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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시론

<특별기고> 소소(小小)한 이야기 “이비(耳鼻)야”

오흥녕
2025.01.17·3분 읽기·조회 35

 

김두호 성균관 전인, 성균관 윤리위원, 기장향교 사무국장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을 겪는다. 소소한 일상의 작은 이야기가 그렇고, 세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그렇다. 아주 작은 일에 박장대소(拍掌大笑, 손뼉을 치며 크게 웃음)를 하는가 하면 세계가 들썩이는 큰일이 일어났는데 눈도 깜짝하지 않기도 한다.

 

도덕(道德)이 무엇이고, 윤리(倫理)가 무엇이며, 예(禮)가 뭐냐라고 되묻는 시대에 사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또 한편으로는 서글퍼지기까지 하다. 결국은 도덕 불감증(不感症)에, 윤리 타락(墮落)에, 예의 실종(失踪)인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 그대로 반바지에 유건을 쓰고, 잠수함을 타고 하늘을 날으며, 기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주행하고, 진주 목걸이를 한 돼지가 있는가 하면 핫바지를 입은 기린도 볼 수 있는 요지경 세상을 살고 있다.

 

당연한 거짓에는 동조(同調)하며 부화뇌동(附和雷同)하고, 진실 앞에서는 동요(動搖)하며 가치관과 윤리관마저 저버리며, 가짜가 판을 쳐도 진짜는 외면하고 모른 척하며 선과 악이 구별 조차 되지 못한 채 내 편, 네 편이 되어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하다. 하지만 그나마 다람쥐는 돌다가 쉴 줄 아는 지혜라도 있으니 적어도 인간이라면 남의 이익을 빼앗으려 하다가 내 이익 역시 없어짐을 알아야 한다.

 

우리 유림들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이기에 다양한 경험과 온갖 사람들을 겪을 텐데 정의와 진실을 외면하고 피하기보다는 불감증에서 벗어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자신의 이익과 자리에 연연해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자신을 성찰하는 지혜의 눈을 바로 뜨고 세상을 바로 보도록 하자. 올곧은 성품을 회복할 줄 아는 슬기로움으로 공부자가 강조하셨던 극기복례(克己復禮)를 크게 한번 외쳐보자. 나에게 있는 인(仁)을 나에게서 찾지 않고, 어찌 남에게서 말미암을 것인가?

 

비록 공부자의 말씀이 아니어도 아이보다 못한 소인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이비(耳鼻)야! 이비! 이비! 이비야!

 

1592년(선조 25) 음력 4월13일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조선을 침공한 왜군들은 전공(戰功)을 뽐내기 위해 죽은 사람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의 코와 귀까지 베었고, 심지어는 임산부, 어린아이도 가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 조선인의 코와 귀를 소금에 절여 전리품으로 가져가며 악마가 할 짓을 다했다고 했던 것에서 유래된 표현으로, 옛날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이비야”라고 했던 말이 문득 생각났다.

 

“이비야(耳鼻야, 귀와 코를 베어 간다)!”라고 하면 울던 아이도 왠일일지 무서워서 울음을 뚝 그쳤던 경험들을 지금의 50대 이상의 연령들은 본인들은 물론 자녀를 키울 때도 있었을 텐데 참으로 가슴 아픈 우리네 역사가 밑바탕에 있는 서글픈 내용이다.

 

소소한 이야기가 아닌 이비야의 아픈 이야기로 깨어 정신을 바로 차리는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