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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시론

특별기고 - 선현들의 겸손함을 생각해 본다

편집부
2017.08.05·4분 읽기·조회 46

심동섭(진주향교 전교 / 전국전교협의회 부회장)

 

유교의 대표 경전인 『논어』에는 “君君 臣臣 父父 子子(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란 공부자의 말씀이 나온다. 많은 유림들이 가슴에 담고 실천하려 노력하는 말씀이다.

필자도 이 말씀을 항상 염두에 두고 그 직에 합당한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며 혹시라도 잘못이 있을까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과거 역사를 보면 영화를 누리다 남의 지탄 대상이 되는가 하면 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부분 이 범주를 벗어나 답지 못하게 처신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수준도 미치지 못하고 실력이나 심덕도 따르지 못하는 사람이 ‘교언영색’으로 남의 눈을 현혹케 해서 중용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일수록 군림하려 하고 공익보다도 사심을 앞세워 발전을 저해하며 큰일을 그르치게 한다.

유림사회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유림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공부자의 말씀을 부정하고 불경스러운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성균관은 유교의 총본산으로서 전국 유림의 대표기관이다. 이 성균관의 수장인 새 관장이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균관 2017년도 제1차 전국전교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새 관장이 전국의 전교들을 초청해 향후 성균관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고견을 청취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그런데 이날 회의에서는 현직 전교가 아닌 자들이 참석해 현수막의 문구를 문제 삼아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일이 있었다. 현수막에 자신들의 지위를 표현하는 문구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수년간 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와 건설적으로 발전적인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에 현수막 하나가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성균관의 발전을 함께 고민한다면 아예 현수막이 없으면 어떤가.

주객이 전도돼 불경스런 발언을 일삼는 발언자들을 보면서 과연 우리 유림이 이래도 되는 것인지 절망적인 심정 가눌 수 없었다. 유림의 지도자라고 자처한다면 전국 향교의 전교들이 모인 성균관 전교회의에서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어야 했다.

조선의 동방오현으로 손꼽는 인물 중에 일두(一蠹) 정여창(鄭汝昌) 선생이 계신다. 일두 선생은 자신의 호를 ‘한 마리의 좀 벌레’라 하였는데 얼마나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게 평생을 살아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천하의 대학자가 자신을 일러 “나는 한 마리 보잘 것 없는 좀에 불과하다”라고 한 겸손함은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가 깊이 음미해 봐야 할 일이다.

또 하나, 조선의 대유학자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의 묘소에는 ‘퇴도만은진성이공지묘(退陶晩隱眞城李公之墓)’라는 단비가 초라하게 서있다. 퇴계 선생의 소박함을 여실히 드러낸 이 묘비는 후손이나 제자들이 ‘선생’ 대접을 하기에 충분한데도 선생이라는 호칭을 쓰지 않고 그냥 진성이공이라 하였으니 오늘날 겁 없이 덤비는 썩은 선비들에게 실로 소름끼치는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자기의 직분이 무엇인지 내가 수행해야 하는 임무가 무엇인지를 망각하고 날뛰는 사람들을 보며 공부자의 “君君 臣臣 父父 子子”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과연 일두, 퇴계 양 선생의 겸손을 만나보기란 요원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