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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시론

<특별기고> 유엔난민기구의 ‘2023 글로벌 난민포럼’에 다녀와서

오흥녕
2024.01.26·18분 읽기·조회 71

 

방동연 성균관 대외협력실장

 

 


 

1. 지난 2023년 12월10일 인천공항을 출발한 핀에어 항공기는 핀란드 헬싱키공항 대기 3시간을 포함 무려 스무 시간만에 우리를 스위스 제네바공항에 내려줬다. 스위스 겨울 하늘은 잔뜩 흐린 데다 가늘게 비까지 뿌렸고, 사진으로 본 그림 같은 정경은 어디에도 없었다. 유엔난민기구는 어쩌자고 이 멀고 낯선 곳까지 우리를 오게 했을까?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난해 12월12일부터 15일까지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130여 회원국들이 참여한 가운데 ‘2023 글로벌 난민포럼(GRF)’을 개최했다. 유교를 비롯한 국내 7개 종교는 난민기구의 요청에 따라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최종수 성균관장을 단장으로 14명의 대표단을 구성해 난민포럼에 참가했다.

 

 

출국 전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와의 세 차례 준비모임을 통해 소략하나마 난민에 대한 기본적 정보는 머리에 담아을 수 있었다.

 

유엔은 인종, 종교, 민족, 신분, 정치적 의견 등 다섯 가지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사람을 난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난민은 인권침해와 박해, 기아와 기근, 기후 변화, 전쟁 등 요인으로 발생하는데, 국제사회는 이들의 자발적 본국 귀환, 현지 통합, 제3국 재정착을 난민문제의 영구적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유엔과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2022년 기준 1억 840만 명의 강제 실향민이 세계 각지에서 힘겨운 난민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세계인구가 80억 명이니 1.37%, 80명 중 한 명 이상이 난민으로 살고 있는 셈이다.

 

사실 우리도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민족 규모의 난민을 경험한 적이 있다. 일제 강점기 탄압을 피해 중국과 러시아와 그 밖의 생경한 곳에서 맨주먹 붉은 피로 독립을 위해 싸우던 지사들, 수탈과 극빈의 삶의 조건에 떠밀려 고향을 등졌던 사람들, 한국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고향을 떠나야 했던 수 많은 피란민들이 그 시절의 난민이 아니었던가.

 

개인적 경험이지만 성균관에 오기 전 27년간 내 집으로 믿고 살아온 부서가 하룻밤 사이에 대안 없이 해체되면서 길게는 30년, 짧아도 수 년씩 한우물을 파던 우리는 낯선 부서로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익숙하지 않은 업무와 이주민에 대한 원주민들의 배타적 경계심 같은 것들에 대책 없이 노출된 우리는 끝없이 겉돌면서 실향의 설움을 온몸으로 느껴야만 했다. 본국 귀환, 현지 통합, 제3국 재정착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간간히 옛 동료들을 만나면 서로의 사정을 묻고 말하면서 우리 스스로를 난민이라고 자조할 뿐이었다.

 

그런 내가 성균관 대외협력실장으로 글로벌 난민포럼에 참가하다니 세상 일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다는 옛 말은 얼마나 적실한가.

 

2. 12월12일 제네바 체류 이틀째.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WCC) 에큐매니컬센터는 오전부터 각양각색의 종교인들로 북적였다. 난민을 위한 교회에서 개별 종교의 방식으로 기도를 한 후 대강당으로 옮겨 기후위기와 그로 인해 발생한 난민을 위해 각국 종교계가 자기들의 역할을 다짐했다.

 

여기서 최종수 성균관장은 한국종교계를 대표하여 난민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난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앞장 서겠다는 내용의‘대한민국 종교계 서약’을 발표했다. 세계 종교인들은 귀 기울여 들으며 지지와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국제종교계와 국제사회에 대한민국 유교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시간이었다.

 

12월13일 제네바 사흘째. 팔렉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2023 글로벌 난민포럼’ 개막식은 130여 회원국 대표들이 자국의 난민정책을 발표하는 행사였다. 일부 국가원수급 인사들이 참석하면서 엄격한 보안검색을 통과한 후에도 본회의장에는 종단 대표만 입장이 허용되고 실무자들은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화상으로 행사 모습을 지켜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불교에서 온 윤태훈 주임과 원불교 조원형 교무는 30대의 청년 종교인들이다. 이들 MZ세대 종교인들은 행사장 이곳저곳을 어색해하지 않고 탐색했다. 불교와 원불교는 사람부자 종단이다. 유교는 왜 청년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지 부러움과 아쉬움을 떨치기 어려웠다.

