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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시론

<특별기고> 과욕(過慾)과 과욕(寡慾)

오흥녕
2024.08.06·5분 읽기·조회 147

 

 

이찬재 충주향교 전교

 


 

 

 

과욕(過慾)과 과욕(寡慾)은 정반대의 뜻을 지니고 있는데, 전자는 많이 알고 사용하지만 후자는 더 좋은 말인데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지나친 욕심도 과욕(過慾)이고, 욕심이 적음도 과욕(寡慾)이다. 한글로만 쓰면 무슨 뜻인지 구분이 안 된다. 우리 언어의 약 2/3가 한자어인 데도 한글전용만 50년 고집하고 있어 문장해독력이 OECD 국가 중에 꼴찌라고 한다.

 

과(寡)자는 宀(집 면)자와 夏(여름 하)자의 변형(變形)자가 결합한 ‘작다’나 ‘약하다’나 ‘과부(寡婦)’라는 뜻을 가진 상형(象形)자이다. 寡자의 금문(金文)을 보면 집안에 눈빛이 처량한 사람이 그려져 있다. 이것은 남편 없이 집안에 홀로 앉아있는 노인을 표현한 것이다. 寡자는 이렇게 처량한 노인을 그려 ‘과부’나 ‘약하다’라는 뜻을 표현했다.

 

옛날에 왕들은 자신을 낮춰 부르는 말을 과인(寡人)이라고 했는데, 이는 寡자에 ‘작다’나 ‘적다’라는 뜻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향교 인성강사 중에 한자를 배우지 않은 세대들이 명심보감을 공부하며 처음 대하는 ‘적을 과(寡)’자를 보고 과욕(寡慾)이 아니라 과욕(過慾)이 맞는 게 아니냐고 묻는 것이다. ‘적을 과(寡)’자는 잘 모르고 안 쓰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욕심이 많고 지나치게 마음에 욕심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 허탈감을 느낀다.

 

‘마음을 밝히는 보배와 같은 거울’이라는 『명심보감』 「정기(正己)」편에 나오는 문장이 떠오른다. 『경행록』에 가로되, ‘삶을 안전하게 보전하려는 자는 욕심을 적게 하고, 몸을 안전하게 보전하려는 자는 세상에 이름을 내려하지 않으니 욕심을 없애기는 쉬우나 이름을 내려하지 않기는 어려 우니라’(景行錄에 曰 保生者寡慾하고 保身者는 避名이니 無慾은 易나 無名은 難이니라)

 

참으로 현대인의 마음을 다스리는 좋은 명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문명보다 물질문명이 지배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욕심이 지나쳐서 돈도 잃고 명예는 물론 믿음까지 모두 잃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인성이 형성되는 초등학교 시절에 명심보감을 통한 인성교육만 받았어도 과욕(過慾)을 버리고 과욕(寡慾)하여 인격과 품격을 갖춘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필자가 교장 시절 하루 일과 전 아침 시간에 6학년을 대상으로 명심보감을 가르쳤을 때의 일화 한 토막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느 날 마음을 밝히는 좋은 문구를 예를 들어 『명심보감』 「계선(繼善)」편을 설명하면서 수업을 마치려고 인사를 하였다. 그런데 두 학생이 내 앞에 나와서 주머니에서 천 원짜리 지폐를 꺼내어 놓고 “교장 선생님! 용서해 주세요”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한 아이는 교실에서 친구의 돈을 훔쳤고, 다른 아이는 친구의 돈을 빼앗았다고 고백을 하며 용서를 구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들이 살아있는 양심에 감명을 받은 것을 느끼고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라며 잘못을 반성하고 용서받으려 하는 두 학생의 용기를 격려해 주었던 기억이 있다.

 

한편 우리 조상이 남긴 고전 문장을 가르치면서 삐뚤어져 가는 마음을 바로잡아 주었다는 교육 효과에 감동과 보람을 느꼈다. 이렇게 우리 조상이 남긴 좋은 훈육교재가 있는데도 양심을 지키며 정직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아 미래의 꿈나무인 어린 학생들의 인성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인성은 우리 민족의 정신적인 뿌리인 고전 명구를 가르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있다고 믿고 있다. 마음이 황폐한 경쟁교육으로 줄 세우기를 하지 말고 양심이 살아있는 정직하고 예를 지키며 윤리 도덕을 실천하는 인격체로 기르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기성세대들이 자라는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지 TV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대기업의 총수로 조국 근대화를 이룩하는데 큰 공을 세우신 분도 소학교 학벌이지만 어린 시절 사서삼경을 읽었던 것이 인성형성에 바탕이 되어 건설현장에서 발휘한 지혜가 세인을 놀라게 하였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일도 구직도 안 하는 대졸자가 400만 명이 직업도 없이 무위도식(無爲徒食)한다는 기사를 보고 청년정책과 교육이 걱정이 되었다. 우수한 두뇌로 어렵게 교사가 되어 학교현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교직을 떠나는 젊은 교사가 많다는 뉴스도 앞날을 암울하게 하고 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고전의 진리라는 것을 명심하여 자라는 세대들에게 감명을 주는 인성교육이 이루어진다면 물질의 풍요를 상징하는 과욕(過慾)을 버리고,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고 욕심을 줄이는 과욕(寡慾)이 소박한 미덕이 되는 만족하는 삶이 진정한 행복임을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