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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시론

<특별기고> 20대 대학생 유자(儒者)의 일성(一聲)

오흥녕
2025.03.05·6분 읽기·조회 64

 

 

 

 

정승환 성균관유도회총본부 대학생유도회 회원

 

 


 

유자(儒者)란 공부자(孔夫子)의 가르침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선비를 말한다. 강기(強記)하여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줄줄 외는 학자라고 할지라도 공자를 스승으로 삼지 않는다면 유자라고 할 수 없다.

 

필자는 공자의 가르침이 인(仁), 의(義), 예(禮), 서(恕), 직(直)으로 대표되는 여러 덕목 가운데 하나만으로 축약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유학(儒學)은 실로 심오한 것이며, 간편한 명구와 격언으로 허울 좋게 소비되는 저속한 처세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자는 법(法)이 아닌 덕(德)을 의지하며, 색(色)이 아닌 인(仁)을 좋아하며, 무리(黨)가 아닌 군자(君子)를 지향하며, 이(利)가 아닌 의(義)를 쫓는다. 이는 필자같이 일천한 말학이 마음대로 지어낸 말이 아니라 성인의 말씀을 단순히 전술(傳述)한 것이다. 그러므로 유자는 경전을 숙독하고 체득하여 공자의 말씀대로 행동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유림지도자라 불리는 여러 선생께서는 스스로 뭇 유자의 대표를 자임하면서도 공부자의 뜻을 바로 따르지 않으시는 듯하다.

 

필자는 지난 2024년 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비상계엄 선포 당시 많은 지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국회로 향했다. 이는 필자가 사람으로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지 않은 까닭이 아니고, 부모가 주신 몸이 소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유자는 분명 공부자께서 제시한 삶의 방식을 따르는 인간 부류이다. 모든 유림의 먼 사형(師兄)이신 자로(子路) 선생의 기개를 본받아 유자라면 응당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위난(危難)이 닥쳤을 때 맹렬하게 들고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국가란 폭력을 독점하는 기구이다. 정부가 주권자인 국민을 보호하지 아니하고 칼끝을 나라 안쪽으로 향했을 때, 유림은 방벌(放伐)의 기치를 내걸고 그들을 심판해야 옳다. 심산(心山) 김창숙(金昌淑, 1879-1962) 선생께서 반(反)독재를 구국(救國)의 길로 삼으신 까닭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 유림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최종수 성균관장께서는 지난 12월4일 성균관유도회총본부의 성명서 발표(관련 기사-「성균관유도회총본부, 불법 계엄령 선포에 대한 규탄성명서 발표」 /coding/news.aspx/6/5/92578)에 대한 미온적 반응에 이어 지난 2월11일에는 김승수 국회의원(국민의힘, 대구 북구을)과 새해 인사를 나누는 등 특정 정치적 계파와 긴밀한 모습을 보여주셨다.

 

필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를 지지하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부정선거라고 믿는 벗을 몇 두고 있지만 그들을 엄중하게 꾸짖으면서도 절연하지 않고 여전히 곁에 두고 있다. 이는 필자가 또래 청년들이 더불어민주당에 갖는 반감을 상식적인 선에서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유자가 아니다. 적어도 무왕(武王)의 음악을 ‘진선하지 못하다(未盡善)’라고 말씀하셨던, 군대가 아닌 문치(文治)로써 작동되는 사회를 바라셨던 공부자의 후신이라면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을 뒤흔든 집단과 정답게 대화를 나눌 수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또한 성균관장, 전국향교전교협의회장께서는 ‘인터넷 유교신문’이 게재한 의혹 보도에 대해 형법적 고소를 통해 대응하고 있는데, 이는 유자로서 옳지 못한 처신이다.

 

우리는 대한민국 시민임과 동시에 유림의 일원이다. 유림은 공부자를 필두로 예(禮)를 숭상하는 집단이고, 강제력이 아닌 설득과 논쟁으로 시시비비를 따지는 무리이다. 만사를 살벌한 재판으로 풀어내는 것은 공자의 도가 아니다. 송사(訟)를 없애려 노력해야 할 유림이 어떻게 유림 내부의 일로 새로운 송사를 지어낼 수 있는가.

 

필자 역시 대통령은 물론이요, 여야를 막론한 여러 정치인에 대해 비판하는 근거는 경전(經典)에 있지, 법전(法典)에 있지 않다. 중인(衆人)의 곧음(直)과 군자(君子)의 곧음(直)은 다른 것이다. 어른들께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유림 간의 피 말리는 법정 투쟁을 멈추고 언로(言路)를 여시라.

 

필자가 가장 경악한 것은 ‘YBS 유교방송’의 편파성이다.

 

필자는 그간 생계를 이유로 석전, 알묘, 분향 봉행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으며, 당연히 종단에 대한 소식도 유튜브를 통해 접했다. 그렇기에 유교방송에 대해 나름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제26대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 선거 기간에 기호 1번이었던 이권재 당선인에 대한 편파 보도는 필자가 유교방송에 가지고 있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게 했다.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집행되는 선거가 최선의 후보를 선출하는 기능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선거권자에게 전달되는 정보가 최대한 공정해야 한다.

 

유교방송은 지난 2월12일 이권재 당선인의 ‘후보 광고’를 1, 2편으로 나눠 유튜브 채널에 게재했다. 이(利)가 아닌 의(義)를 말해야 할 유교 단체의 방송 플랫폼이 선거 유세용 동영상을 ‘홍보’가 아닌 ‘광고’라고 명명한 것부터 꺼림칙하지만 한쪽 후보자의 홍보 영상만을 게재하는 것은 더더욱 그 저의가 의심된다. 공부자께서는 우리에게 아첨을 가르치신 적이 없다.

 

필자가 공문(孔門)에 들어오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 지적 허영심의 충족을 위한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부끄러운 사실이다.

 

그러나 성인의 지극한 가르침은 필부를 감화시키고, 소인을 갱생시킨다. 필자가 유도회에 가입한 이유는 오로지 공부자를 존경하는 마음에 있었다. 신념의 기둥이 되어주신 스승께 은혜 입은 바를 갚고 싶은 간절함 때문이었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유교(儒敎)란 생명력을 잃은 옛 시대의 가치라는 진단이 횡행하지만 유자되는 사람이라면 의지를 굳게 다잡고 세간의 편견에 맞서야 한다. 그렇기에 나 자신이라도 유자의 집단인 유림에 소속되어 결속에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필자는 성균관유도회가 향원(鄕愿)의 온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아마 여러 유림께서도 본인과 같이 생각하고 계시리라 짐작하건대, 설령 그리된다면 필자는 공자께서 그러하셨듯, 오히려 유도회를 떠나 일신이라도 깨끗이 하고 싶다.