즉, 성균관장 선거와 춘기석전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총무처장과 의례부장 등 성균관 실무 책임자 전원이 석전과 선거관리 업무를 겸하게 되고 말았다. 예는 두 가지 일을 겸할 수 없음에도 이러한 일이 자행되고 있다. 또한 석전은 적어도 한 달 전부터 준비해야 하며 5일 동안 재계해야 하는 것은 주자의 대경대법(大經大法)으로 800년 동안 중국과 한국에서 변함없이 전통적으로 내려온 관습이다.
제관 및 제집사로 천망(薦望)된 지방 유림들은 다 같이 목욕재계하면서 석전교육을 시작한다. 교육 첫 시간에는 산재와 치재를 운운하면서 제사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설파(說破)할 것이다. 그러면서 정작 주인인 성균관 직원은 선거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중차대한 일이 겹쳐 부득이한 것은 십분 이해된다. 하지만 책임자 전원이 선거위원회에 직책을 맡고 있다는 것은 재계를 안 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에 다름 아니다. 상식선에서 생각해봐도 최소한의 석전 인원은 제외해야 마땅하다. 석전의례를 배우러 온 지방 유림이 이의를 제기한다면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또한 금번 춘기석전의 초헌관으로 미국 대리대사에게 망기(望記)를 수여한다고 한다. 대리대사의 품격도 품격이지만 종교적 문제도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천망은 매우 경솔하며 부적절한 결정이다. 어쩌면 우리는 유교의 국제화라는 그럴듯한 사이비의 정치적 의도에 놀아나 파란 눈의 어릿광대가 공연하는 신판(新版) 유희(儒戱)를 구경해야 될지도 모른다. 이런 제사를 공자께서 받을 수 있겠는가? 『춘추좌씨전』 과 『주자어류』, 『가례집람』 등에 의하면 “귀신은 같은 종교를 신봉하는 동류(同類)가 지내는 제사가 아니면 흠향할 수 없고, 백성들은 자기 피붙이가 아니면 제사지내지 않는다[神不歆非類 民不祀非族]”라고 하였다. 사위가 처가(妻家) 제사의 제주가 될 수 없고, 선조들이 아들을 낳아 대를 이으려고 기를 쓴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교도(異敎徒)인지도 모를 자를 검증절차도 없이 초헌관에 천망한다는 것은 경솔한 일이다. 현 집행부는 양명학을 준엄하게 꾸짖고 출발했다. 그렇다면 양명학을 배척한 선거 당시의 마음과 이교도를 초헌관으로 천망한 현재의 마음 중 어느 것이 진실인지 묻고 싶다. 더욱 황당한 사실은 이러한 모든 일이 석전봉행을 담당할 직위에 있지 않은 사람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림의 공론에 의해 성균관을 사직한 자가 헌관 천망에 참여하고 망기 작성을 지시하는 등 모든 것에 관여하고 있다. 더군다나 멀쩡한 망기를 보기 좋게 칼로 반듯하게 자르자고 한다. 망연자실(茫然自失)이다. 기초상식 조차 결여된 자가 좌지우지하는 성균관을 언제까지 보아야 할 것인가.
최종 습의(習儀)와 망기 수여와 진설(陳設)을 할 28일에 입후보자 서류 심사를 하고 석전 당일에는 입후보자의 기호추첨을 한다 하니 참으로 해괴망측한 전대미문의 역사(役事)다. 이러고도 유림이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유림들이 이러한 참람한 행위를 그대로 묵과한다면 성균관은 더 이상 유교의 중심축이 될 수 없다. 공자께서는 “하늘에 죄를 지으면 더 이상 빌 곳이 없을 것이다[孔子曰, 獲罪於天이면 無所禱也라]”라고 말씀하셨다.
방동민 / 석전 이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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