 

 

개막식이 진행되는 동안 대기실의 등받이 없는 불편한 의자에 마주 앉은 유혜정 유엔난민기구 민간파트너십 팀장이 성균관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유림은 어떤 삶을 사는지를 물었지만 진지한 고민과 준비가 없었던 나는 머뭇거려야만 했다.

 

유림은 우리 이웃, 사회 어디에나 있으니 장유유서 같은 유교적 질서를 내면화한 사람이 유림이고, 인의예지를 존중하는 이가 모두 유림이라고 했으면 썩 훌륭한 대답이 됐을 것을. 사람을 사랑하고 배려하며, 성찰을 통해 스스로를 완성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사람이 곧 생활 속에서 군자의 덕을 실천하고 있는 유교인이라고 말해도 좋지 않았을까? 사소한 시비의 자리에서도 출생의 선후를 따져 묻거나 전철 안에서 어른에게 흔쾌히 자리를 양보하는 행위들이 다 유교의 가르침을 삶의 기본질서로 삼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런지. 국내에서 활동 중인 다양한 종교들이 갈등과 불화 없이 서로를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는 것도 개별 종교의 교리 이전에 유교적 정서가 각자의 삶 속에 공동의 가치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도 아전인수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같은 날 밤 다시 팔렉스포의 ‘2023 난센 난민상’시상식에 참석했다.

 

노르웨이의 프리티오프 난센은 북극을 탐험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1차 세계대전 종전 후 유엔의 전신인 국제연맹에서 난민 구호사업을 담당하여 192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난민구호 전문가이기도 하다. 유엔난민기구는 난센의 업적을 기리고 그 뜻을 이어가기 위해 난민과 무국적자, 강제이주 피해자 등을 위해 헌신적 활동을 펼친 개인이나 단체에 난센 난민상을 시상한다.

 

이번 난센 난민상 수상자는 케냐 난민 어린이들을 위해 10만여 권의 도서를 기증하여 이들에게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한 소말리아 출신 언론인 압둘라히 미레다. 기후변화나 전쟁, 정치적 격변 등으로 발생한 난민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이 인접한 중·저개발 국가들이라고 하니 난민구호가 돈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어려운 이웃이 더 어려운 이웃을 품어주는 모양새라니.

 

대한민국에서도 언젠가는 난센 난민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을까? 이웃의 곤궁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대한민국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그리 먼 훗날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기대를 안고 숙소인 힐튼호텔로 걸어서 돌아오는 길은 이미 깊은 밤 시간이었지만 즐겁고 뿌듯했다.

 

3. 대한민국의 경우 1994년부터 2022년 사이 84,922명이 정부에 난민 지위를 신청하여 1,338명이 인정받았다. 인정률 1.57%로 OECD 가입 37개국 평균 24.8%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정부의 낮은 난민인정률은 단일민족이라는 국민정서에 기반한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 시각, 난민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매도하는 가짜뉴스, 난민문제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과 인식 부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특히 2018년 예멘 후티 반군(최근 홍해를 통과하는 상선을 공격하여 미국과 영국이 강력한 폭격으로 대응하고 있는 그 군사집단)에 의한 군사정변으로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고, 이 중 500여 명이 3개월 무비자 체류가 가능한 제주도에 입국했을 때 난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혐오와 거부감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 있다.(이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당사자 제주도민들의 우려는 물론 별개다). 난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수준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한국 정부도 난민 문제에 대해 손 놓고 구경만 한 것은 아니다. 1993년 출입국관리법 및 시행령에 최초로 난민 관련 조항을 신설하고, 2012년 난민법을 제정했으며, 2013년에는 법무부에 난민과를 설치하는 등 국제사회의 흐름에 일정 부분 보조를 맞추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국민적 정서와 인식, 여론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정부도 난민문제에 적극 나설 이유를 찾기 어렵게 될 것이고, 정부가 소극적·보수적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유엔과 민간의 노력만으로 성과를 내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4. 전혜경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 유혜정 민간파트너십 팀장, 이나미 선생 등이 국내 종교계 대표단을 제네바까지 오게 한 것은 그들 나름의 간절한 바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관광이나 쇼핑을 일체 생략한 스위스 일정에서 그들이 기대한 것은 무엇일까?

