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 무엇이 필요한가?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
모든 국가는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다른 국가나 사회에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어 한다. 이는 자국(自國)의 이익과 전략적 목적, 또는 정책목표 실현 등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활동이 정상적인 국제 규범의 범주에서 이루어진다면 하등의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작금에 벌어지는 특정 국가나 세력들의 다양한 형태의 영향력 확대 시도가 ‘영향력 공작(工作)’으로 전개되면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침투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국가가 시도하고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므로 정상적 활동 범주라면 이 자체를 문제 삼을 방법은 없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고, 북한의 위협에 시달리면서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있는 한국의 경우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 벌어지는 특정 국가의 영향력 확대는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라 과거의 전통적 스파이 활동과는 다른 형태로 전개된다. 여기에 불법적으로 진행되는 영향력 공작의 위협은 이제 중요한 안보 위협 사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한반도 문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 공작에 분명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심각하고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은 해외 각지에서 비밀경찰서 설치와 선거 개입, 공공외교를 내세운 문화 침투 활동 등은 물론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첨단 과학기술과 군사기밀에 대한 절도와 해킹, 정치적 우호 세력 구축 등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전개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활동이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으며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고 있다는 데 있다.
첨단 과학기술 시대에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식은 아주 다양하다.
인공지능(AI) 기술을 동원한 사이버 정보전은 물론 정보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심리전을 병행하여 대중 여론에 개입하려는 정치전도 있고, 자국 정책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전략적·심리적 내러티브(narrative) 전술도 있다. 사이버 공간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로봇 부대(bot army)를 통해 소모전(war of attrition)을 전개한다. 자국의 입장에 반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직·간접적 압력도 행사하고, 학자·정치인·언론인 등 현지의 여론선도세력 포섭에도 열을 올린다.
문제는 이들이 직접적인 안보 위협으로 대두된다는 데 있다.
이미 안보 위협의 유형과 주체가 다양화되어 안보 위협의 진단과 대처가 과거에 비해 훨씬 불확실해졌고, 위협 유형도 무력 충돌보다는 비군사적 정보전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정보전은 목표집단 내 혼란을 조성하고 종국적으로는 굴복시키는 전략이다.
이미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배치를 이용한 다양한 심리전과 여론전을 통해 ‘북핵’이라는 본질을 무시하고 한국 대중들에게 중국에 대한 공포감을 심는 심리 효과를 창출하면서 한국의 대미 경사(傾斜)만을 질책하는 중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강대국 중국이라는 하드파워와 첨단 과학기술을 결합해 결국 각국을 중국의 영향권 내로 복속시키려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는데 있다.
특히 중국은 공산당과 각 정부 조직 및 정보기관까지 동원해 경제력의 무기화를 통한 ‘보복’과 ‘강압’을 여과 없이 자행한다. 게다가 한국에는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84만 명의 중국인 체류자가 있고, 선거 참여가 가능한 약 10만 명의 중국 국민이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직접적 영향력 발휘는 물론 ‘인지적(cognitive)’, ‘정신적 해킹(mind-hacking)’을 진행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에 비해 한국의 대응은 매우 비대칭적이다.
중국은 오히려 해외로부터의 스파이 활동과 영향력 공작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반(反)간첩법’과 ‘대외관계법’을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문제가 됐던 비밀경찰서 활동이나 공자학원, 선거 개입 등과 같은 각종 영향력 공작 활동이나 위협을 북한에만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수사하고 처벌할 마땅한 법령이 없다. 미국이 ‘외국요원 등록법(FARA)’을 2012년부터 시행하고, 대만이 5개 법안을 제정해 중국의 불법적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모든 초점을 중국에만 맞출 필요는 없지만 이러한 현실은 법제화를 통한 대응 체계 구축이 시급함을 웅변한다. 물론 법제화 추진과 동시에 디지털시대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에게도 해당 서비스에서 생산 및 유통되는 가짜뉴스나 불상(不祥) 정보에 대한 ‘게이트 키퍼(Gate Keeper)’로서의 책임도 엄격히 요구해야 한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가짜뉴스의 피해를 받고 있는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등의 소셜 미디어 기업들도 허위정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더불어 정부와 민간이 가짜뉴스 등에 대한 해명에 적극 나서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범람하는 가짜뉴스는 기정사실로 둔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 국제사회는 복합적 힘에 의해 움직인다. ‘힘은 누구의 군대가 이기느냐에 달려 있지만, 또한 누구의 스토리가 이기느냐에 달려 있기도 하다’는 조셉 나이(Joseph Nye)의 말은 자유·민주·인권·개방 및 시장 가치를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한 한국 사회의 각성을 촉구하는 말이기도 하다.
하루속히 종합적인 국가 차원의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 정부 기관과 군·민간 조직이 협력하는 정보 취합 체계가 수립돼야 하며, 국제방첩연대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정국 겨냥 차원이 아니라 험난해진 전 지구적 안보 환경에 대한 적극적 대응 차원에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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