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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시론

<특별기고> 애가타

오흥녕
2024.05.08·6분 읽기·조회 32

 

김두호 성균관 윤리위원, 기장향교 사무국장

 


 


 

5월8일은 어버이날

 

365일 매일 매일 오늘은 부모님의 날

 


한창 바쁜 시간에 전화벨이 울려

 

받을까 말까 하다가 전화를 받습니다

 


"야야, 바쁘제? 시간될 때 어데 콩잎지(漬:장아찌) 담아놨나 보고 좀 사온나. 경주 외동장에 가면 맛있게 담은 게 있던데..."

 

"아, 엄마, 바빠 죽겠는데..."

 


울엄마가 젊은 시절 기억하시며 생전에 안 하던 부탁을 하신다

 

기장에서 1시간여 소요되는 곳, 3일과 8일에 서는 장이라는 걸 확인하고 우리 엄마 좋아하시는 콩잎지 사서 갖다 드리고, 바나나 우유가 먹고 싶다고 하셔서 5개짜리 두 줄 사서 한 줄은 엄마꺼, 한줄은 내꺼...ㅎㅎ

 


어느 날 울아버지 1년에 한 번 할까 말까한 전화하셔서 “야야, 시간 나면 한번 오거라”하신다

 

양산 본사 업무 마치고 일광 칠암집으로 가보니 막내 아들 얼굴 보자마자 꾸깃꾸깃한 봉투를 건네주며 "배곯지 말거라" 하시고, 그동안 드렸던 용돈 모아 두셨다가 도로 돌려 주신다. 그리고는 마을 버스정류장 뒤에 있는 다방으로 데려가 커피 한잔 사 주며 그 쓰디 쓴 커피를 그냥 들이키신다. 아! 울아버지의 낭만, 울아버지 멋쟁이

 


울아부지, 울엄마 입버릇처럼 하신 말씀

 

"좋은 사람이 되면 좋고, 최고의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필요한 사람이 되면 더 좋겠다"

 


오늘 우리 아부지, 울엄마 만나고 왔습니다

 

내가 혼인하기 전 돌아가신 울아부지, 막내아들 눈에 밟혀 늘상 눈물짓던 울엄마가 계시는 그 곳에.

 


아, 애가 탑니다

 


유택(幽宅)에 올려 놓은, 우리 아버지 생전에 드시지도 못하던 소주 한 잔

 

옛날 그 시커먼 커피 대신 신식 커피로

 

우리 엄마 좋아하시던 콩잎과 함께 내 품에 안겨 마지막 넘기시던 그 바나나 우유

 


애가 탑니다.

 

귓전에 맴도는 부모님 목소리 "야~야~"

 


 

애가 탑니다.

 

하얀색으로 만든 꽃다발 시들까 눈물로 물을 대신합니다

 


『효경』에 이르기를,

 

자왈(子曰) 효자지사친야(孝子之事親也)라 거즉치기경(居則致其敬)하고 양즉치기락(養則致其樂)하고 병즉치기우(病則致其憂)하고 상즉치기애(喪則致其哀)하고 제즉치기엄(祭則致其嚴)하라

 


공부자 말씀하시되, “효자가 어버이를 섬길진대 모실 때에는 공경함을 다하고, 봉양하며 섬김에는 즐거움을 다하고, 병드신 때에는 어찌하면 나을까 근심을 다하고, 돌아가신 때에는 슬픔을 다하고, 제사 지낼 때에는 엄숙함을 다하라”고 하셨는데, 아무 것도 다 하지 못한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눈물밖에 없어 애가 탑니다

 


출천지효(出天之孝, 하늘이 낸 지극한 효자)의 효자이신 전의이씨(全義李氏) 효정(孝靖) 이정간(李貞幹, 1360-1439) 공은 관찰사의 벼슬도 마다하고 100세 모친을 위하여 80세 때 색동옷을 입고 재롱을 부려 효자의 근간을 세웠다는데...

 


아! 애가 탑니다.

 


『효경』에  이르기를, 오형의 무리가 삼천이로되 불효가 가장 큰 죄다(五刑之屬三千 不孝莫大焉)라고 했는데

 


지금의 시절은 아무래도 아픔이 많은 세상인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효가 더 많기에 이렇게 세상이 잘 돌고 있겠지요

 


이제 성인이 된 아이에게 뿌리의 이야기를 해도 될 듯합니다

 

아쉬운 마음 뒤로 하고 애가 타는 마음으로 하직 인사를 합니다.

 


내려오는 길 내내 뒤돌아보며

 

흐려지는 두 눈에 자꾸만 손이 갑니다.

 

귓전에 맴도는 귀에 익은 부모님의 “야~야~”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애가 탑니다.

 


 

잘 모시지는 못해도 후회는 하면 안 되겠지요

 

오늘을 사는 우리들, 어제를 살아 오신 부모님의 길이 있었던 것처럼

 

내일을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의 길을 열어줘야 하겠지요.

 


청춘의 아들, 따님들!

 

부모님을 짐으로 여기지 말거라

 

부모님은 짐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단다

 


부모님은 청춘의 시절을 겪고 살아왔지만

 

너희들은 풍수지탄을 느껴보지 않았기에

 

먼 훗날 이렇게 애가 타는 아픔을 겪지 않기를 바란단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은 너희들을 사랑한단다. 애가 타도록...

 


염원하오니 1년 365일 부모님 날 되게 하소서

 

세상의 모든 부모님이 오늘 하루만이라도 웃음 짓는 날 되게 하소서

 

세상의 모든 자식들이 오늘 하루만이라도 진정 아들, 딸 되게 하소서

 


1년 365일이 부모님이 즐거운 날 되게 하옵소서

 

1년 365일이 부모님이 기쁜 날 되게 하옵소서

 

1년 365일 매일이 자식으로 인해 근심 걱정 없는 날 되게 하옵소서

 

1년 365일 자랑이 넘쳐나게 하는 자식이 되게 하소서

 

1년 365일 자식으로 인해 사랑에 겹도록 하시옵소서

 


오늘 부모님이 계셔 내가 있음을 깨닫게 하소서

 

오늘 부모님이 내 곁에 있음을 기쁨으로 알게 하소서

 

오늘 부모님을 자랑하는 아들, 딸 되게 하소서

 

오늘 세상의 빛을 보게 하신 부모님이 우리 아버지, 어머니임을 사랑하게 하소서

 


태어나던 날 눈물로 만난 부모님, 이제 부모님 두 눈에 미소 가득한 날 되게 하소서

 

부모님 살아 계신다면 후회하지 않는 효도 다하시옵소서

 


돌아가신 뒤에 억만금 주고 지은 묘소

 

상다리 휘어지게 올린 제사상

 

나는 이렇게 했네 하는 자랑질은 행여 하지 마옵소서

 


늘 그리움으로 기억에 남는 부모님과 자식 되게 하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