 

유엔난민기구는 난민을 향한 유난한 우리 사회의 배척 분위기에 난감해하고 있는 듯했다. 따라서 난민 문제에 대한 경직된 국민 정서를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바꿔내는 일에 종교계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난민에 대한 국민의 인식 변화, 그것이 짧은 시간 우리를 안내한 현지 교민이 ‘1억 6천만원의 연봉으로 네 식구 살기가 빠듯하다’고 고백할 만큼 물가 비싼 제네바까지 우리를 초청한 단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적어도 스위스 일정에 참여한 종교 대표단 모두가 난민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노력하기로 했으니 그들의 바람은 제네바에서부터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생각해 보면 공자의 삶도 생전에는 고단한 것이었다. 예와 인으로 천하를 경영하겠다는 지도자를 찾아 제자들과 함께 14년간 주유열국(周遊列國) 하는 삶이 어찌 고달프지 않겠는가. 뜻을 펼칠 세상을 찾아 낙담과 희망 사이를 오가며 열국을 주유하는 과정에서 느꼈을 뼈저린 그 어떤 감정들이 오늘날 난민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부처의 자비, 예수의 사랑, 공자의 가르침의 핵심인 인은 난민 보호를 통해 가장 온전히 구현될 수 있는 것 아닐까하고 잠깐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많은 난민이 이슬람교도인 무슬림들이라고 한다.

 

숙소인 제네바 힐튼호텔 뷔페식당의 이른 아침식사 시간에 늘 함께한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의 이주화 이맘(예배 인도자)과 선교차장 장후세인(터키 출신 귀화인, 한양장씨 시조)은 ‘무슬림들이 이교도와 난민이라는 이중의 어려움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에 대한 자비와 포용을 낮은 자세로 당부하곤 했다. 중첩된 어려움에 놓인 무슬림과 난민에 대해 애민의 마음을 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 낯선 존재들을 한국사회의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사는 일에 유교가 맨 앞에 나서는 것은 주저될 수 밖에 없다. 이맘과 후세인 차장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유교의 대표기관인 성균관 구성원으로서 이 문제에 개인의 의지만으로 접근할 수는 없다. 유림의 뜻을 물어 조심히 나아갈 일이다.

 

5. 12월 14일 제네바 체류 나흘째.

 

정교회 총대주교와 세계 종교 대표들, 유엔난민기구 필리포 그란디 대표가 팔렉스포에 다시 모여 난민을 위한 촛불을 켰다. 우리는 최종수 성균관장과 천주교 이용훈 주교, 불교 도심 스님, 개신교 서범규 목사, 원불교 이명아 교무가 촛불을 들었다. 참으로 아름답고 성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촛불 점등행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 제네바 도착 후 처음으로 해가 나타났다. 멀리 눈 덮인 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제네바 시내의 유엔난민기구 본부를 방문한 것은 그날 오후였다. 마침내 전세계 난민들의 의지처, 유엔난민기구 본부에 들어섰을 때 스위스 일정 내내 그랬지만 각별하게 벅차고 뿌듯했다. 유엔과 협력해서 일할 기회가 누구에게나 허락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한껏 고조되는 내 감정이 눈 앞에 선명했다.

 

 

저녁에는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레만호 주변의 고급 식당에서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가 환영만찬을 주재했다.

 

스위스에는 대사가 두 명 파견되어 있다. 수도 베른에는 주스위스 한국대사관이 설치되어 스위스 정부와 외교업무를 수행하고, 제네바에서는 주제네바 한국대표부가 유엔 등 국제기구들과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물론 제네바 대표부에는 영사기능이 없다.

 

만찬에는 윤성덕 대표부 대사와 외교관 3명이 참석했는데, 옆에 앉은 참사관이 장기간의 단절과 고립에서 비롯되는 해외근무 외교관의 우울증에 대해 얘기하다가 자신도 우울증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고 했다. 외교관이라는 화려한 모습 뒤에 그런 어두움이 있나 보다 싶어 짠해졌다. 재치와 품위를 섞어 만찬을 끌어가는 윤 대사의 유쾌하면서도 긍정적인 태도에 스위스에서 쌓인 피로는 물론 한국에서부터 짊어지고 온 스트레스까지 다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만찬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오는 미니버스 안에서 지쳤을 법도 한데 한결같이 싱싱한 모습으로 왁자하게 농담을 주고 받으며 웃음을 터트린다. 이렇게 다양한 세대가, 이토록 다른 믿음으로 사는 사람들이 오직 난민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이처럼 쉽게 한마음이 될 수 있다니 그 동안의 종교간 대화와 화합을 위한 활동이 헛된 것이 아니었나 보다. 아니면 다양한 우리의 생각과 마음이 함께 공감할 만큼 난민문제가 심각하고 중요한 인류 보편의 문제이기 때문일까?

 

인류의 영원한 고전 『논어』에 나이별 이름이 있다. 40부터 60까지는 불혹(不惑), 지천명(知天命), 이순(耳順)이다. 공자가 살아보니 불혹이고 지천명이며 이순이라 제자들에게도 그렇게 살라고 좌우명 겸 행동강령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한다.

