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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시론

<특별기고> 기로연 재현행사

오흥녕
2024.11.07·4분 읽기·조회 38

 

이찬재 충주향교 전교

 


 

청명한 가을 하늘과 단풍이 아름다운 시월을 상달이라 하는데 행사가 너무 많다. 지역마다 축제가 열려서 풍요를 만끽하며 바쁘고 즐거운 한 달이 지나갔다. 향교에서 몸담고 있으니 크고 작은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며 휴일에도 행사를 치르고 뒷정리까지 하다 보면 피로가 누적되어 힘들다는 푸념을 하게 된다.

 

전국의 많은 향교에서는 기로연을 베풀어 경로효친 사상을 계승하고 있다. 우리 향교에서도 매년 가을에 관내 노인 300여 명을 초청하고 예식장을 빌려서 기로연이란 이름으로 경로잔치를 베풀어 왔다.

 

기로연의 유래는 조선시대에 태조께서 70세 이상 원로 문신들을 예우하기 위하여 기로소(耆老所)를 설치하고, 봄·가을로 기로연(耆老宴)이라는 연회를 베풀었다. 기로연은 정2품 이상의 관직을 지낸 70세 이상의 문과 출신 관원만 참가할 수 있었다. 매년 음력 3월 상순의 사일(巳日) 상사(上巳) 3월3일과 중양(重陽) 9월9일에 봄·가을로 열렸다. 기로연 때는 왕명을 받은 승가 편을 갈라 투호(投壺)놀이를 한 뒤 진편에서 이긴 편에게 술을 주면 읍한 후 왕이 내린 술을 마시고 1등급 풍악을 내렸다고 한다. 서원에서는 기영회(耆英會)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경로잔치를 베풀었다고 한다. 기로연의 의미를 되새기며 전통 효사상의 고취와 경로사상을 함양하는 뜻에서 늦은 가을에 행사를 해왔다.

 

충주향교에서는 기로연의 본래의 뜻을 살려서 우리 지역 실정에 맞는 기로연을 재구성한 행사를 주관하여 처음으로 재현하여 되살려 보았다. 충주시에서 전직 기관단체장을 역임한 원로 네 분을 어렵게 빈(賓)으로 모셨다. 연장자 순으로 27~28대 충주향교 전교를 역임한 이완주(95세) 원임전교, 충주시의회 4대 의장을 역임한 김무식(87세) 어르신, 22대 충주시교육장을 역임하신 이철주(82세) 어르신, 민선 7대 충주시장을 역임하신 우건도(75세) 어르신 등 네 분은 품격있는 선비복을 입고 갓을 쓰셨다.

 

현직 기관단체장은 충주향교 이찬재 전교, 충주시의회 김낙우 의장, 충주교육장을 대신해 박진식 교육지원센터장, 김진석 충주시 부시장은 청관복을 차려입고 식전공개행사 후에 현직 기관단체장이 전직 기관단체장인 빈을 맞이하는 영빈례(迎賓禮)로 예를 갖추어 맞이한 다음 알자의 안내를 받아 무대에 올라 정해진 자리에 좌정(坐定)하였다. 이어서 작헌례를 하였다.

 

알자의 안내로 현직 기관단체장이 전통예법에 따라 사준(司樽)이 술을 잔에 따르면 전작(奠酌)이 술잔을 기관장에게 전하여 술잔을 빈에게 드리는 헌작례를 하고 건강 장수를 비는 덕담을 하였다. 네 분에게 같은 순서로 작헌례가 진행되는 동안 가야금의 고장답게 가야금을 연주하여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어서 화동 네 명이 꽃다발을 들고 입장하여 네 분 빈에게 헌화의 예를 갖추고 큰절을 올려 만수무강을 기원하였다. 충주향교에서 준비한 간단한 선물을 전교가 드리고 나서 답례로 빈께서 차례로 덕담을 하여 공경과 사랑의 기로정신을 재현하였다. 행사의 주인공인 빈과 주인인 기관장이 함께 기념 촬영을 하여 기로연 재현행사는 마무리되었다.

 

명륜당 앞마당에 설치한 특설무대에서 가객들의 풍류 축하공연이 이어져 4시까지 모두가 함께 즐기는 한마당 잔치로 이어졌다. 한국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인 경로잔치만 보다가 궁궐의 기로연 행사를 재현하여 품격있는 노인공경의 행사를 보고 색다르다며 기로연의 의미를 되살린 이런 행사가 향교를 중심으로 계승·발전되면 좋겠다고 참석자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충주시의 후원으로 준비한 고급 떡과 향교에서 준비한 기념품을 받아든 노인들은 새로운 기로연 행사도 보고, 가을과 어울리는 풍류를 즐기는 음악회를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했다.

 

조상이 남긴 아름다운 문화유산인 우리 것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어 안타까운 것이 현실이다. 서구문화인 개인주의가 확산되면서 가족제도가 무너지고 핵가족화로 치닫고 있다. 토인비가 그렇게 극찬한 한국의 가족제도와 효사상을 되살리는 일을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향교를 중심으로 지켜나가는 것이 그나마 후손된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