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과하지욕(跨下之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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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성균관 전인, 성균관 윤리위원, 기장향교 사무국장
살면서 뜻하지 않게 모욕을 당하거나 치욕으로 인해 속이 터질 것같은 순간을 경험해 본 적이 다들 있을 것이다.
본인 역시 그랬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도 주변에서 ‘가랑이 밑을 기는 치욕’을 뜻하는 표현인 과하지욕(跨下之辱)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경험을 이야기하는 이들을 마주하며 세상사의 쉽지 않음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지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오래 전 역사에서도 비슷한 장면들을 찾아볼 수 있으니 다음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이 이미 알고 있겠지만 오늘의 시점에서 같이 생각해볼만하지 않을까 싶다.
최초로 중국을 통일하고 처음으로 황제 자리에 올랐던 진시황(秦始皇, 기원전 259-210)이 기원전 210년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혼돈에 빠진 중국 대륙을 통일했던 한(漢) 고조(高祖) 유방(劉邦, 기원전 247-193)이 서초(西楚) 패왕(霸王) 항우(項羽, 기원전 232-202)와 벌였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사기』, 『통감절요』, 『초한지』 등을 통해 전해지고 있는데, 특히 그가 대업(大業)을 이루도록 도왔던 소하(蕭何, 기원전 257-193), 장량(張良, 기원전 250-186), 한신(韓信, ?-기원전 196) 등 세 사람을 역사에서는 ‘서한삼걸(西漢三傑)’이라고 부른다.
이들의 뛰어난 실력과 활약상은 지금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만 그 중에서도 천하통일의 완성을 위해 군사적으로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한신과 관련된 일화들이 지금도 가장 유명하고 ‘배수지진(背水之陣)’ ‘토사구팽(兎死狗烹)’과 함께 ‘과하지욕(誇下之辱)’이라는 사자성어가 그와 관련되어 유래되었다.
보통의 사람이 누군가의 위세와 힘에 억눌렸을 때 한신이 했던 것처럼 굴욕적인 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언젠가부터는 ‘큰 뜻을 품은 사람은 쓸데없는 일로 남과 옥신각신 다투지 않고, 사소한 일로 시비가 붙지 않는다’는 의미를 전하는 것으로도 사용되는 것같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안위만을 탐하여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치욕을 참았다고 해야 할지, 그때는 겁이 나서 그랬던 건지는 모르겠더라도 결국은 나를 낮춤으로서 후일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먼 훗날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니 그것이 반드시 수치는 아니라고 본다.
그릇의 크고 작음은 각각의 쓰임에 따라 구분하고 판단하면 되고, 맡은 일에서 적임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면 칭찬받아 마땅한 그릇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편협한 사고로 세상을 담는다면 그 그릇은 폐기되어야 한다. 나는 말할 것도 없이 우리 모두가 힘들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람으로서의 도리는 예의 본질을 잊지 않는 것이다.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것도 용기다. 수치를 이겨내는 지혜다.
군자는 몇 가지 능력만으로 평하지 않는다. 내가 안다면 남도 알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내가 많이 안다고 해서 상대를 무시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내가 내뱉은 말이 자신의 일로 되갚음 받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남의 말을 가로채 사실을 호도하고, 남의 말을 빌려 진실을 감추며, 남의 말이 내 말인 것처럼 하늘을 가린 손바닥이 되지 말자.
얄팍한 술수로 때를 벗어났다고.... 아직은 때가 아니기 때문에...... 마지막 장이 남아 있기 때문에..... 등의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편협한 그릇은 되지 말자.
과하지욕이 수치인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함인지는 그릇에 한 번 담아보고 알맞은지, 넘치는지를 가늠해 보자.
나 자신부터 오늘 다짐한다. 함부로 우쭐대며 속좁은 인간이 되지 말기를. 늘 말 없는 가운데 정의와 정직과 정도로 나아갈 것을.
그리고 고집과 아집의 굴레에서 벗어나 명륜(明倫)의 질서를 지킬 줄 아는 소신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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