 

40에는 유혹이 많으니 불혹하고, 불혹했으니 50에는 하늘의 뜻을 살펴 지천명하고, 60에는 귀를 순하게 하라(귀가 순해지면 입은 자연스레 순해지는 법인가?)는 가르침일 것이다.

 

서범규 목사는 불혹해야 하고, 도심 스님과 이명아 교무는 지천명을 해야 하며, 이주화 이맘과 나는 이제 이순해야 한다. 이립의 조원형 교무와 윤태훈 주임은 물론 불혹하고 지천명하고 이순해야 하는 우리가 난민문제로 일치된 것은 그것이 이립과 불혹과 지천명과 이순의 사람들에게 나이와 상관없는 공통의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순에는 어려운 사람의 낮고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라는 가르침도 들어있지 않을런지.

 

6. 마지막 날인 12월15일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제네바공항으로 이동했다.

 

전혜경 유엔난민기구 대표는 남은 업무를 위해 제네바에 남고, 도심 스님과 윤태훈 주임은 독일을 거쳐 귀국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로 떠났다. 제네바공항을 출발해 헬싱키까지 3시간, 헬싱키공항 대기 3시간, 헬싱키에서 인천공항까지 12시간 등 도합 18시간을 이동했다. 왕복 38시간의 장거리 이동에 따른 여독으로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대부분 지쳐 쓰러졌지만 우리들 마음 속에는 여행가방보다 크고 무거운 화두가 자리를 잡았다.

 

경험에 따르면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특별히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인 존재들이 아니다. 그들은 국민의 정서와 여론을 수렴하여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중립적 성향의 집단일 뿐이다.

 

한국 정부의 이례적으로 낮은 난민 인정률은 그들의 이념에 따른 결과물이 물론 아니다. 난민에 대한 그들의 태도와 입장, 정책의 방향은 국민적 거부감과 여론의 무관심을 최종적으로 표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종교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우리도 예기치 못한 시간과 상황 속에서 언제든 난민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런 생각들을 바탕으로 난민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하며, 이를 통해 정부에도 전향적이고 유연한 난민정책을 촉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

 

법무부 등 정부 부처에 난민 관련 부서와 인력을 확충하고, 초·중·고는 물론 대학 과정과 시민 대상 교양교육, 사회 재교육 과정에까지 난민문제를 포함해야 한다. 인도적 차원의 난민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어느 만큼은 발을 맞춰야 하지 않겠는가?

 

‘2023 글로벌 난민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방문한 제네바에서 밤늦도록 이어지는 행사에 참석하고 이동하느라 관광과 쇼핑은 잠시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참가자 누구도 아쉬워하거나 서운해 하지 않았다. 출국 전부터 귀국까지 오직 난민으로 채워진 ‘온리(Only) 난민’의 시간이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의미 있고 가슴이 꽉 차는 듯한 느낌이다. 뿌듯한 일정이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내고 있을 전세계 1억 840만 명의 난민들의 삶에 희망과 평화가 깃들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 본다.

 

 

7.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 자격으로 국내종교대표단장을 맡아 난민포럼에 참가한 최종수 성균관장, 이용훈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수원교구장), 임민균 신부(카톨릭대 교수), 도심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사회부장)과 해외유학파 윤태훈 주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서범규 목사, 원불교 문화사회부장 이명아 교무와 (재)세계봉공재단 조원형 교무,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이주화 이맘과 장후세인 선교차장, 그리고 종교계 대표단 지원을 목적으로 동행한 한국종교인평화회의 김태성 사무총장과 박소영 팀장에게 뜻깊은 일정에 함께해서 행복했다는 말씀을 올린다.

 

특히 어려운 여건에서도 난민문제에 대한 국민인식 개선을 위해 종교계에 협력을 제안해 준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의 전혜경 대표, 민간파트너십 유혜정 팀장, 종교계 대표들의 행사장 입장을 위해 자신은 행사장 입구에 멈춰 서던 이나미 선생에게 각별한 마음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8. 스위스에서 귀국한 후 유엔난민기구의 유혜정 팀장으로부터 전혜경 대표가 유엔난민기구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으로 승진하여 2월부터 태국 방콕에 부임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한국을 포함해 28개국 난민업무를 총괄한다고 한다. 축하드린다.

 

유혜정 팀장은 앞으로도 종교계와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난민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뜻과 열정이 작게라도 열매 맺도록 종교계 모두가 자발적이고 효율적이며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주기를 바랄 뿐이다.

 


 

 

함께 참석했던 일행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