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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시론

독자기고 : 삼척 여성 장의, 성균관 봉심 후기

편집부
2014.06.12·3분 읽기·조회 14

지난 5월27일 새벽 4시에 알람소리보다 먼저 눈이 떠졌다. 지난 밤은 처음 소풍을 떠나는 초등학생 마냥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삼척향교 진상택 전교와 함께 82회 장의들이 성균관에서 봉행되는 고유 및 봉심에 참석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오전 6시에 삼척향교에 도착하니 함께 가기로 한 동임들이 전부 탑승하고 있었다.

오월의 싱그러움이 달리는 차창 밖으로 펼쳐지고 아카시아 꽃잎 위로 떨어지는 햇살이 눈부시게 버스 안으로 투영되었다.

버스 안에서는 유교사상과 인의예지신을 실천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삼척향교에 입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였다.

오래전 강릉향교에 입문하려고 했었으나 당시 여자 장의를 입문시키지 않았다.

그런데 세월이 변하다 보니 여자도 향교에 입문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같은 82회 동임으로부터 듣고 각 가정마다 조상의 제사를 지내기 때문에 내심 제사의 가장 근본이 되는 향교에서 제사 지내는 모습을 체계적으로 배워 보고 싶기도 해 흔쾌히 입문하기로 결심했다.

오전 10시 40분 성균관 앞에 버스가 정차했다. 성균관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성균관에 모셔진 공부자와 성현들을 대면하면서 아득히 조선시대 유생이 된 듯 착각이 일면서 몸가짐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고유와 봉심을 봉행함에 있어 서정기 관장을 비롯한 제 집사들이 성현에 대한 예를 표함에 있어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어 보였다.

고유와 봉심을 마치고 성균관 서정기 관장이 '수신제가치국평천하'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서 관장은 "수신제가치국까지 이루었는데 평천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평천하까지 이룬다면 세계가 공부자의 사상으로 하나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서정기 관장은 유례 없이 직접 명륜당에서 삼척향교 장의들을 위한 인의예지신 및 삼강오륜 강의를 해주셨다.

명륜당 앞마당에 500년 된 은행나무가 2014년 유생들을 보고 환하게 웃음 지으면서 오월의 태양열을 식히라고 손짓하는 것 같아서 오래된 벗을 대하듯 가만히 다가가 함께 사진도 촬영했다.

성균관에서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초하루 보름 분향 때 새벽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가야 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계속 할 수 있을지 고민도 했었는데, 봉심에 참석하고 난 후에는 유교의 근본사상과 제례를 배운다는 초심을 잃지 말고 항시 분향에 참석해서 하나라도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지면을 빌어서, 성균관 고유 및 봉심에 참석할 수 있게 해 준 삼척향교 진상택 전교와 정수철 사무국장께 감사드리며 함께 한 선배들과 동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드린다.


정복남(삼척향교 82회 장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