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泮村魯堂>적폐(積弊) 청산과 ‘다스는 누구 겁니까?’

김학경(문양서당 훈장)
문재인 정부 등장 이후 지난 보수정권인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과거 정책이나 실정(失政)에 대해 적폐(積弊)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다각도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보수 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을 정치 보복이라고 맞서고 있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에 가까운 것일까.
물론 정치적 입장이나 처지에 따라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겠지만 적폐(積弊)라는 용어부터 살펴보자. ‘적폐(積弊)’란 오랫동안 쌓인 폐단이라는 의미다. ‘적폐(積弊)’는 ‘적폐(敵弊)’가 아니다. 다시 말해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은 보수정권 9년 간의 정치적 폐단을 청산한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적폐라는 용어에서 오는 혼선(混線) 탓에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적폐는 단순히 폐단을 청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엄밀하게 말해서 보수정권 9년 간의 불법(不法) 행위에 대한 진상 규명 및 사법적(司法的) 단죄(斷罪)의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지난 9년 간 보수 정권의 불법 사례는 열거하기도 힘들다. 무엇보다 국가의 대표적 권력 기관인 국가정보원, 국세청 등을 동원한 정권 비판 세력에 대한 탄압은 민주주의의 근간(根幹)을 흔드는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이다.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블랙리스트와 같이 국민을 정권의 입장에서 내 편과 적(敵)으로 규정했다는 것은 다양성이 존중되는 민주주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를 수호(守護)해야 할 군인들마저 동원하여 댓글 부대를 운영한 군 수뇌부들은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이것을 정치적 탄압이라고 말한다면 국민을 이간질하고 적으로 구분하여 탄압한 것이 정치적으로 타당한 행위라는 말인가. 심지어 현재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거론되는 많은 사건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에 문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의(正義)를 구현해야 할 검찰에서 오히려 축소, 은폐한 정황마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에 참담할 뿐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간과(看過)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잘못된 현실 인식을 일깨우기 위해 명확한 증거와 법적 근거에 따른 엄정한 수사, 개인의 영달(榮達)을 위해 부역(附逆)하고 권력을 향유했던 이들에 대해 명명백백한 법의 심판을 가해야 한다. 아울러 비판 세력들로부터 자유롭고 현 정권이 끝난 후에 지금과 같은 서글픈 적폐 청산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법치주의의 원칙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
최근 인터넷의 뉴스를 살펴보면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댓글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다스(DAS)’는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실소유주가 누구냐는 논쟁이 2007년 대통령 선거 이후 다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007년 검찰과 2008년 BBK특검 수사에서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가 아니라고 발표하였던 검찰의 주장이 무색하게 다시 다스 소유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BBK 주가(株價) 조작 사건도 1996년에 설립된 투자자문회사 BBK가 옵셔널벤처스 사의 주가를 조작한 사건으로 이 사건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개입되었는지를 다투는 큰 사건이다. 다스와 BBK 사건은 결과에 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통성(正統性)마저 뒤흔들 수 있는 폭발력 있는 사건이다.
공자께서 제자인 안연(顔淵)과의 대화에서 “政者正也 子帥以正 孰敢不正〔‘정치’란 바로잡는 것이다. 그대가 솔선해서 바르게 한다면 누가 감히 바르게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던 말씀을 이제라도 다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이 바로 정치인 것이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적폐 청산이나 다스의 실소유주 문제는 결국 ‘정(正)’이 무엇이냐는 문제이다. 민주주의 사회의 ‘정(正)’은 법치(法治)이다. 범법자(犯法者)에 대한 단죄가 정치 보복일 수 없다. 결국 지난 보수정권 9년의 가장 큰 문제는 국가권력을 공익(公益)보다 사익(私益) 추구를 위해 농단한 것이다.
유교는 선한 본성을 통해 올바른 정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정치철학이다. 유교의 대의(大義)에 입각하여 잘못된 정치를 비판하고 올바른 정치를 견인해야 하는 것이 유림(儒林)의 역할이다.
우리 유림들은 은퇴 후 존경받는 대통령 하나 가질 수 없는 나라를 언제까지 지켜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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